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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현재와 데칼코마니...연극 '사회의 기둥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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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현재와 데칼코마니...연극 '사회의 기둥들'
  • 용원중 기자
  • 승인 2014.11.15 16:3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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헨릭 입센 걸작, 탄생 137년 만에 국내 무대 올라

[스포츠Q 용원중기자] '인형의 집' '유령' '페르 귄트' 등으로 잘 알려진 노르웨이의 국민 극작가이며 현대극의 아버지로 불리는 헨릭 입센의 명작이 탄생 137년 만에 국내 무대에 오른다.

1877년에 쓰인 희곡 '사회의 기둥들'은 발표되자마자 1만부가 발행돼 화제를 모았으며 극작을 마치기까지 8년이나 걸린 작품이다. 하지만 지금까지 국내에서는 그의 대표작들에 가려 번역조차 되지 않았다. 이 작품은 137년 전 노르웨이의 소도시를 배경으로 쓰인 것이라고 믿기 어려울 정도로 생생하게 대한민국의 오늘을 그려내고 있다는 착각에 빠지게 한다.

겉으로는 도덕성 높은 ‘사회의 기둥’과 같은 존재로 보이지만 내면은 탐욕으로 가득한 베르니크와 그를 둘러싼 인물들의 갈등을 그려내고 있다. 특히 주민들 몰래 철도 노선 공사로 이득을 얻으려고 음모를 꾸미는 이야기나, 수선을 제대로 하지 않아 불안하게 출항하려는 배를 보고도 침묵하는 이야기 등 각색을 전혀 하지 않았음에도 우리의 일그러진 현실과 마주하게 한다.

▲ 출연 배우 이형석 유연수 한동규 서정연 우현주 정수영 이승주 정재은 백지원 이석준 구혜령 김주완 박지일 유성주 손진환 채윤서(왼쪽부터)[사진=씬플레이빌 제공]

다양한 인물들과 치밀한 구성을 통해 입센답게 잘 짜인 희곡을 만나는 재미를 주는 것과 동시에 한세기 반 전에 살았던 입센의 통찰력과 시의성에 무릎을 치며 감탄하게 한다.

1994년 극단 청우를 창단하면서 첫 작품 '종로 고양이'로 강렬하게 데뷔한 뒤 '인류 최초의 키스' '발자국 안에서' 'M 버터플라이' '주인이 오셨다' 등 수많은 화제작을 만들어낸 중견 연출가 김광보가 연출을 맡았다. 그는 2012년 '니 부모 얼굴이 보고 싶다'와 '그게 아닌데'로 대한민국연극대상, 동아연극상, 히서연극상 등 그해 대부분의 연극상을 휩쓸었다.

올해만 '스테디 레인' '은밀한 기쁨' '줄리어스 시저' '살아있는 이중색 각하' 등 화제의 신작을 쏟아내며 연극계가 가장 열광하는 연출가임을 입증했다. 작품에 대한 깊은 이해와 군더더기 없는 연출을 바탕으로 원작의 깊이를 건져올리는데 능한 김 연출이 처음으로 헨릭 입센의 작품을 무대에 올려 눈길을 붙든다.

'사회의 기둥들'에는 기라성 같은 배우들이 한 자리에 모였다. 그 어떤 연극에서도 만나기 어려울 정도로 막강한 캐스팅이 이뤄졌다. 주인공 카르스텐 베르니크 역을 맡아 작품을 이끌어갈 배우 박지일을 시작으로 그의 아내 베티 역을 맡은 정재은, 누이 동생 마르타 역의 정수영, 베티의 남동생 요한 역의 이석준, 로나 헤쎌 역 우현주, 베티의 사촌동생 힐마르 역 김주완, 도덕 선생님 뢰를룬 역 이승주 등 16명의 베테랑 배우들이 작품에 생명력을 불어 넣는다.

작품의 줄거리는 다음과 같다. 노르웨이 해안가 소도시의 영주이자 선박회사를 운영하는 베르니크는 시민들에게 높은 도덕성으로 존경받는다. 하지만 그는 도시를 개발하고, 그 이익을 개인적으로 벌어들이려는 계획을 가지고 있다. 어느 날, 그가 저지른 실수에 대한 누명을 쓰고 떠났던 처남 요한과 옛 연인 로나가 고향으로 돌아온다. 베르니크는 자신의 추악한 비밀이 밝혀질 위기에 처하자 요한을 떠나보낼 생각으로 무리하게 배를 출항시키려 하는데….

11월19일부터 30일까지 LG아트센터.

goolis@sportsq.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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