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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부족했던 영웅들, 그래도 투혼은 뜨거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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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부족했던 영웅들, 그래도 투혼은 뜨거웠다
  • 박상현 기자
  • 승인 2014.11.11 23:5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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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시리즈 결산] 넥센 3선발 체제 한계…중심타선 침묵에 실책 8개로 창단 첫 우승 도전 실패

[스포츠Q 박상현 기자] 영웅들의 첫 가을야구는 뜨거웠다. 통합 4연패를 노리던 삼성을 거세게 몰아세웠다. 하지만 2%가 부족했다. 그 모자란 2%에서 한국시리즈 우승과 준우승 희비가 엇갈렸다.

창단 첫 플레이오프를 거쳐 한국시리즈까지 진출한 넥센은 11일 서울 잠실구장에서 열린 2014 한국야쿠르트 세븐 프로야구 한국시리즈 6차전에서 1-11로 완패하면서 시리즈 전적 2승 4패로 분루를 삼켰다.

지난 시즌 준플레이오프에서 두산을 상대로 2연승 뒤 3연패하면서 창단 첫 가을야구를 아쉽게 마감했던 넥센은 플레이오프에 직행한 뒤 LG를 제치고 한국시리즈까지 올랐지만 끝내 삼성의 벽을 넘지 못했다. 원정 1차전에서 먼저 이기면서 삼성을 몰아세웠지만 뭔가가 모자랐다.

투혼은 뜨거웠지만 '완벽한' 사자군단 앞에서 영웅들은 2%가 부족했다.

▲ [잠실=스포츠Q 노민규 기자] 넥센 오재영이 11일 서울 잠실구장에서 열린 삼성과 프로야구 한국시리즈 6차전에서 실책을 한 뒤 아쉬운 표정을 짓고 있다.

◆ 3선발에 투수 엔트리 10명, 한국시리즈 치르기엔 마운드 한계

야구는 '투수 놀음'이라고 한다. 삼성과 넥센이 타격 1, 2위와 홈런 1, 2위를 나눠가진 팀이고 올 시즌 프로야구가 타고투저가 됐다고는 하지만 역시 투수가 강하지 못하면 강팀이 될 수 없다. 이것은 진리다.

넥센은 방망이는 뜨거웠지만 믿을만한 투수진이 부족했다. 시즌 20승을 거둔 앤디 밴헤켄과 승률 1위를 차지한 헨리 소사라는 외국인 투수 '원투펀치'가 있었고 손승락이라는 마무리, 한현희와 조상우로 이어지는 탄탄한 중간계투진이 있긴 했지만 넥센의 마운드는 딱 여기까지였다.

넥센의 올 시즌 페넌트레이스 평균자책점은 5.25에 이른다. 전체 9개팀 가운데 5위에 해당한다. 통합 챔피언 삼성(4.52)은 물론이고 NC(4.29), LG(4.58)보다도 낮았다. 가을야구를 경험한 네 팀 가운데 평균자책점 기록이 가장 좋지 않았다.

이 때문에 염경엽 감독은 포스트시즌 마운드를 단 10명으로 꾸렸다. 종종 포스트시즌에서 깜짝 활약을 해줬던 좌완투수 금민철 등도 제외했다.

투수진이 10명밖에 없으니 선발로 내세울 수 있는 투수도 많지 않았다. 밴헤켄과 소사, 오재영 뿐이었다. 확실한 선발투수도 없긴 했지만 4선발 체제로 꾸려갈 여유도 없었다. 선발투수 3명에 조상우, 한현희, 손승락 등 보직이 확실한 3명의 투수 외에는 나머지 4명만으로 한국시리즈를 꾸려가기 어려웠다.

이는 투수들의 피로로 다가왔다. 플레이오프부터 10명의 투수를 내세운 넥센은 지난달 27일부터 11일까지 보름 동안 10경기를 10명의 투수로만 지켜왔으니 투수들이 지치는 것은 너무나 당연했다.

밴헤켄과 소사는 비교적 맹활약해줬지만 오재영과 조상우, 한현희 등은 볼끝이 무뎌졌다. 한국시리즈에서 마지막을 버티지 못하고 3차전과 5차전을 허무하게 내줬던 것도 이 때문이었다.

▲ [잠실=스포츠Q 노민규 기자] 넥센 선발투수 오재영(오른쪽)이 11일 서울 잠실구장에서 열린 삼성과 프로야구 한국시리즈 6차전에서 위기에 몰리자 포수와 대화를 나누고 있다.

◆ 계속된 실책으로 통한의 역전패, 삼성에게 헌납한 2승

삼성의 4승 2패로 끝났지만 넥센의 4승 1패로 끝날 수도 있었던 한국시리즈였다. 넥센이 실책 또는 실책성 플레이로 두 경기를 내줬기 때문이다.

넥센은 이번 한국시리즈에서 무려 8개의 실책을 기록하며 2개에 그친 삼성보다 수비력에서 뒤졌다. 한국시리즈 같은 큰 경기에서는 사소한 실책에 승패가 엇갈리는 경우가 많다.

가장 좋은 예가 3차전이었다. 넥센은 목동 3차전에서 비니 로티노의 솔로 홈런으로 선제점을 뽑으면서 앞서갔지만 8회초 수비 때 이승엽의 타구를 제대로 처리하지 못하고 안타를 만들어줌으로써 1-1 동점을 허용했다. 결국 넥센은 분위기를 내줬고 9회초 박한이에게 2점 홈런을 내주면서 1-3으로 역전패했다.

가장 뼈아픈 실책은 5차전에서 나왔다. 넥센은 역시 서건창의 적시타로 1-0으로 앞서나갔고 8회말 무사 만루의 위기까지 넘겨냈다. 분위기는 확실하게 넥센의 것이었다.

하지만 9회말 1사후 야마이코 나바로의 타구가 강정호의 실책으로 이어지면서 빌미를 제공했다. 박한이를 삼진으로 잡아내 2사 1루로 한숨을 돌리는 듯 보였지만 채태인에게 볼카운트 0-2로 앞선 상황에서 서둘러 승부하다가 안타를 내줘 1, 3루 위기를 맞았다. 이어 최형우에게 볼카운트 2-2에서 1루수 옆을 꿰뚫고 오른쪽 담장 구석까지 굴러가는 2루타로 1-2로 역전패했다. 이것으로 사실상 시리즈 분위기는 삼성으로 완전히 넘어갔다.

넥센은 6차전에서도 실책 3개를 기록했고 공교롭게도 이 때마다 삼성의 대량 득점이 나왔다. 마운드가 약한 넥센은 수비까지 구멍이 뚫렸다.

▲ [잠실=스포츠Q 노민규 기자] 넥센 강정호가 11일 서울 잠실구장에서 열린 삼성과 프로야구 한국시리즈 6차전에서 실책을 한 뒤 경기가 풀리지 않는다는 듯 아쉬운 표정을 짓고 있다.

◆ 끝내 깨어나지 못했던 넥센 중심타선

넥센의 중심타선은 끝내 각성하지 못했다. 최형우가 5차전 9회말 2사 1, 3루에서 역전 적시타를 쳐내는 과정에서도 넥센이 자랑하는 대포 중심타선은 끝내 침묵했다.

3번 타자로 나선 유한준이 그나마 타율 0.333으로 제몫을 해줬지만 '쌍호' 박병호와 강정호의 방망이는 연신 헛돌았다.

강정호의 방망이가 화끈하게 돈 것은 오직 1차전 뿐이었다. 강정호는 1차전 2-2 동점에서 결승 2점 홈런으로 넥센의 4-2 승리를 이끌었다. 딱 이것 뿐이었다.

박병호는 6차전까지 타울이 0.143, 강정호는 0.050에 그쳤다. 강정호의 타율은 20번 가운데 1개의 안타를 친 기록이다.

중심타선 뿐 아니라 리드오프도 만족스럽지 못했다. 201개의 안타를 쳐낸 서건창 역시 타율이 0.174에 그쳤고 이택근도 타율 0.217에 그쳤다. 전체적으로 타선이 터지지 않으니 승리가 어려운 것은 당연했다.

넥센은 대량 득점을 한 경기가 지난 8일 4차전(9득점) 뿐이었다. 나머지 경기는 4점 이내로 묶였다. 삼성 선발투수 릭 밴덴헐크와 윤성환, 장원삼은 모두 퀄리티 스타트를 기록했다. 넥센은 패배를 기록한 4경기에서 1점씩 뽑는데 그쳤다. 이것으로는 너무나 모자랐다.

▲ [잠실=스포츠Q 노민규 기자] 넥센 박헌도가 11일 서울 잠실구장에서 열린 삼성과 프로야구 한국시리즈 6차전에서 2루에서 아웃되고 있다.

tankpark@sportsq.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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