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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육특기생의 오점' 정유라 도피 245일만에 입국, '승마멘토' 언니 장시호와 바통터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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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육특기생의 오점' 정유라 도피 245일만에 입국, '승마멘토' 언니 장시호와 바통터치?
  • 정성규 기자
  • 승인 2017.05.31 17: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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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Q(큐) 정성규 기자] 승마국가대표 출신으로 이화여대 체육특기자 특혜 입학 등의 혐의를 받고 있는 정유라 씨가 31일 강제 송환돼 도피생활 245일 만에 입국했다.

국정농단의 핵심 인물인 최순실 씨의 딸 정유라 씨는 이날 오후 2시50분께 대한항공 926편으로 인천공항에 도착했다. 한국 송환을 거부해왔던 정씨는 지난 1월 1일 덴마크에서 체포된 뒤 150일 만에 피의자 신분으로 송환돼 체포 상태에서 서울중앙지검에서 수사를 받게 됐다.

오후 3시15분께 '스마일' 무늬가 새겨진 티셔츠와 에메랄드색 후드 점퍼를 착용한 정씨는 검찰 관계자들과 함께 입국장으로 들어섰다.

정씨는 입국 기자회견을 통해 이대 특혜입학과 삼성 지원 등 각종 의혹에 대해 어머니 최씨에게 떠넘기는 모양새를 보였다. 정씨는 "아이가 거기서 가족도 없이 혼자 오래 있었다"며 "빨리 입장 전달하고 오해 풀어서 해결하기 위해 들어왔다"고 말했다. 이대 특혜에 대해 "학교를 안 갔기 때문에 입학 취소를 인정한다. 저는 제 전공이 뭔지도 잘 모른다"며 "한번도 대학교에 가고 싶어 한 적이 없었기 때문에 입학 취소에 대해서는 드릴 말씀이 없다. 죄송하다"고 밝혔다.

'삼성전자 승마지원이 특혜라는 생각은 안 했냐'는 질문을 받은 정씨는 "딱히 그렇게 생각해본 적 없다. 일 끝나고 돌이켜보니… 잘 모르겠다"라며 "어머니께서 삼성전자가 또 승마단을 통해 총 6명을 지원하고 그중에 한 명이 저라고 말씀하셔서 그런 줄로만 알았다"고 말했다.

이제 정유라 씨의 국내 송환이 이뤄진 만큼 체육계를 넘어 국정농단에 대한 수사를 매조지할 수 있는 계기가 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앞서 '박근혜-최순실 게이트' 수사 과정에서 특검과 검찰에 많은 제보와 사실관계 확인을 해주었던 내부고발자 노승일 K스포츠재단 부장이 정유라 씨가 비행기를 타고 한국을 향하던 이날 새벽 자신의 트위터를 통해 소회를 밝혔다.  

"스마일 옷에 스마일 정유라. 특급 도우미 장시호 6월 석방. 스마일 도우미 정유라 국민이 시원하게 웃을 수 있게 진실의 편에 서길 기대한다."

정유라 씨가 역시 승마선수 출신인 그의 이종사촌 언니 장시호 씨처럼 검찰 수사에 적극 협조해 국민에게 국정농단의 숨겨진 의혹을 씻어줄 '마지막 퍼즐'이 되주길 바라는 마음에서 글을 올린 것이다. 

국정농단 사범들이 잇따라 법원에 보석 신청을 하고, 일부 피고인들은 다음달 중으로 구속시한 만료로 석방될 수 있다는 기대심리가 있었으나 검찰은 국회 청문회 위증죄 등으로 구속수감 연장을 위해 남겨놓았던 카드로 추가 기소하는 바람에 이들이 구치소를 나올 기대는 물건너 간 상태.

그러나 예외는 단 한 명. 특검과 검찰 수사에 적극 협조해 노 부장 말마따나 '특급 도우미''특검 복덩이'로 불렸던 장시호 씨다. 최씨의 태블릿PC를 특검에 제출하고 최씨가 박근혜 전 대통령에게 전화할 때 사용하던 차명 휴대전화에 대한 정보 등 결정적 단서 등을 제공해왔던 그의 공을 높게 인정한 셈이다.

그래서 장씨에게는 전혀 추가기소 없이 구속시한 만료일인 새달 7일 그토록 보고싶어 했던 아들이 있는 집으로 돌려보내기로 한 것이다. 

정유라와 장시호.

중학 때까지 성악을 하던 동생을 승마의 길로 들어서게 한 언니다. 서로 승마선수 체육특기생으로 이화여대와 연세대에 각각 입학했던 것도 닮았다.

각기 어머니와 이모 탓에 비선권력이 던져준 특혜를 입은 혐의로 체포영장이 발부되고 구속되는 시련을 겪고 있다.

그래도 한국스포츠영재센터 사무국장으로 이모 최씨의 지시를 받아 체육계를 농단하는 실무역할을 맡았던 장시호 씨는 뒤늦게 진실의 편에 섰다. 체육계를 넘어 뻗어나간 국정농단의 비극이 어디서부터 시작됐는 지도 장씨의 법정 증언을 통해 세상에 알려졌다. 최순실 재판 7차 공판에서 자신이 한국동계스포츠영재센터를 만들게 된 경위를 설명하면서다.

장씨는 "2014년 최순실 씨가 박근혜 전 대통령에게 유연이(장유라)의 임신 사실을 말씀 드렸다"며 "최씨는 박 전 대통령이 그 임신 사실에 대한 요구사항을 들어주지 않자 굉장히 화가 났다"고 밝혔다. 이어 "제게 이제부터 자신도 무엇인가 만들어서 이익을 추구하겠다고 했다"고 증언했다.

그러면서 장시호 씨는 수사에 협조하게 된 동기를 밝혔다. "검찰 조사 도중 촛불집회 이야기를 듣고 더이상 거짓말을 하면 대한민국 국민으로서 도리가 아닌 것 같아 사실대로 말하려 마음먹게 됐다."

그렇게 장시호 씨는 국민의 편에 섰고 6개월의 구속 기간도 그렇게 잘 이겨냈다. 

이제 정유라 씨에 쏟아지는 관심은 그의 입이 판도라의 상자를 열 수 있느냐다. 장씨처럼 마음만 단단히 고쳐먹으면 진실을 밝힐 수 있다는 기대는 검찰뿐만 아니다.

노승일 부장은 최근 방송 인터뷰에서 정유라 씨의 성격에 주목했다. "정유라는 여과 없이 이야기한다. 어디로 튈지 모르는 럭비공 수준이다. 최대의 핵심증인이 될 수 있다."

그같은 흔들리는 성격이 사실이라면 심경의 변화에 따라 '40년 지기' 어머니 최씨와 박 전 대통령간의 교류 내용을 거침없이 진술할 지도 모른다. 뇌물죄 등 범행 공모와 관련해 양쪽이 모두 전면 부인하고 있지만 '정유라의 입'이 그 실체적 진실에 다가간다면 병합심리로 열리는 '박근혜-최순실 재판'는 크게 소용돌이칠 수 있다.

노승일 부장이 올린 트위터 글. [사진=노승일 부장 트위터 캡처]

이런 정유라 씨가 입국하는 날, 정씨가 "난 엄마 없다"고 말하는 등 임신과 출산을 놓고 최씨와 심각한 갈등을 빚었다는 증언이 나왔다.

전 승마국가대표팀 감독으로 최씨 모녀와 친분이 두터웠던 박원오 전 대한승마협회 전무는 이날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7부심리로 열린 이재용 삼선전자 부회장 공판에 증인으로 출석해 정유라 씨 출산 전후의 사정을 설명했다.

박 전 전무는 "최씨가 2014년 12월무렵 연락을 해 '유연(정유라)이가 집을 나갔다'며 울먹였다"며 "나에게 '평소 원장님을 따르는 아이니까 유연이가 어디 있는지 수소문해 달라'고 부탁했다"고 밝혔다. 이어 "수소문 끝에 연락이 닿은 정씨와 서울의 한 카페에서 만났다. 그 자리에 정씨와 사실혼 관계였던 신주평씨와 함께 나왔다"며 "당시 정유라 씨가 당시 파카를 입었는데 (임신해서) 배가 부른 상태였다"고 회고했다.

이 자리에서 임신한 정유라 씨는 박 전 전무에게 어머니 최순실 씨를 향한 불만을 토로하는 과정에서 "난 엄마가 없다"고 버텼다는 것이다. 이 상황을 전해 들은 최순실 씨는 "아이를 유산했으면 좋겠다"고 의견을 냈다가 박 전 전무가 만류하자 "외국에서 아이를 낳게 설득해달라"고 부탁했다고 한다.

정유라 씨가 응하지 않자 박 전 전무는 제주도에서 출산을 설득했는데 거부하는 최씨의 승낙을 받아내 2015년 1∼2월 제주도서 출산을 준비했고, 최순실 씨 부탁으로 장시호 씨가 미리 빌려 둔 아파트에 머물렀다고 증언했다.

정유라 씨는 이날 입국하면서 나이가 두 살(23개월)된 아들과 함께 오지 않았다. 아들과 결코 떨어질 수 없다며 송환을 거부했던 정유라 씨가 아들을 동행하지 않은 이유는 국내법상 수감시설에서는 양육이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현행법에 따르면 기소나 형 확정 여부와 관계없이 나이 기준으로 생후 18개월까지만 양육이 허용된다. 

이에 아들이 한국에 올 경우 돌볼 보모와 집도 찾아야 하는 등 현실적으로 해결해야 할 문제들이 많아 덴마크에서 당분간 기존 보모와 지내는 것이 낫다는 판단을 한 것으로 보인다.

정씨는 2014년 인천 아시안 게임 승마 마장마술 단체전에서 금메달을 획득했다. 이 입상 경력을 내세워 이대에 입학하는 과정에서 이대 교수진이 연루돼 구속돼 재판을 받고 있다. 청담고, 이대 학사과정에서 부당한 특혜를 받은 의혹으로 고교 졸업과 대학 입학이 각각 취소됐다.  대한승마협회로부터는 영구제명을 받아 더 이상 승마 선수로는 뛸 수 없게 됐다.

정유라 씨는 체포 상태에서 서울중앙지검의 즉각적인 조사를 받는 일정 속에 일단 사촌언니 장씨가 있는 서울구치소에서 구속영장 발부 때까지 있게 될 것으로 보인다.

교정 정책상 이 짧은 기간에 정유라-장시호 해후가 구치소 내에서 이뤄질 가능성은 높지 않다. 하지만 장씨가 6개월 구속기간을 끝내고 석방된다는 사실만으로도 정유라 씨에게는 심리적인 압박요인이 될 수는 있을 것으로 보인다.

언니는 석방되고, 자신은 영어의 몸이 된다는 그 바통터치의 사실을 어떻게 받아들일까. 귀환길에 입은 정유라 '스마일' 셔츠가 무엇을 말해주려고 했는 지는 이제 검찰 수사를 통해 하나씩 드러날 것이다.

승마선수로서, 체육특기생으로서 체육계 농단의 대표적인 특혜 인물로 지목받아온 정유라 씨는 정녕 '스마일 도우미'가 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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