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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Q포커스] '실패했지만 좌절은 없다' 한두솔의 당찬 일본 도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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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Q포커스] '실패했지만 좌절은 없다' 한두솔의 당찬 일본 도전
  • 박상현 기자
  • 승인 2014.12.02 10:3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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빠른 공 구속 느려 국내 구단서 외면…변화무쌍한 변화구에 반한 일본서 러브콜

[스포츠Q 박상현 기자] "일본에서 열심히 공 던지는 기술을 익히다 보면 공 속도도 올라가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공 속도가 느린 것이 단점이라면 익혀야죠. 그리고 일본 프로야구까지 도전해보겠습니다."

전화를 통해 들려오는 광주일고 에이스로 활약했던 좌완투수 유망주 한두솔(18)의 목소리에는 힘이 실려 있었다. 국내 프로야구 드래프트에서는 지명을 받지 못했지만 일본 사회인야구를 통해 프로야구까지 진출하겠다는 당찬 각오였다.

한두솔은 1일 일본 스포츠 일간지 스포츠닛폰을 통해 오사카에 위치한 리세이샤 의료 스포츠 전문학교에 입학한 뒤 학교의 사회인 야구팀에서 뛰게 됐다는 소식이 전해진 뒤 적지 않은 유명세를 치렀다.

지난 9월 태국에서 열렸던 18세 이하(U-1) 아시아선수권에서 한국의 우승을 이끈 주역이었던 한두솔은 명실상부한 광주일고의 에이스였다.

2학년 때인 지난해 9경기에에 나와 2승 2패, 2.25의 평균자책점을 기록한 그는 올해 16경기에서 7승 3패, 2.25의 평균자책점을 올리며 에이스다운 면모를 보였다.

▲ 한두솔은 광주일고의 명실상부한 에이스지만 빠른 공의 속도가 시속 140km에 미치지 못해 프로팀의 선택을 받지 못했다. 한두솔은 국내 대학 대신 일본 진출을 택했다. [사진=한두솔 제공]

하지만 그는 국내 프로야구로부터 선택을 받지 못했다. 호남야구의 중심이라고 일컬어지는 광주일고의 에이스로서는 견디기 힘든 굴욕이 될 수 있었다.

이유는 구속이었다. 빠른 공의 구속이 140km를 넘지 못한 것이 프로팀 스카우트들로부터 좋은 점수를 받지 못했다. 빠른 공을 우선으로 여기는 스카우트들의 기준에는 전혀 맞지 않았다.

한두솔에게 선택의 여지는 있었다. 국내 대학에서 러브콜이 왔다. 그러나 그는 일본행을 택했다.

◆ "이렇게 좋은 투수인데…다른 이상 있는 것 아니냐고 묻더라"

한두솔과 그의 부모는 김경창 HB 스포테인먼트 대표를 찾아갔다. 국내 대학팀을 선택하려고 했다면 그를 찾아가지 않았을 것이다. 명백히 일본행을 원해 찾아간 것이었다.

김경창 대표는 "부모님과 선수 본인이 국내 대학에 갈 생각이 없다고 했다. 일본으로 괜찮은 선수가 몇몇 가고 있으니까 일본을 연결시켜달라고 했다"며 "처음에는 국내 대학을 적극 권유했지만 완강했다. 에이전트 계약을 맺고 가장 적합하고 장래성이 있는 곳을 골랐다"고 설명했다.

김 대표는 일본 대학보다는 2년 정도 사회인야구에서 뛰다가 프로로 가는 방법을 택했다. 이 가운데 팀도 우수하고 선수 본인의 계약 조건을 제대로 맞춰줄 수 있는 곳이 리세이샤 학교였다.

이어 "일본에 4년제 대학도 많이 있지만 대학보다 오히려 코칭스태프가 우수하다. 사회인야구에서 뛰면서 일본야구에 적응하고 프로에 가는 방법을 택했다"고 말했다.

리세이샤 학교에서 테스트를 받는 과정에서 스포츠닛폰 등 스포츠 일간지 기자들이 직접 그를 찾아왔다. U-18 아시아야구선수권에서 한국의 우승을 이끌었던 고졸 예정 유망주가 한국 프로팀도, 일본 프로팀도 아닌 일본 사회인야구팀으로 온다는 소식이 신기했던 것이다.

▲ 한두솔은 구속이 빠르진 않지만 변화구와 제구력이 일품이다. 변화무쌍한 구종을 바탕으로 지난해와 올시즌 모두 2.25의 평균자책점을 기록했다. [사진=한두솔 제공]

테스트를 받은 결과 리세이샤 학교의 코칭스태프의 눈이 커졌다. 어떻게 저런 선수가 한국 프로야구팀의 선택을 받지 못했느냐는 것이다.

김 대표는 "리세이샤 학교의 모리아코 마사아키 감독이 직접 만족감을 표시하며 즉시 전력감이라고 했다. 특히 테스트 당시 변화구가 더욱 강력해져 좋은 평가를 받았다"며 "모리아코 감독은 '스키우치 도시야(34·요미우리 자이언츠)와 같은 선수라고 했다. 오히려 저렇게 좋은 선수가 한국 프로팀의 선택을 받지 못한 것에 대해 의아하게 생각하더라"고 밝혔다.

혹시 몸에 다른 이상이 있거나 말하지 못할 여러 문제가 걸려있지 않느냐고 물어왔다. 좋은 선수가 프로팀에 가지 못할 이유가 없다는 것이었다. 물론 아무런 이상이 없었다.

이후 한두솔에 대한 평가가 달라졌다. 한두솔이 직접 오사카에 가서 테스트를 받았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김경창 대표에게 일본 프로야구팀의 문의 전화까지 걸려왔다.

김 대표는 "팀 이름을 밝힐 수 없지만 유명 팀으로부터 적지 않은 전화가 걸려왔다. 기왕이면 프로팀에서 뛰는 것이 낫지 않겠느냐는 얘기가 있었다"며 "하지만 당장보다 미래를 택했다. 일본 야구에 적응하지 못한채 서두르다가 일을 그르칠 수 있다. 2년 정도 일본 야구에 적응하면서 프로 드래프트를 노리는 것이 가장 현실적"이라고 말했다.

▲ 에이전트를 통해 일본 야구 진출을 꾀한 한두솔은 일본 오사카 리세이샤 의료 스포츠 전문학교에 입학했다. 당시 한두솔은 테스트를 통해 즉시 전력감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사진=한두솔 제공]

김경창 대표는 한두솔이 프로 드래프트에서 선택을 받지 못한 것은 빠른 공이 없으면 통하지 않을 것이라는 국내 스카우트들의 선입견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김 대표는 "프로 스카우트들의 입장에서는 3, 4년 정도 대학에서 뛰고 오면 더 성장해서 올 것이라고 생각했던 것 같다. 하지만 국내 스카우트들의 선입견이 아쉽다"며 "일본은 빠른 공보다 제구력과 변화구만 좋으면 어떻게든 훌륭한 선수로 성장한다. 결과적으로 좋은 선수가 국내에서 크지 못하고 일본으로 유출되는 결과가 되는 것 같아 아쉽다"고 말했다.

◆ "아직 덜 배워서 그런 듯, 일본에서 확실히 배우겠다"

김선섭 광주일고 감독은 일본 스포츠 일간지의 보도가 나온 후에도 한두솔이 일본 사회인야구팀에서 뛴다는 소식을 전해듣지 못했다.

김 감독은 "(한)두솔이가 일본 대학의 면접을 보러간다는 얘기는 했다. 일본 오사카 지역이라고 했다"며 "하지만 사회인야구팀이라는 얘기는 처음 들었다. 좋은 선택이길 바란다"고 말했다.

이어 김 감독은 "14년 동안 가르친 제자 가운데 최고라고 말할 수 있다"며 "성실하고 야구밖에 모르는 선수다. 경기 운영이나 배짱, 제구력 등 투수로서 갖춰야 할 모든 장점을 다 갖춘 선수"라고 평가했다.

그럼에도 드래프트에서 선택을 받지 못했다.

김 감독은 "두솔이는 드래프트 상위 순위 지명을 받을 것으로 생각했다. 탈락했을 때 너무 충격이었다"며 "그래도 나보다 두솔이가 더 충격을 받았을 것이다. 국내 스카우트들은 '대학을 다녀오면 더 좋은 공이 나올 것 같다', '좋은 투수가 되려면 3~4년 정도 더 걸린다'는 얘기를 해왔다"고 밝혔다.

▲ 한두솔은 구속이 빠르진 않지만 변화구가 좋다는 평가를 받는다. 김선섭 광주일고 감독은 14년 지도자를 하면서 최고의 선수라고 극찬한다. [사진=한두솔 제공]

한두솔 역시 리세이샤 학교에서 자신의 새로운 야구 인생을 꿈꾼다. 사회인야구팀을 통해 야구를 더 배운 뒤 일본 프로팀에 당당하게 도전하겠다는 것이다.

한두솔은 "국내 대학의 제의도 있었지만 일본이 야구를 공부하는데 더 좋은 환경이라고 생각했다"며 "2년제 전문대학이긴 하지만 야구에만 전념할 수 있는 팀이다. 무엇보다도 일본어를 확실하게 익히면서 일본 야구에 적응하려고 한다"고 전했다.

이어 "일단 내년 잘하면 일본 프로야구 드래프트에 참가할 수 있는 시기도 앞당겨지지 않겠느냐"며 "내가 내년에 얼마나 어떻게 해주느냐에 따라 일본 프로야구 진입 시기가 정해질 것 같다"고 덧붙였다.

한두솔의 욕심은 역시 스피드다. 빠른 공의 속도가 나오지 않아 외면을 받았던만큼 어쩌면 당연한 일이다.

한두솔은 "아직 덜 배운 것 같으니 일본에서 기술을 더 배우면 공의 속도가 좀 더 나오지 않을까 생각한다. 일본에서 배울 것이 많을 것 같다"며 "아직 일본에서 어떤 보직을 맡을지는 정해지지 않았다. 선발이든 중간투수든 일단 경기를 뛰고 싶다는 생각 뿐"이라고 말했다.

또 한두솔은 "지금은 보통 수준이라고 생각한다. 실력을 더 쌓아서 좋은 투수가 되고 싶다"며 "일본에 가서 더 좋은 투수가 되고 싶다. 성장해서 잘하고 있는 모습을 한국 야구에 꼭 보여주고 싶다"는 각오도 함께 밝혔다.

▲ 한두솔(오른쪽)은 올해 태국에서 열린 18세 이하 아시아야구선수권에서 한국의 우승을 이끌었다. 사진은 대표팀 소집 당시 동료와 기념촬영을 하고 있는 한두솔. [사진=한두솔 제공]

tankpark@sportsq.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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