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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Q스페셜] ⓛ 동국대 '큰 야구', 이기는 야구를 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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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Q스페셜] ⓛ 동국대 '큰 야구', 이기는 야구를 안다
  • 민기홍 기자
  • 승인 2014.11.11 10:1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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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7년만의 대학야구 4관왕 동국대 천하, 승률 0.875...2년간 7번의 우승컵 금자탑

[300자 Tip!] 독주를 한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압도적인 성적으로 우승을 하게 되면 다른 팀들이 가만히 있지 않는다. 지난해 딱 6번 졌던 그들이 더 완벽해졌다. 막강한 선두라 방심할 법도 했는데 더 칼을 갈았다. 동국대가 대학야구 역사를 다시 쓰고 있다. 2년 연속 3관왕이라는 금자탑도 모자라 전국체육대회까지 거머쥐며 37년 만에 4관왕에 오르는 기염을 토했다. 이건열 감독이 이끄는 동국대 야구부를 찾아 전성시대 비결을 파헤쳤다.

[고양=스포츠Q 글 민기홍·사진 최대성 기자] 28승4패. 승률 0.875.

동국대 천하다. 지난해 24승6패(0.800)를 기록했던 그들은 더욱 강해져 나타났다.

▲ 최건용 코치가 외야로 타구를 날리고 있다. 동국대는 수비가 좋기로 정평이 나 있다.

37년 만에 대학야구 전국대회 4관왕이다. 동국대는 지난 3일 제주종합운동장에서 열린 제95회 전국체육대회 야구 일반부 결승전에서 인하대를 8-1로 누르고 대회 2연패를 달성했다.

1977년 ‘무쇠팔’ 최동원이 버티던 연세대가 4개 대회에서 우승한 이후 처음 있는 일이다. 춘계리그, 제69회 전국대학선수권대회, KBO총재기 전국대학야구대회, 제95회 전국체전까지. 동국대 천하다.

춘계리그에서는 건국대, 전국대학선수권과 KBO총재기에서는 경성대, 전국체전에서는 인하대를 물리쳤다. 내로라하는 대학야구의 강호들 전부 ‘단기전 타짜’ 동국대 앞에서는 힘을 쓰지 못했다.

대학야구에서 2년 연속 전국대회 3관왕 이상을 차지한 것은 김동주(두산), 손민한(NC), 진갑용(삼성), 고 조성민 등이 뛰었던 1994~1995년의 고려대 이후 처음이다.

◆ 2013년 3관왕보다 값진 2014년 4관왕

▲ 이건열 감독 부임 이후 동국대는 막강한 전력을 과시하고 있다. 이 감독은 전력이 탄탄했던 지난해의 3관왕보다 팀의 힘으로 일궈낸 올해의 4관왕이 더욱 값지다고 말한다.

“역적된거죠 뭐. (웃음) 우리 잡기 위해 서로 경쟁하면 대학야구가 서로 발전하지 않겠습니까.”

이건열 감독은 2012년 12월 동국대 감독으로 부임했다. KIA의 타격코치로 실패를 맛본 후 고심 끝에 모교의 지휘봉을 잡았다. 전임 감독이 입시비리로 물러난 상황이라 어수선한 상황이었다. 그러나 코치가 아닌 감독으로 자신의 야구를 펼쳐보고 싶은 꿈이 생겼다.

‘이건열호’ 동국대는 승승장구했다. 첫 대회인 춘계리그부터 우승했다. 주변에서는 “워낙 멤버가 탄탄하니까 우승한 것”이라며 이 감독의 능력을 폄하하기도 했다. 이 감독 스스로도 “지난해 3관왕의 위업은 4학년 선수들이 워낙 좋았던 것”이라고 인정한다.

하지만 이번 시즌만큼은 아니었다. 졸업생 12명이 한꺼번에 빠져나갔다. 강민국(NC), 최병욱(두산), 고영표, 김병희(이상 kt), 양석환(LG) 등 주축 선수들의 공백을 메우기가 쉽지 않았다. 졸업생 12명 중 6명이 드래프트로, 6명은 신고선수로 100% 취업을 했다.

▲ 동국대 선수들은 경기 고양시 일산동구에 자리한 야구장과 서울 중구의 캠퍼스를 오가며 훈련한다.

이 감독은 “2013년 최강자 자격으로 대만 4개국 대학야구 친선대회에 나갔는데 포지션도 정하지 못할 정도로 앞이 캄캄했다. 창피할 정도로 약했다”고 당시를 회상하며 “올해는 정말로 잘해보고 싶어서 신경을 많이 썼다. 오기가 발동해 똘똘 뭉쳤다”고 지난해 겨울을 떠올렸다.

동국대는 이 감독 부임 이후 62경기에서 10번만 패했다. 12번의 대회를 나가 7번이나 우승컵을 들었다. ‘해태 왕조’에서 다양한 포지션을 소화하며 무려 8번이나 우승 반지를 끼었던 이답다. 현역 시절 ‘우승 DNA’가 모교에 이식됐다.

◆ 선수들이 풀어가는 ‘큰’ 야구, “우리는 이기는 법을 안다”

이 감독은 큰 야구, 선수들이 헤쳐나가는 야구를 추구한다. 타격코치 출신답게 5회 이전까지는 번트 사인을 내지 않는다. 선수들이 스스로 풀어갈 수 있도록, 생각하는 야구를 할 수 있도록 많은 주문을 하지 않는다. 단체 미팅 시간도 잘 갖지 않는다.

그는 “나는 1학년이 운동 힘들다고 도망갔다 와도 뭐라 하지 않는다. 투수를 무리시킨 적도 없다. 아프면 참지 말라고 한다”며 “지난 2년간 선발투수가 투구수 100개를 넘긴 적이 딱 2번 있었다. 수업도 다 듣고 쉬고 싶으면 쉬고 알아서 하기를 바란다”고 지도철학을 설명했다.

다만 한 가지 철칙이 있다. 선수들이 해이하고 느슨한 순간, 이 감독의 불호령이 떨어진다.

이 감독은 “에러는 할 수 있다. 다만 다음 커버 플레이를 하지 않는 것, 땅볼 타구를 치고 열심히 뛰지 않는 것, 야구 좀 잘 한다고 해서 건방진 행동을 하는 것은 참을 수 없다”며 “아무리 주전급 선수라도 그런 모습을 보는 순간 ‘집에 가라’고 한다”고 말했다.

▲ 김동현 투수코치는 동국대가 좋은 성적을 유지하는 비결에 대해 "전통과 강인함을 대물림해야겠다는 마인드"를 꼽았다.

김동현 투수코치는 정상급 실력을 지속적으로 유지하는 비결에 대해 “선수들이 이기는 법을 아는 것 같다. 기죽고 들어오지 않겠다는 마음이 크다”면서 “자율적인 분위기 속에 스스로 해야할 운동을 알아서 철저히 한다. 쟁쟁한 선배들이 일궈놓은 전통과 강인함을 대물림해야겠다는 마인드도 강하다”는 견해를 전했다.

최건용 타격코치는 “선배들이 잘해온 것을 이어가겠다는 마음이 클 수밖에 없다”며 “동국대라고 침체기가 없었겠나. 8년여간의 힘든 시기를 겪고 2006년부터 매년 결승전에 올랐고 작년과 올해 팀의 잠재력이 한꺼번에 터졌다”고 밝혔다.

김학용, 윤재호 전 감독에 이어 이 감독에 이르기까지 사령탑이 교체되는 와중에도 9년째 동국대에 몸담고 있는 그는 “동국대는 예로부터 공격력을 중시하는 화끈한 야구를 했다”며 “이는 선수들 개개인 특성, 체형과 타순, 성격을 고려한 지도법이 통한 것이라 본다”고 말했다.

◆ 2015년에는? 이현석의 공백을 메울 수 있을 것인가

2015년 동국대 야구는 큰 고비를 맞게 된다. 지난 4년간 안방을 책임졌던 이현석이 SK로부터 1차 지명을 받고 프로로 진출하기 때문이다. 인천 제물포고를 졸업하고 2011년 동국대에 입학한 그는 대학 야구 최고의 포수로 군림했던 선수였다.

▲ 최재원은 2015년부터 주전 마스크를 쓰게 될 것이다. 4년간 안방을 지킨 이현석의 공백을 메워야하는 막중한 임무를 지게 됐다.

코칭스태프는 이현석의 공백을 인정하면서도 자신감을 잃지 않았다. 이는 절정의 타격감을 보이고 있는 공격형 포수 최재원이 있기 때문이다. 동국대 투수들은 “이현석의 자리를 메울 수 있다고 생각한다. 최재원도 좋은 선수”라고 한 목소리를 냈다.

화순고 출신의 최재원은 이번 시즌 들어 지명타자로 주로 출전하며 타격감을 끌어올렸고 다음 시즌부터는 주전 마스크를 쓰게 된다. 그는 “아직 2루 송구가 많이 부족하기 때문에 수비에 중점을 두고 훈련하고 있다”면서 “힘들긴 하지만 내년부터는 마스크를 쓸 일이 많을 것이다. 현석이형이 없다고 전력이 약해졌다는 이야기를 듣고 싶지 않아 더 열심히 노력하고 있다”고 칼을 갈았다.

이 감독은 “올해 3관왕을 이룬 주요 선수들은 프로에 빨리 지명을 받은 선수들도 아니다”라면서 “우리는 개개인의 능력이 아닌 팀의 힘으로 싸워 이긴 팀이다. 똘똘 뭉쳐 잠재력이 폭발하는 걸 보면서 나도 놀라고 뿌듯했다”고 선전을 다짐했다.

최 코치 역시 “지난해와 비교하자면 야수쪽의 공백은 오히려 적다고 보면 된다. 작년 겨울보다 전력 손실이 없는 상황”이라며 “2015년 역시 지난 2년과 버금가는 좋은 성적을 낼 수 있다”고 확신했다.

◆ 우리가 해낸다, 최동현-박승주-서예일-박경택 

▲ 최동현(왼쪽)과 박승주가 있어 동국대 마운드는 든든하다.

선배들이 일궈놓고 간 2년간 7번의 우승컵이라는 대업. 후배들이라고 못할 것은 없다. 이 감독은 주저 없이 투수조 2명 박승주와 최동현, 야수조 2명 서예일과 박경택을 주목해달라고 추천했다.

신일고 출신의 최동현은 최고 구속 140km의 우완 사이드암 투수다. 1학년 때부터 팀내 주축 투수로 활약하며 선발, 롱릴리프를 오가며 활약하고 있다. 춘계리그, 대학야구선수권대회 최우수선수상(MVP)을 수상하기도 했다.

김 코치는 “번트 수비나 견제 능력만큼은 당장 프로에 내놔도 손색이 없을 정도”라고 제자를 칭찬했다. 최동현은 배짱이 두둑해 큰 경기에서 떠는 법이 없다. 지난 7일 대만 타이중에서 시작된 제1회 21세 이하 세계야구선수권대회 대표에도 선발됐다.

최동현은 “아직도 대학 생활 2년이 남았으니 구속도 끌어올리고 변화구도 더 가다듬겠다”며 넥센 한현희 선배처럼 프로에서 확실한 계투로 자리잡고 싶다”는 꿈을 전했다.

투수조 조장 경기고 출신의 박승주는 포수에서 투수로 포지션을 전환한 지가 5년밖에 되지 않았다. 최고 구속은 143km. 성실하기로는 둘째가라면 서러운 선수라 팀내에서 신망이 두터운 선수다. 주무기는 낙차 큰 커브다.

박승주는 “슬라이더와 커브 등 변화구를 더욱 가다듬어야 한다. 아직 컨트롤이 많이 미숙하다”면서 “정통파로 크기보다는 경기 운영 능력을 기르고 볼배합을 더 연구해서 윤성환같은 투수로 거듭나고 싶다”고 말했다.

▲ 서예일(왼쪽)과 박경택은 내년에도 3관왕 이상이 가능할 것이라며 목소리를 높였다.

성남고 출신의 우투좌타 유격수 서예일은 공을 맞추는 능력이 탁월해 왜소한 체구임에도 팀내 4번타자를 맡고 있다. 이번 시즌 28경기에 출장해 팀내 홈런 1위(3개), 타점 1위(29개), 출루율 1위(0.521)에 올랐다. 춘계리그에서는 타격상을 수상했다. 최동현과 함께 대표팀에도 발탁됐다.

서예일은 “빠르지 않은 것이 흠이다. 공격력, 파워, 수비력, 주루센스, 어깨까지 모두 다 갖추고 싶다. 웨이트를 열심히 하겠다”며 “전력이 약화됐다는 평가에 전혀 개의치 않는다. 야구하면 동국대 아닌가. 내년에도 2~3개 타이틀을 거머쥘 수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서울고를 졸업한 우투우타 3루수 박경택은 기민한 동작으로 빠른 타구를 건져내는 선수다. 고교 때보다 10kg 이상을 찌워 3루수가 갖춰야 할 필수 능력인 장타력까지 겸비하고 있다. KBO총재기에서 맹활약하며 수훈상을 수상했다.

박경택은 “1학년 때부터 형들이 우승컵을 드는 것을 보고 배워왔다. 야수진은 오히려 올해보다 내년이 더 낫다고 본다”면서 “저학년 후배들도 방망이가 좋다. 3년 연속 3관왕을 향해 달리겠다”는 당찬 포부를 밝혔다.

■ 동국대 야구부는 

▲ 동국대 야구부는 2년간 7번의 우승컵을 들었다.

이건열 감독, 김동현 최건용 코치, 선수 윤영수(주장) 임규빈 백찬이 권태연 고지원 김윤식 김호령 이현석 차희태 김선현 임세황(이상 4학년) 최용준 박승주 홍준표 박광명 박경택 이의종 서예일 김문교 최재원(이상 3학년) 최동현 황인건 박창빈 박상훈 홍성은(이상 2학년) 허진호 홍경표 한주석 이준혁 이승민 정종운 최규혁 송현우(이상 1학년) 등으로 구성돼 있다.

■ 동국대 출신 야구스타는 

1946년 창단했다. 1949년 전국대학야구선수권 대회에서 준우승을 거두며 자리를 잡았다. 1950년 전쟁으로 인해 팀이 해체됐다가 1963년 9월 재창단했다. 김성한 한대화 송진우 이강철 가득염 김민호 이건열 류택현 신경현 박한이 박정권 유한준 송광민 이영욱 배영섭 박희수 등 숱한 스타들을 배출했다.

[취재 후기] 취재를 다녀보면 전통 있는 강팀들에서 느껴지는 특유의 아우라가 있다. 유니폼과 헬멧에 박힌 로고에 대한 프라이드, 어느 팀과 견줘도 뒤질 것이 없다는 강한 자존감 등이 그것이다. 기자는 동국대로부터 그 기를 고스란히 전달받았다. 그들은 4관왕을 하겠다고 큰소리 쳤다. 그러더니 정말로 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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