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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무' 악조건, '3거리' 스포츠 마케팅으로 이겨낸 제주 유나이티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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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무' 악조건, '3거리' 스포츠 마케팅으로 이겨낸 제주 유나이티드
  • 박상현 기자
  • 승인 2014.11.27 11:1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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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산업대상 영예...제주도 전체 인구 팬 만들기 위해 지역밀착 마케팅, 중국 관광객까지 유치 노력

[스포츠Q 박상현 기자] K리그에서 축구팬들의 호불호가 분명하게 엇갈리는 구단이 있다. FC서울과 제주 유나이티드가 가장 대표적이다. 각각 안양과 부천에서 다른 연고지로 떠난 구단이라는 점이 이들 구단의 '아킬레스건'이다.

서울은 1000만 인구의 힘을 등에 업고 수원 삼성과 함께 최고 인기 구단이 됐지만 제주는 그렇지 못했다. 수도권 연고라는 프리미엄을 버리고 60만 인구의 제주도로 갔다. 게다가 제주월드컵경기장이 있는 서귀포는 인구가 지난해 말 기준으로 15만명에 그친다.

제주는 팬들의 이목과 관심을 끌기에 최악의 조건이다. 섬이기 때문이다. 육지라면 인구가 적더라도 다른 시도에서 팬들을 끌어모을 여지가 있지만 섬은 그렇지 못하다. 고립무원이다. 제주도가 아닌 다른 시도의 팬들이 제주의 홈경기를 보려면 비행기나 배를 타고 와야 한다.

이런 이유로 제주 구단은 경기 평균 관중이 적은 팀에 속한다. 연고 이전 첫 시즌인 2006년 제주 경기 평균 관중은 5079명으로 당시 14개팀 가운데 최하위였다. 관중 규모 1위인 수원 삼성(2만306명)의 25%에 불과했다. 2011년에는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 진출이라는 프리미엄이 있었는데도 평균 관중이 4498명으로 처음으로 5000명 이하로 떨어졌다. 역시 관중 규모 최하위였다.

▲ [스포츠Q 노민규 기자] 장석수 제주 유나이티드 대표이사(오른쪽)가 26일 서울 강남구 코엑스 컨퍼런스룸에서 열린 대한민국 스포츠산업대상 시상식에서 홍보 영상을 시청하고 있다.

그러나 2012년부터 제주가 달라졌다. 줄곧 하위권에서 머물렀던 제주는 2012년 평균 6538명의 관중을 유치하며 16개팀 가운데 7위로 올라섰다. 전년도 대비 2000명이나 늘어난 것은 분명 성과였다.

지난해도 6464명으로 전체 8위였고 올해는 6814명으로 전체 6위를 달리고 있다. 수도권 팀인 인천(4569명), 성남(3790명)보다도 많은 수치로 이제 7000명 시대도 꿈이 아니다.

제주가 이처럼 달라질 수 있었던 것은 '이대로는 안된다'는 위기 의식이 발동했기 때문이다. 팬들을 끌어모으기에 악조건이기 때문에 더욱 분발했다. 지역 밀착 마케팅으로 팬들을 적극적으로 끌어모았다. 경기가 열리는 날은 언제나 축제의 장으로 만들었다.

◆ 지하철·대학·제조업 근로자가 없는 '3무' 극복하다

"제주월드컵경기장이 있는 서귀포시는 '3무(無)'라고 합니다. 지하철이 없고 대학이 없습니다. 그리고 주말에 경기를 보러올 제조업 근로자가 없습니다."

지난 26일 서울 강남구 코엑스 컨퍼런스룸에서 열린 제10회 대한민국 스포츠산업대상 시상식에서 대상을 수상한 장석수 제주 유나이티드 대표이사가 가장 먼저 꺼낸 말이다.

전국 어느 K리그 구단의 홈구장을 가도 지하철, 대학, 제조업 근로자 가운데 어느 것 하나는 있기 마련이다. 하지만 제주는 지하철은커녕 아예 철도 자체가 없어 대량 수송이 불가능하다. 대학 역시 제주특별자치도 도청소재지인 제주시에만 있을 뿐이다.

제조업 근로자가 관중 유치에 있어 유리한 이유는 바로 주말에 확실히 쉬는 확실한 고정 인구가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서비스업 근로자는 주말에도 일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주말에 경기를 보러 갈 여건이 되지 않는다.

게다가 서귀포시는 전형적인 어촌 도시이자 관광 도시다. 아니, 제주도 자체가 하나의 관광 도시여서 제조업으로 경제를 이끌어 가는 지역이 아니다. 주말 관중 동원에 크게 불리하다.

▲ [스포츠Q 노민규 기자] 장석수 제주 유나이티드 대표이사가 26일 서울 강남구 코엑스 컨퍼런스룸에서 열린 대한민국 스포츠산업대상 시상식에서 대상을 수상한 뒤 인사말을 하고 있다.

장석수 대표는 "이런 열악한 환경 때문에 관중이 안온다며 그냥 있을 수는 없지 않겠느냐. 가장 먼저 관중의 타깃 지역부터 넓혔다"며 "서귀포는 10만 정도에 불과하지만 제주월드컵경기장에서 반경 1시간 이내에 있는 제주와 성산, 모슬포의 인구만 50만이다. 이들을 어떻게 오게 할 것이냐를 주목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미 잘 알려져있듯이 서귀포와 제주는 교통편이 그리 편한 편이 아니다. 1시간 이내라면 가까운 거리라고 하겠지만 대중교통보다 관광교통이 더 발달한 제주도 내에서는 결코 편하지 않다. 게다가 야간 경기라도 벌어지면 더더욱 그렇다. 불편한 교통편을 상쇄할 수 있는 뭔가가 필요했다.

이에 대해 장 대표는 "팬들에게 축구만 보러오라고 한다면 분명 오지 않을 것"이라며 "K리그 경기를 하나의 축제의 장으로 만들었다. 온갖 행사를 만들어 제주도민에게 볼거리, 즐길거리, 먹거리를 제공했다"고 말했다. 이른바 제주의 '3거리'다.

삼무(無)를 딛고 팬들에게 '삼다(多)'를 제공하는 마케팅을 활발히 전개한 것이다.

이를 위해 제주 구단 자체를 하나의 '볼거리'로 만들기에도 온갖 노력을 기울였다. 그 결과 박경훈 감독의 온갖 퍼포먼스가 나왔다.

박경훈 감독은 구단의 흥행과 홍보와 관련한 일이라면 무조건 한다. 망가지는 것도 서슴지 않는다. 지난해 5월 서울과 경기를 '탐라대첩'으로 명명하면서 박 감독은 베레모와 검은 선글라스, 군복을 입었다. 박경훈 감독의 군복 패션이 화제를 모으면서 당시 1만8751명의 관중이 몰렸다.

이후 박 감독은 배우 김보성의 '의리 컨셉트'를 그대로 차용해 선글라스와 가죽 재킷을 입었고 최근에는 마에스트로로 변신, 교향악단을 지휘하기도 했다.

또 경기가 열리는 제주월드컵경기장은 일종의 장터처럼 변해 가족의 나들이 코스로 변모한다. 장터에는 당연히 먹거리와 즐길거리가 풍부하다. 제주 구단 역시 경기장 외부에 어린이와 청소년이 마음껏 뛰어놀 수 있는 다양한 놀이기구를 배치한다. 굳이 경기장이 아니더라도 제주 팬들의 관심을 끌어모으기 위해 슈팅스타 이벤트 등을 제주시, 서귀포시 곳곳에서 실시하기도 한다.

그 결과 제주는 지난해 적극적인 마케팅 활동을 펼친 구단을 언론사 투표로 뽑는 '팬 프렌들리 클럽상'을 받았고 이는 스포츠산업대상 최고의 영예로 이어졌다.

▲ 제주 구단은 관중들을 끌어모으는데 불리한 악조건을 딛고 제주도민들에게 밀착하는 마케팅으로 팬들을 불러모으고 있다. 사진은 제주 구단이 시행하고 있는 슈팅 스타 이벤트. [사진=제주 유나이티드 제공]

◆ 중국 관광객도 제주 팬으로 만든다

장석수 대표의 야심은 하나 더 있다. 관광객도 제주 구단의 팬으로 만든다는 것이다. 이 가운데 제주도로 몰려드는 중국 관광객이 제주 구단의 다음 타깃이다.

장석수 대표는 "2002년 한일 월드컵 당시 중국의 경기가 열렸던 곳이 바로 제주월드컵경기장"이라며 "당시 브라질과 경기가 벌어졌다. 비록 중국이 0-4로 완패하긴 했지만 중국 관광객들은 중국 축구의 유일한 월드컵 본선이 열렸던 제주월드컵경기장을 하나의 관광 코스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 때문에 장 대표는 2011년 AFC 챔피언스리그 기회를 살리지 못한 것을 가장 아쉬워한다. 당시 제주는 감바 오사카, 텐진 테다, 멜버른 빅토리와 함께 E조에 편성됐지만 2승 1무 3패에 머물면서 16강 진출에 실패했다.

장 대표는 "당시 텐진과 홈경기에서 관중이 고작 5000여명밖에 오지 않았다"며 "중국 관광객을 대상으로 적극적으로 홍보했다면 기회를 제대로 살릴 수 있었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에 장 대표는 제주의 AFC 챔피언스리그 진출을 당면 과제로 삼는다. 이미 K리그 클래식에서는 3위 안에 들지 못해 AFC 챔피언스리그 진출에 실패했지만 내년에는 기필코 3위권에 진입해 2016년 본선 티켓을 따내겠다는 각오다.

장 대표는 "2016년 AFC 챔피언스리그에 진출하게 되면 최소 3만의 중국 관광객을 유치할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며 "제주도는 중국 관광객이 끊이지 않는 관광 특구다. 관광 제주라는 특성에 맞는 마케팅을 진행해 나가겠다. 스포츠 마케팅의 개척자라는 정신을 갖고 계속 구단을 성장, 발전시켜 향후 5년 이내에 K리그 클래식 우승까지 이뤄낼 수 있는 명문 구단으로 도약할 것"이라고 다짐한다.

불리한 여건을 딛고 팬들에게 친숙한 구단이 되기 위해 온갖 아이디어를 짜내며 스포츠 마케팅을 하는 제주 구단은 분명 K리그 팀들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 또 팬들을 굳이 국내로만 국한하지 않고 중국 등으로 넓힌다는 것 역시 주목할만하다. 제주의 스포츠 마케팅 실험은 내년, 내후년에도 계속 이어진다.

▲ [스포츠Q 노민규 기자] 장석수 제주 유나이티드 대표이사(왼쪽)가 26일 서울 강남구 코엑스 컨퍼런스룸에서 열린 대한민국 스포츠산업대상 시상식에서 김종 문화체육관광부 차관(가운데)으로부터 대상인 대통령 표창을 받은 뒤 포즈를 취하고 있다.

tankpark@sportsq.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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