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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Q포커스] '올림픽 어젠다 2020', 평창 올림픽에 미칠 여파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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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Q포커스] '올림픽 어젠다 2020', 평창 올림픽에 미칠 여파는
  • 박상현 기자
  • 승인 2014.12.09 11: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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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에 상관없이 여러 도시서 올림픽 개최 가능…평창-일본내 도시 분산 개최에 대한 제안도 나와

[스포츠Q 박상현 기자] 국제올림픽위원회(IOC)가 올림픽과 관련한 여러 어젠다를 하나로 묶은 '올림픽 어젠다(Olympic Agenda) 2020' 가운데 복수의 도시에서 올림픽을 개최하는 핵심 안건을 통과시키면서 4년 앞으로 다가온 평창 동계올림픽에 미칠 영향에 대해 관심이 쏟아지고 있다.

IOC는 8일(한국시간) 모나코에서 제127차 임시총회를 열고 복수의 국가 또는 도시에서 올림픽을 개최하는 방안을 만장일치로 통과시켰다.

이에 따라 국가에 상관없이 여러 도시에서 동·하계 올림픽을 분산 개최 및 공동 개최할 수 있는 길이 열렸다.

그동안 IOC는 동·하계 올림픽을 개최하면서 1국가 1도시 개최 원칙을 고수해왔다. 이 원칙이 예외였던 것은 1956년 호주 멜버른 하계 올림픽 뿐이었다. 당시 호주의 검역 정책으로 해외에서 말을 들여올 수 없었기 때문에 승마 종목만 별도로 스웨덴 스톡홀름에서 열렸다.

이를 제외하고는 언제나 1도시 개최 원칙이 지켜져왔다. 축구 등 일부 종목이 올림픽 개최도시가 아닌 같은 국가내 도시에서 치러진 적은 있었지만 어디까지나 보조 개념이었다. 그러나 어젠다 2020는 올림픽 개최도시가 복수가 될 수 있다는 길을 열었다.

◆ 취임 1년 맞은 바흐 위원장의 40개 어젠다 '어젠다 2020'

올림픽 복수도시 개최 방안은 '올림픽 어젠다 2020'의 일부다. 지난해 9월 취임한 토마스 바흐 위원장은 2020년까지 실행될 올림픽 무브먼트의 중장기 로드맵으로 '올림픽 어젠다 2020'을 만들었다. IOC의 향후 미래 전략과 계획이 모두 담겨있는 과제들이다.

'올림픽 어젠다 2020'는 올림픽 관련 20개 어젠다와 IOC 관련 20개 어젠다 등 모두 40개의 어젠다로 구성됐다. 40개 어젠다는 올림픽의 독창성, 선수들을 위한 올림픽 무브먼트, 올림피즘의 영향력 강화, IOC의 역할, IOC의 조직 구성 등 5개의 대주제에 포함되어 있다.

이 가운데 제127차 임시총회는 올림픽의 독창성이란 대주제에 포함된 한 국가 여러 도시 또는 2개국 이상의 여러 도시에서 올림픽을 개최할 수 있는 방안을 통과시켰다.

IOC가 1도시 개최 원칙을 버린 것은 올림픽을 개최한 도시가 대회를 치른 후 극심한 적자에 시달리면서 최근 올림픽 유치를 철회하는 도시들이 늘어났기 때문이다.

이미 밴쿠버 동계올림픽과 소치 동계올림픽은 올림픽을 유치하고 개최하는데 막대한 비용을 투자했고 이로 인해 적지 않은 부채를 질 수밖에 없었다. 캐나다의 경우 밴쿠버 동계올림픽에 앞서 벌어졌던 1976년 몬트리올 하계올림픽 당시도 부채에 시달려 최근까지 이를 상환하기 위해 뼈를 깎는 노력을 기울여야만 했다.

이 때문에 노르웨이 오슬로는 2022년 동계올림픽 유치에 뛰어들었다가 포기, 후보 도시가 카자흐스탄 알마티와 중국 베이징 등 2개 도시로 줄었다. 이는 성공적인 올림픽을 개최해야 하는 주체인 IOC에 분명히 큰 부담이다.

이를 위해 IOC는 '공동 유치 허용 카드'를 꺼내들었다. 올림픽을 분산 개최하면 그만큼 비용을 절감할 수 있다는 것이다. 여기에 올림픽이 대도시에서만 벌어지는 집중 현상을 막고 올림픽을 열 때 경기장을 새로 짓지 않고 이미 존재하는 경기장과 시설을 활용할 수 있다.

어젠다 2020은 복수 도시 개최 외에도 임시 또는 철거가 가능한 경기장을 짓는 방안을 권고하는 한편 25개 핵심 종목과 3개의 추가종목을 더해 28개의 올림픽 정식종목(300개 세부종목)만을 허용했던 것에서 세부종목을 310개 이하로 늘리는 것도 허용하기로 했다.

특히 올림픽 개최국 조직위원회에서 원하는 세부종목을 1개 또는 그 이상을 제안하면 이를 허용한다는 조항도 있다. 만약 2020년 올림픽을 개최하는 도쿄올림픽조직위원회가 야구와 소프트볼을 희망 세부종목으로 제안하면 올림픽 종목 진입이 가능하다. 이외에도 가라테의 올림픽 종목 진입에 모든 힘을 기울이고 있는 일본이 도쿄 올림픽에 이를 종목으로 편입시키고자 한다면 2020년 대회에 한해 정식 종목으로 편입될 수도 있다.

◆ 바흐 위원장의 제안이 신경 쓰이는 평창

2018년 평창 동계올림픽과 2020년 도쿄 하계올림픽은 어젠다 2020에 관계없이 단독개최가 결정된 상태다. 어젠다 2020의 내용에 따라 평창 동계올림픽이 평창-나가노 동계올림픽이 되고 반대로 도쿄 올림픽이 도쿄-서울 하계올림픽이 될 수 있는 일은 없다.

하지만 바흐 위원장의 제안이 신경 쓰인다. 바흐 위원장은 IOC 집행위원회 이후 열린 기자회견에서 "어젠다 2020이 확정되면 비용을 절감하기 위해 동·하계 올림픽을 치르는 한국과 일본이 일부 종목에 한해 분산 개최하는 것이 가능하다"고 언급했다.

발언의 내용을 들어보면 가능하다는 정도지만 그의 IOC 위치를 생각한다면 제안이나 다름없다. 이 때문에 일부 외신들은 "평창올림픽조직위원회에서 썰매 등 일부 종목을 일본에서 치르는 방안을 고려하고 있다"는 보도를 내놓기도 했다.

물론 평창올림픽조직위원회와 도쿄올림픽조직위원회의 협의와 합의가 필요한 사항이긴 하지만 어젠다 2020의 복수 도시 개최 방안이 통과된 시점에서 2018년 평창 동계올림픽과 2020년 도쿄 하계올림픽은 복수 도시에서 올림픽이 열리는 것이 대회 운영상 크게 문제가 되지 않는다는 것을 테스트할 수 있는 좋은 기회다.

결국 구닐라 린베리 IOC조정위원장은 다음주까지 평창 대신 썰매 종목을 치를 수 있는 외국 경기장 12곳을 평창올림픽조직위원회에 통보하겠다고 밝히면서 이는 공론화됐다.

일단 정부와 조직위원회, 강원도는 입을 모아 반대 목소리를 내고 있다.

최문순 강원도지사는 "이미 경기장 6곳을 모두 착공한 상황에서 경기 장소를 변경하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말했고 조규석 강원도 동계올림픽추진본부장 역시 "올림픽 분산 개최 주장은 받아들일 수 없으며 특히 경기 장소를 일본으로 옮기는 것은 국민 정서에도 맞지 않는다"고 입장을 분명히 했다. 평창에서는 때에 따라서는 개최권 반납도 불사하겠다고 벼르고 있다.

하지만 어젠다 2020이 올림픽을 경제적으로 치르기 위한 IOC의 연구에서 나온 것이고 이를 기초로 한 바흐 위원장의 제안인만큼 이에 대한 철저한 맞대응 논리가 필요한 것도 사실이다.

이미 평창동계올림픽 개폐회식장을 놓고 평창에 새로 짓느냐 아니면 강릉종합운동장을 리모델링하느냐를 놓고도 정부와 강원도, 평창군의 갈등이 심한 상황이다. 이것만으로도 IOC의 분산 개최 요구에 대한 명분이 생겼다는 것이 체육계의 시각이다.

그러나 국민 정서 등에 얽매여 마냥 반대만 할 수 있겠느냐는 시각도 있다. IOC가 썰매 종목에 한해 분산 개최를 제안한 것도 경기가 벌어지는 슬라이딩 센터의 활용도가 현저하게 낮기 때문이다.

정부가 921억원, 강원도가 307억원을 부담해 2016년 10월 완공 예정인 슬라이딩센터는 굳이 평창 뿐 아니라 역대 올림픽 개최지 역시 사후 활용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유럽이나 북미의 경우 유럽컵 또는 아메리카컵 등이 매년 열려 그나마 낫지만 관련 대회가 거의 없는 아시아권에서는 활용도가 낮다.

1998년 동계올림픽을 열었던 나가노 역시 1010억엔을 들여 지은 슬라이딩센터 '스파이럴' 때문에 골머리를 앓고 있다. 이 경기장에서는 전국대회 정도만 열리고 있고 세계대회 유치 실적은 2003년 국제 봅슬레이스켈레톤연맹(FIBT) 세계 선수권과 2004년 루지세계선수권 뿐이다. 2006년 동계올림픽 개최지인 토리노는 경제적인 어려움 때문에 아예 슬라이딩센터를 철거하기도 했다.

이미 인천 아시안게임을 통해 사후 활용도를 고려하지 않은 과도한 경기장 건설과 투자가 재정 압박으로 다가올 수 있다는 것을 경험한 상황에서 IOC의 제안을 정면으로 반박해 거부할 수 있는 명분과 사후 활용에 대한 고민이 있어야 하는 시점이기도 하다.

tankpark@sportsq.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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