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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리그 클래식 뚜껑 열어보니, 개막라운드 기상도 희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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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리그 클래식 뚜껑 열어보니, 개막라운드 기상도 희비
  • 강두원 기자
  • 승인 2014.03.10 11:3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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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름 한 점 없는 전북·전남, 폭우 쏟아진 부산

[스포츠Q 강두원 기자] 지난 주말 중부지방에 갑작스런 내린 함박눈으로 인해 길거리가 하얗게 변했지만 낮 동안 급격하게 오른 기온으로 내린 눈이 싹 사라지는 등 3월 들어 종잡을 수 없는 날씨가 지속되고 있다.

변덕스런 날씨와 큰 일교차만큼이나 지난 8일 개막한 ‘2014 현대오일뱅크 K리그 클래식’ 1라운드를 펼친 12개 팀은 각기 다른 온도차를 보였다.

12개 팀 모두 우승을 위해 겨우내 준비를 철저히 했지만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공수 양 측면에서 완벽한 모습을 보이며 시즌 전망을 한층 밝힌 팀도 있었고, 폭풍에 휩쓸리 듯 정신없이 얻어맞은 팀도 있었다. 그 밖에 안개 속에 있는 것 마냥 앞으로의 발전을 가늠할 수 없는 팀도 나타났다.

◆ 매우 맑음 - 전북현대, 전남드래곤즈

부산을 상대로 3-0 완승을 거둔 전북은 가용할 수 있는 전력을 모두 출전시키면서 ‘닥공’ 전술의 진면목을 보여줬다. 특히 눈에 띄는 것은 득점루트가 다양해졌다는 것이다.

지난달 아시아챔피언스리그 요코하마전에서 2골을 터뜨리며 승리를 이끈 이승기를 비롯해 올 시즌 강력한 득점왕 후보 이동국이 출전했지만 득점은 한교원, 정혁, 레오나르도에게서 터졌다. 득점이 한 선수에게 집중되지 않고 여러 명에게서 나왔다는 것은 전북의 강력한 스쿼드를 반증하는 것임과 동시에 올 시즌 전북의 ‘닥공’이 더욱 위력을 떨칠 것이라는 점을 의미한다고 볼 수 있다.

반면 전남은 서울과의 경기를 통해 올 시즌 최고의 다크호스로 떠올랐다. 그동안 상위권 팀들의 ‘승점자판기’라는 오명을 안고 있던 전남은 2014시즌을 맞아 취약한 포지션을 대거 강화하며 전력이 급상승했다.

가장 큰 수확은 역시 K리그에서 잔뼈가 굵은 외국인 공격수 스테보다. 스테보는 서울과의 경기에서 강력한 피지컬 공격과 몸싸움을 이용해 서울 수비진을 흔들며 동료에게 기회를 만들어주는 등 좋은 활약을 펼쳤다. 페널티킥을 통한 선제골 역시 스테보의 패스를 시작으로 이어졌다. 스테보라는 수준급 타켓 스트라이커를 영입한 전남은 하석주 감독의 말대로 상위권 팀과 치고받을 수 있는 전력을 갖췄다고 볼 수 있다.

▲ 8일 2014 K리그 클래식 개막 첫 골을 터뜨린 김신욱(오른쪽)이 동료들과 함께 세레머니를 펼치고 있다. [사진=한국프로축구연맹 제공]

◆ 안개 걷힌 뒤 맑음 - 울산현대, 상주상무, 인천유나이티드

포항과의 리턴매치에서 복수에 성공한 울산은 지난 시즌과 동일한 스쿼드를 유지하며 올 시즌 다시 한 번 우승에 도전한다는 목표를 세웠다. 하지만 목표를 달성하는데 있어 가장 불안한 요소는 조민국 감독이었다. 내셔널리그에서 훌륭한 성적을 거둔 조 감독이지만 K리그 클래식에서는 ‘초짜’나 다름없었다.

그러나 김호곤 전 감독의 전술인 ‘철퇴축구’를 고스란히 이어받아 포항전에서 이를 펼쳐 보이며 1-0 승리를 거뒀다. 당초 적응하는데 어려움이 있을 것이라는 세간의 우려를 불식시키며 복수와 함께 기분 좋은 승리를 챙겼다.

지난 시즌 강원과의 승강 플레이오프에서 승리를 거두며 K리그 클래식으로 승격한 상주 상무는 올 시즌 강등후보 1순위다. 군인팀의 특성상 선수의 출입이 잦아 조직력을 갖추기 어렵다. 게다가 에이스인 이근호와 이상협이 부상으로 출전할 수 없어 어려운 출발을 보일 것으로 예상됐다. 그러나 인천전에서 선제골을 내준 상황에서도 끈끈한 경기력을 선보이며 역전까지 성공해 승리 일보직전까지 갔다.

마지막에 동점골을 내주며 무승부에 그쳤지만 클래식에 잔류하겠다는 절실함이 돋보이며 올 시즌 고춧가루 부대로 활약할 것으로 기대된다.

인천은 김남일이라는 팀의 구심점이 빠져 나가고 설기현이 부상으로 시즌 초반 뛸 수 없는 악재에도 이천수, 남준재 등의 토종 윙어와 새로 영입한 외국인 선수 니콜리치와 주앙 파울로를 앞세워 조직력을 갖춘 모습을 보여줬다.

김봉길 감독이 공식 미디어데이에서 “김남일, 한교원 등이 빠져 나가면서 출혈이 크지만 조직력을 더욱 다져 다시 한 번 상위권 스플릿에 도전하겠다”고 밝힌 만큼 올 시즌에도 ‘봉길 매직’이 지속될 것으로 예상된다.

◆ 차차 흐려짐 - 수원삼성, 경남FC

수원과 경남은 2014 시즌 첫 라운드에서 승리를 거두긴 했지만 경기력은 그다지 좋지 못했다. 수원은 제주전에서 상대 수비수 이용의 자책골로 행운의 승점 3점을 챙겼다. 그러나 공격에서 연신 삐걱거리는 모습을 보였다. 최전방 공격수로 나선 정대세는 경기가 제대로 풀리지 않자 주심과 지속적으로 언쟁을 벌이며 좋지 않은 모습을 보였고 염기훈과 서정진도 특별하게 눈에 띄는 찬스를 만들어내지 못했다. 공격에서 확실한 마무리를 지어주지 못할 경우 부진이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경남 역시 새로 부임한 이차만 감독의 전술에 아직 적응이 되지 않은 듯 신생팀 성남과 어려운 경기를 치렀다. 15년 만에 K리그를 복귀한 이차만 감독은 ‘태풍축구’라는 슬로건을 내걸고 성남을 쉴 새 없이 몰아붙였지만 경기 종료 직전 한 골을 넣는데 그치며 1-0 신승을 거뒀다.

울산에서 임대로 영입한 골키퍼 김영광이 연신 선방쇼를 벌이며 좋은 활약을 보였지만 경남 역시 수원처럼 확실한 해결사가 나오지 않는다면 상위권 경쟁은 어려워 보일 전망이다.

▲ 9일 인천전에서 후반 30분 역전골을 성공시킨 상주의 이호(왼쪽에서 두번째)가 동료들과 기쁨을 나누고 있다. [사진=상주상무 제공]

◆ 흐리고 안개 - 제주유나이티드, 성남FC

제주는 지난 시즌까지 선보인 ‘방울뱀’축구에서 탈피해 조직력을 극대화하는 ‘오케스트라’축구를 표방했다. 부족했던 부분을 착실히 보강하며 전문가들로부터 올 시즌 상위권에 진입할 전력을 갖췄다는 평가를 받았다.

그러나 아직 손발이 맞지 않는 모습을 보이며 수원에 승점 3점을 내줬다. 최전방에 위치한 김현의 무게감이 다소 떨어졌고 중원에 나란히 위치한 윤빛가람과 송진형 역시 포지션 적응이 덜 된 모습이었다. 새로 영입된 에스티벤의 ‘지우개’ 능력은 탁월했으나 아직 보완해야 할 점이 다소 나타난 첫 경기였다.

성남은 새출발한 시민구단이지만 선수 구성은 지난 시즌 성남일화의 선수 구성과 동일했다. 그러나 선수 파악이 아직 덜 됐다는 박종환 감독의 말처럼 조직적인 부분에서 문제를 드러냈다. 김동섭과 제파로프, 김태환이 공격을 이끈 성남은 전술의 변화가 급격하게 이뤄진 탓에 우왕좌앙하는 모습을 자주 보였다. 박 감독이 오는 15일 서울과의 홈경기에서 조직력을 더욱 가다듬어 새로운 팀을 맞이하는 홈팬들에게 승리를 선사할지 귀추가 주목된다.

◆ 흐리고 때때로 비 혹은 폭우 - 포항스틸러스, FC서울, 부산아이파크

지난 시즌 우승팀 포항은 이번 시즌도 외국인선수 없이 한 시즌을 치러야 한다. 심지어 주축선수인 노병준, 박성호, 황진성마저 없다. 올 시즌만큼 앞날이 흐린 시즌이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라는 것이 지배적이다. 2014시즌 공식 개막전에서도 82분까지 쉴 새 없이 뛰어다니며 울산의 골문을 열기 위해 분전했지만 결국 김신욱이 휘두른 '철퇴' 한 방에 무릎을 꿇고 말았다.

확실한 스트라이커 없이 이명주와 김성대를 최전방에 세운 제로톱이 무위로 그치며 시즌 전망을 어둡게 했다. 배천석이라는 유망주 스트라이커가 존재하지만 제주의 김현처럼 아직 무게감이 떨어진다. ‘황선대원군’ 황선홍 감독이 과연 이를 돌파하기 위해 어떤 전략을 들고 나올지 기대를 불러모으고 있다.

FC서울 최용수 감독은 이번 시즌을 ‘도전정신을 가지고 시즌에 임하겠다’는 말했다. 그 첫 시작이 바로 공격적인 스리백이었다. 지난달 센트럴 코스트와의 아시아축구연맹 챔피언스리그에서는 스리백이 통하며 2-0 완승을 거뒀다. 하지만 강력한 피지컬이 동반된 공격수를 만나자 어려움을 겪었다. 측면 공간이 여지없이 돌파당했고 연신 크로스를 허용했다.

공격 또한 데얀의 공백이 느껴졌다. 에스쿠데로-윤일록 콤비를 내세웠지만 단신 투톱은 전남의 장신 센터백 방대종과 임종은에게 밀리며 수비벽을 뚫어내지 못했다. 후반에 투입된 하파엘 역시 K리그에 적응이 덜 된 모습이었다. 최 감독은 “부족한 부분이 많았다. 다음 경기에서 최대한 보완해 좋은 경기하겠다”고 말했지만 이번 시즌 FC서울의 전망은 구름 낀 하늘마냥 흐리다.

부산은 흐리다 못해 폭우가 쏟아졌다. 전북의 공격력에 힘없이 소나기골을 허용하며 무너졌다. 윤성효 감독이 공식 미디어데이에서 “최강희 감독의 얼굴이 일그러지도록 만들겠다”고 공언했지만 자신의 얼굴이 일그러지고 말았다. 그도 그럴 것이 3골 모두 수비의 실수가 이어지며 실점으로 연결됐다. 전북과의 전력 차가 있었다 하더라도 3-0의 완패는 부산으로서는 뼈아픈 패배였다. 15일 포항과의 홈경기에서는 ‘강팀킬러’의 면모를 다시 드러내야 할 것으로 보인다.

kdw0926@sportsq.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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