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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Q현장] '화성인 첫 정상 습격' K리그도 두렵지 않은 화성FC의 진격 신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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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Q현장] '화성인 첫 정상 습격' K리그도 두렵지 않은 화성FC의 진격 신화
  • 박상현 기자
  • 승인 2014.11.29 19:1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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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천 꺾고 창단 2년만에 챌린저스리그 제패...'별들의 고향' 화성, 새로운 축구도시로 뜨다

[300자 Tip!] 차범근과 박지성은 한국 축구사에서 가장 성공한 축구인이다. 차범근은 현역 시절 세계 최고 리그였던 독일 분데스리가로 건너가 '레전드'가 됐고, 박지성은 PSV 아인트호번을 거쳐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로 이적하며 최고의 선수가 됐다. 두 축구 스타의 공통점이 있다. 바로 화성에서 축구 꿈을 키웠다는 점이다. 차범근 전 대표팀 감독 겸 해설위원은 화성이 고향이고, 박지성은 화성 안용중학교에서 처음으로 축구를 시작했다. 화성은 한국 축구 '별들의 고향'인 것이다. 그리고 화성은 2014년 겨울 문턱에서 의미있는 일을 하나 더 이뤄냈다. K리그 클래식(1부)·챌린지(2부), 실업축구 내셔널리그에 이은 한국 축구 4부리그 격인 챌린저스리그를 제패했다. 그것도 창단 2년만에.

▲ 화성FC 선수단이 포천종합운동장에서 29일 열린 포천시민축구단과 Daum K3 챌린저스리그 2014 결승전에서 3-1로 이기고 우승을 차지한 뒤 시상식에서 트로피를 들어올리며 환호하고 있다.

[포천=스포츠Q 글 박상현·사진 노민규 기자] 전국 어디를 가더라도 조기축구팀이 없는 지역은 많지 않다. 아마 거의 없을 것이다.

하지만 대한축구협회 또는 산하 연맹에서 운영하는 전국 규모 리그에 포함된 팀을 갖고 있는 지역은 한정되어 있다. K3 챌린저스리그가 2007년 시범리그를 거쳐 2008년 정식 출범하면서 전국 규모 리그에 포함된 팀의 연고지가 늘어나기 시작했다.

화성도 그런 지역 가운데 하나다. 예전 화성에 신우전자 팀이 챌린저스리그에 있었지만 2008년 삼척으로 연고지를 옮겼고 이후 해체됐다. 이후 지난해 화성FC가 출범했다. 올해 창단한 FC의정부와 함께 막내구단에 속하는 팀이다.

화성FC는 화성시와 화성시체육회, 화성시축구협회가 혼연일체가 돼 적지않은 지원을 받고 있다. 순수 아마추어리그인 챌린저스리그에 참여하는 18번째 구단이 된 화성FC는 시장이 구단주를 맡고 화성시축구협회장이 단장을 맡으며 향후 시민구단 탈바꿈을 계획하고 있다.

창단 때부터 화성FC는 K리그 진입을 목표로 했다. 프로축구 K리그와 실업축구 내셔널리그, 챌린저스리그 출신 할 것 없이 실력과 기량을 갖춘 선수들을 끌어들였다. 그리고 창단 첫 시즌인 지난해 B조에서 16승 5무 4패, 승점 53으로 1위를 차지하며 포스트시즌에 나가는 대이변을 연출했다.

플레이오프에서 파주시민축구단에 1-2로 지는 바람에 챔피언결정전에 나가진 못했지만 신생 구단으로서 플레이오프까지 나간 것은 분명 파란이었다.

그리고 화성FC는 두번째 시즌을 맞아 드디어 꿈에 그리던 정상을 밟았다. 올 시즌 역시 19승 2무 4패, 승점 59를 기록하며 통합 2위 자격으로 플레이오프에 직행한 화성FC는 지난 22일 이천시민축구단을 맞아 승부차기 끝에 이기고 챔피언결정전에 올랐다.

이어 화성FC는 29일 포천종합운동장에서 벌어진 Daum K3 챌린저스리그 2014 챔피언결정전에서 3년 연속 및 통산 4번째 우승을 노리던 포천시민축구단을 3-1로 완파하고 우승컵을 들어올렸다.

▲ 화성FC 김효기가 포천종합운동장에서 29일 열린 포천시민축구단과 Daum K3 챌린저스리그 2014 결승전에서 선제골을 넣은 뒤 환호하고 있다.

◆ 이변의 화성, 1패밖에 없던 포천 침몰시키다

포천시민축구단이 무난히 우승컵을 들어올린다는 것이 대부분 예상이었다. 그도 그럴 것이 일단 경기 자체가 포천시민축구단의 홈구장인 포천종합운동장이었다.

관중이 별로 많지 않다면 홈, 원정 분위기가 크게 다르지 않겠지만 포천시민축구단은 시민밀착형 구단으로 적지 않은 팬을 보유하고 있다. 여기에 전방 지역 특성상 군부대가 많아 외출을 나오거나 동원을 나온 군인들의 응원까지 등에 업는다.

이에 비해 화성FC는 원정팀이다. 화성종합경기타운에서 포천종합운동장까지 최단거리로 거의 100km나 된다. 고속도로를 통해 간다면 1시간 내외면 닿을 거리지만 같은 경기도권이기 때문에 2시간 이상이 걸린다.

부담되는 여정이었지만 화성에서 온 60여명 원정팬들은 버스 2대에 나눠타고 포천종합운동장에 모여들었다. 포천 홈팬들에 비하면 보잘 것 없는 규모지만 뿔나팔과 응원용 막대 풍선을 두들기며 화성 선수들의 기운을 북돋왔다.

그래도 화성에 불리한 점은 또 하나 있었다. 바로 승부차기까지 가는 접전 끝에 챔피언결정전에 올라왔다는 점이다. 물론 플레이오프는 일주일 전인 22일에 치러졌기 때문에 체력적으로 문제가 없다고는 하지만 한달 가량 휴식을 취하며 팀 전력을 추스른 포천보다 분명 불리했다.

게다가 포천시민축구단은 올시즌 단 1패만 기록한 팀이다. 25경기를 무려 21번을 이기고 무승부도 3차례에 지나지 않았다. 여러모로 봐도 포천시민축구단의 우세를 점치는 것이 당연했다.

하지만 화성FC는 미드필드부터 팽팽한 접전을 이어가며 포천에 밀리지 않았다. 올 시즌 전적에서 포천에 1무 1패로 열세였지만 창단 2년만에 찾아온 우승의 기회를 놓치지 않겠다는 듯 허리부터 탄탄하게 압박을 펼쳐가며 포천과 대등하게 맞섰다.

팽팽했던 승부의 균형은 화성FC의 역습에서 깨졌다. 전반 22분 오주현의 스루패스가 포천 수비수의 발을 지나 곧바로 페널티구역으로 쇄도하던 김효기에게 향했고 침착하게 밀어넣으며 선제골을 넣었다.

일격을 받은 포천이 공격에 비중을 두면서 화성FC에 더 많은 기회가 생겼고 전반 31분 김동욱이 역습 상황에서 멋진 중거리 슛으로 결승골을 만들어냈다.

화성FC는 후반 8분 김효기가 직접 얻어낸 페널티킥을 직접 성공시키며 3-0까지 달아나며 쐐기를 박았다.

김종부(49) 화성FC 감독은 "포천이 만만한 팀이 아니기에 전반 2-0 가지고는 안심할 수 없었다. 페널티킥 골이 들어가고 나서야 안심했다"며 "선수들이 이렇게 잘해줄 것이라고 생각하지 못했다"고 흐뭇해했다.

이어 "준비나 동기 부여 측면에서 잘 됐던 것 같다. 물론 포천시민축구단도 준비를 철저하게 했지만 반드시 이기겠다는 정신력이 우리 쪽이 더 강하지 않았나 생각한다"고 말했다.

▲ 화성FC 선수들이 포천종합운동장에서 29일 열린 포천시민축구단과 Daum K3 챌린저스리그 2014 결승전에서 3-1로 이기고 우승을 차지한 뒤 김종부 감독을 헹가래치고 있다.

◆ K리그 진출을 목표로 한 화성FC의 도전

화성FC는 처음부터 K리그 진입을 목표로 했다. 화성시는 물론이고 시 체육회와 시 축구협회까지 삼위일체가 돼 화성FC에 대한 지원을 아끼지 않았다.

특히 채인석 시장은 화성시가 올해 10월 기준 54만명의 적지 않은 인구를 자랑하지만 도청 소재지인 수원시의 그늘에 가려져있는 것을 늘 아쉬워했다. 이에 문화와 체육 도시로 키우겠다는 계획을 갖고 있었다.

이 때문에 화성시는 스포츠에 대한 적지 않은 투자를 감행했다. 화성종합경기타운을 만든 뒤 V리그 여자부 IBK기업은행을 유치하는데 성공했다. 또 소치 동계올림픽 금메달리스트 박승희(22)를 보유한 화성시청 빙상팀이 있고 넥센 2군팀인 화성 히어로즈까지 유치했다. 명실상부한 스포츠 강소도시로 키우기 위한 구상이었다.

조영호(45) 화성시체육회 사무국장은 "현재 화성시와 시체육회의 직장운동부로 펜싱, 사격, 육상, 배구, 빙상, 수영팀이 있다. 또 IBK기업은행 팀을 유치하는 등 시민들이 더욱 가깝게 스포츠를 즐길 수 있도록 하고 있다"며 "그래도 스포츠의 꽃은 아무래도 축구다. 축구를 통해 시민들이 하나가 되는 계기가 됐으면 좋겠다. 창단 2년차로 지금까지는 잘 운영되고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하지만 화성시나 체육회, 축구협회는 구태여 화성FC의 K리그 진입을 서둘지 않겠다는 방침이다. 김종부 감독은 "우리 팀의 전력만 놓고 본다면 K리그 챌린지 팀과 견줘도 크게 뒤지지 않는다고 생각한다"고 말하지만 정작 이유는 따로 있다.

조영호 사무국장은 "화성FC가 시민구단을 목표로 하지만 아직까지는 지자체의 예산을 갖고 운영한다. 프로팀이 되려면 운영비가 많이 든다"며 "화성FC가 언젠가는 K리그에 진입하긴 하겠지만 아직은 때가 아니라고 생각한다. 챌린저스리그부터 꾸준히 실력을 쌓고 팬들을 끌어모아 화성시민들 모두가 호응하는 축구단이 됐을 때 비로소 시민구단이 돼 K리그에 당당하게 진입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결국 서둘러 K리그 시민구단을 창단해 시민들의 세금을 투자하는 것보다 실력을 쌓고 전폭적인 지지와 관심을 바탕으로 팬층을 확보한 후에 비로소 K리그에 나가겠다는 장기 프로젝트인 셈이다.

▲ 화성FC 선수들이 포천종합운동장에서 29일 열린 포천시민축구단과 Daum K3 챌린저스리그 2014 결승전에서 3-1로 이기고 우승을 확정지은 뒤 그라운드에서 기쁨을 나누고 있다.

◆ "화성엔 축구 좋아하는 팬 많다" 화성FC의 밝은 미래

이날 화성시에서 온 팬들은 60여명 정도였다. 물론 시 체육회 관계자도 있었지만 순수 팬들도 적지 않았다.

이원하(54) 씨는 "화성에는 축구를 좋아하는 팬들이 많다. 하지만 아직까지는 확연하게 드러나지 않을 뿐"이라고 말했다. 한국영화배우협회 및 방송연기자협회 소속 연기자라고 밝힌 이 씨는 "안성기, 박중훈, 공형진, 황정민 등과 함께 영화배우 축구단에서 활동하고 있다"며 "고향인 화성을 대표하는 화성FC 응원을 오는 것은 당연하지 않느냐"며 환호성을 질렀다.

화성시는 차범근, 박지성 등을 배출한 고장이긴 하지만 학교 축구팀이 많지 않다. 이 때문에 적지 않은 선수들이 수원 등 인근 대도시로 유출된다. 현재 화성시에는 화산, 장안, 매성 등 초등학교 세 팀과 박지성의 모교인 안용중까지 학교 축구부가 네 팀에 불과하다.

이에 대해 안영현(43) 화성시축구협회 사무국장은 "화성종합경기타운이라는 훌륭한 인프라를 가지고 있는데다 관중들의 호응도 좋다. 시장성은 있다고 봐야 한다"며 "아무래도 화성시에 성인축구팀이 없었기 때문에 다른 지역으로 전출을 가는 사례가 많았다. 그렇기에 성인축구팀이 화성시에 필요했고 그 역할을 화성FC가 해주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안 국장은 "화성시에 고등학교 팀이 없는대신 이번에 18세 이하(U-18) 클럽을 만들었다"며 "또 현역 시절 스타 출신인 김종부 감독의 지도 아래 화성FC가 쑥쑥 성장하고 있는만큼 이번을 계기로 챌린저스리그의 강호로 오랫동안 남는다면 화성에 축구 바람이 불 것"이라고 덧붙였다.

1998년 거제고에서 우승을 차지한 이후 16년 만에 전국대회 우승의 기쁨을 맛본 것 같다는 김종부 감독은 "이번 챌린저스리그 우승이 하나의 계기가 됐으면 좋겠다"며 "당장 단기적으로는 몇몇 선수들이 공익근무 생활을 마치고 프로로 돌아가기 때문에 이에 대한 공백을 메워야 한다. 하지만 장기적으로 본다면 화성FC를 명실상부한 강팀으로 키워 프로팀 못지 않은 실력을 갖춘 팀이 돼 프로팀으로 발전했으면 한다"는 뜻을 피력했다.

[취재후기] '축구 수도'를 자처하는 수원시 바로 옆의 화성시에 적지 않은 축구 스타가 배출됐지만 그동안 성인축구팀이 거의 없었기에 초중고팀도 제대로 만들어지지 않았다. 축구를 하려면 바로 옆 도시인 수원으로 가야만 했다. 하지만 화성FC가 창단 2년만에 챌린저스리그를 제패함으로써 화성시가 또 다른 '축구 도시'로 발전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했다. 이미 챌린저스리그 팀으로 부천FC1995 등이 K리그 챌린지에 진출해 있다. 화성FC는 서둘지 않고 '정중동'을 택했다. 내실을 기한 뒤에 K리그로 나가겠다는 야심이다. 챌린저스리그 제패는 바로 그 출발점이다.

tankpark@sportsq.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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