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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Q스페셜] 꽃으로도 때리지 말라, 어쩔 수 없는 스포츠 인권 침해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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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Q스페셜] 꽃으로도 때리지 말라, 어쩔 수 없는 스포츠 인권 침해는 없다
  • 박상현 기자
  • 승인 2014.12.15 11:1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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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3.0 시대의 스포츠 인권] (하) 무엇을 고쳐야 하나…'사랑의 매' 포장 아니라 서로 존중하는 인식전환 실천

[가평=스포츠Q 글·사진 박상현 기자] "실제로 학교 현장에 가서 강의를 해보니 인권을 지켜야 한다는 인식은 어느 정도 되어 있는 것 같은데 '어쩔 수 없다'는 식으로 학생들에게 체벌을 하거나 자유를 제한하는 경우가 많더라구요."

국가인권위원회가 운영하고 있는 스포츠 인권 강사단에 소속된 한 강사의 소감이다.

스포츠 인권 강사단은 지난 13일부터 14일까지 경기도 가평 모 연수원에서 2014년 한 해를 마감하면서 각 학교에 나가 강의했던 얘기를 후일담을 서로 토론하고 2015년 새해 교육안을 새롭게 짜기 위한 자리를 가졌다.

강사들은 하나같이 이론과 현장의 목소리가 너무나 다르다는 것에 대해 인식을 함께 했다. 올해 하반기에 경기도 각 학교에 파견나갔던 스포츠 인권 강사들은 이구동성으로 각 학교에서 스포츠 인권은 어느 정도 침해받고 있었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스포츠 역사를 전공했다는 한 강사는 토론 자리에서 "어떻게 보면 그동안 스포츠와 인권이라는 것은 어느 정도 괴리감이 있었는지도 모른다"며 "고대 그리스에서는 여자가 스포츠에 참여하는 것이 엄격하게 금지되어 있었고 지금도 중동 지역에서는 여자들의 스포츠 활동을 제한하고 있다. 이란에서는 경기장 출입조차 안된다"고 지적했다.

▲ [그림=스포츠Q 일러스트레이터 신동수] 스포츠는 승리를 목적으로 하는 경쟁이기도 하지만 모두가 함께 즐거워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스포츠 현장에 뿌리깊게 박힌 인권침해라는 병폐를 척결해야 한다. 이는 모두가 함께 존중하고 개선하고자 하는 의지가 있어야만 가능하다. 사진은 특정 기사 내용과 관련 없음.

이어 그는 "고대 로마시대의 검투사들 역시 넓은 의미로 보자면 스포츠 선수라고 할 수 있다"며 "고대시대부터 스포츠와 인권은 어느 정도 괴리감이 있었다. 하지만 생활이 윤택해지고 스포츠 선수의 사회적 지위가 올라가면서 스포츠 인권이 자리잡기 시작한 것"이라고 말했다.

그렇다면 학교 현장에서 스포츠 인권은 어디까지 침해되고 있을까. 그리고 학생 선수들은 이에 대해 어디까지 이해 또는 묵인하고 있을까. 강사들의 후일담을 통해 알아본다.

◆ "체벌받는 것은 싫지만 우리가 잘되기 위한 것이니까"

스포츠 강사들은 초중고 선수들에게 훈련을 받으면서 가장 좋았던 것과 가장 싫었던 것에 대한 설문조사를 했다. 무작정 "뭐가 좋았고 뭐가 싫었어"라고 묻는 것이 아니라 '아수라'라는 그림 놀이를 통해 이를 알아봤다. 두 얼굴을 가진 아수라 백작처럼 반쪽은 웃음 짓는 얼굴, 나머지는 찌푸린 얼굴을 그려넣고 학생 선수들의 감정에 맞는 글을 적도록 했다.

강사들의 증언에 따르면 '찌푸린 얼굴' 쪽에 많이 적혀있던 문구는 감독 등 지도자의 체벌이나 선배들의 '얼차려'에 대한 것이었다. 훈련을 받으면서 체벌과 얼차려가 아직까지 공공연하게 이뤄지고 있음을 알 수 있는 대목이었다.

스포츠 인권 강사단에서 활동했던 정재영 체육시민연대 사무국장은 "체벌이나 폭력은 단순히 신체적인 것 뿐 아니라 정신적인 것까지 이어진다. 학생 선수들에 대한 직접 체벌과 함께 폭언 등 간접 체벌까지 광범위하게 이뤄진다"며 "그나마 나아졌다고 생각되는 것이 이유없이 행해졌던 체벌이 아니라 '너희들 잘 되라고 이러는 거야'라는 이유를 갖고 이뤄진다는 점일 정도로 스포츠 인권에 대한 인식이 아직까지 부족하다"고 말했다.

▲ 생활 스포츠를 즐기는 어린이 선수들이 탁구를 치며 즐거워하고 있다. 학생 선수들이 스포츠에 대한 흥미를 느끼고 가깝게 할 수 있도록 노력을 기울이는 것만으로도 스포츠 인권에 한발짝 가깝게 다가설 수 있다. 사진은 특정 기사 내용과 관련 없음. [사진=뉴시스]

문제는 학생 선수들이 이에 대한 저항이 거의 없다는 점이다. 의왕의 한 초등학교 야구부 학생 선수는 "감독님한테 맞는 것이 기분좋은 일은 아니다. 누가 맞는 것을 좋아하겠느냐"며 "하지만 결국 팀의 성적이 잘 나오기 위해서인만큼 감수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어쨌든 '사랑의 매'가 아니냐"고 체벌이 어쩔 수 없다는 입장을 나타내기도 했다.

지도자의 체벌 외에도 위계질서를 잡기 위한 선후배 사이의 폭력 문화도 바로 잡아야 할 것으로 지적됐다. 후배들이 선배들의 지시를 받는 것은 당연하며 이를 어길 경우 폭력이 뒤따라올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또 위계질서를 어기거나 이에 불응할 경우 집단 따돌림까지 일어나는 것이 현실이다.

학교 운동부와 군대의 문화가 일맥상통한다는 점도 간과할 수 없는 부분이기도 하다. 위계질서가 확립되어야만 좋은 성적을 낼 수 있다는 것은 군기가 바로 서야만 강한 군대가 될 수 있다는 생각과 거의 비슷하기 때문에 군대 문화가 학교 운동부까지 미칠 수 있다는 것이다.

◆ 과도한 훈련으로 건강권까지 침해, 왜 스포츠를 하는지부터 고려를

학교 현장에서 일어나고 있는 스포츠 인권 침해는 비단 체벌이나 폭력에서만 그치지 않는다. 훈련에 있어서도 인권 침해 소지가 있다는 것이 강사단의 공통된 의견이다.

▲ 정재영 체육시민연대 사무국장이 13일 오후 가평 연수원에서 스포츠 인권 교육안에 대해 토론하고 있다. 이날 모인 강사진들은 학교에서 인권침해가 아직 이뤄지고 있지만 어느 정도 용인되고 있는 분위기라고 입을 모았다.

흔히 '스파르타 훈련', '지옥 훈련'이라고 말하는 강도높은 훈련이 자칫 선수들의 신체에 위해가 갈 수 있는 요인이기 때문에 이를 고려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었다. 또 부상을 갖고 있음에도 '그 정도면 참을 수 있다' 또는 '조그만 부상이니까 훈련을 받아도 된다. 나도 옛날에 다 그렇게 받았다'는 감독들의 말에 울며 겨자먹기 식으로 떠밀리듯 훈련을 받는 선수도 있었다는 것이 강사들의 증언이다.

국가인권위원회 인권교육센터 현정덕 씨는 "훈련도 정당한 훈련과 정당하지 않은 훈련이 있다. 경기력 향상을 목적으로 이뤄지는 규치적 프로그램에 의한 훈련인가, 경기 외 목적 또는 지도자의 사적 감정으로 이뤄지는 훈련인지도 잘 살펴야 한다"며 "또 유도나 복싱에서 이뤄지는 과도한 체중 감량과 타이어를 끌고 달리는 등의 과도한 훈련 역시 학생 선수들의 건강권을 침해할 소지가 없는지도 고려해야 할 대목"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스포츠 인권에서 어느 정도 규율은 필요하지만 억압과 구속은 피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었다. 일부 강사들은 규율과 억압, 구속은 백짓장 하나 차이라는 시각도 있었다.

이에 대해 정재영 사무국장은 "스포츠의 특성은 자아실현과 경쟁, 규율, 단합, 협동, 배려, 관습, 전통 등으로 정의해볼 수 있다. 승리가 목적인 스포츠의 특성상 질서와 규율이 강조될 수밖에 없는 환경이 존재하는 것만큼은 분명하다"며 "그러나 규율이라는 것이 억압과 구속으로 전환될 수도 있다. 따라서 인권 침해가 발생할 수 있는 요소가 존재한다"고 설명했다.

한 일례로 국제축구연맹(FIFA) 월드컵이 벌어질 때면 본선에 출전한 각 대표팀 선수들은 엄격한 규율 속에서 생활한다. 몇몇 대표팀은 성 생활까지 간섭한다. 엄밀히 따지면 성인 선수들의 자유권을 억압하는 것이다. 하지만 승리라는 공통의 목표가 있기 때문에 이를 규율로 해놓고 지키는 것이다. 문제는 이런 규율이 하나하나 쌓이다 보면 자칫 자율이 아니라 자유 억압으로 갈 수도 있다.

▲ 스포츠는 모두가 향유할 수 있다. 그러나 모두가 즐기는 스포츠에서 인권침해가 일어난다면 즐거움은 반감이 될 수밖에 없다. 스포츠 현장에서 서로가 서로를 존중하는 분위기가 확립된다면 조금 더 즐거운 스포츠가 될 수 있다. 사진은 특정 기사 내용과 관련 없음. [사진=뉴시스]

◆ "옛날엔 다 그랬다"는 인식 버리고 전문 교육 프로그램 자리해야

축구 선수로 활약하고 현재는 3급 심판을 활약하고 있다는 한 강사는 현재 대한축구협회에서 진행하고 있는 '리스펙트' 캠페인 역시 스포츠 인권에 바탕을 두고 있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리스펙트 캠페인은 인종차별 척결과 함께 경기장 내외에서 폭력을 몰아내기 위해 각 주체가 서로를 존중하는 문화를 정착하기 위해 시행하고 있는 활동이다.

각 주체가 서로를 존중하는 리스펙트 캠페인과 마찬가지로 지도자와 학생 선수들이 서로 존중하는 마음만 갖고 있다면 스포츠 인권 침해 문제가 해결될 수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학교 스포츠 현장에서 지도자와 학생 선수들의 관계는 사제지간이라는 이유로 복종과 지시가 주를 이룬다. 또 경험을 전수한다는 특성 때문에 "옛날에도 다 이렇게 했다"는 식으로 학생 선수들을 통제하고 지도할 것이 아니라 조금 더 선진화되고 체계, 전문화된 교육 프로그램도 필요로 한다는 것이 강사진들의 공통된 의견이었다.

스포츠 인권 강사들은 강의안을 통해 서울 청구초등학교 야구부를 가장 좋은 예로 들었다.

정재영 사무국장은 "청구초등학교 선수들은 자율 훈련을 한다. 합숙이나 전지훈련 없이 정해진 훈련 스케줄대로 소화하고 자체 경기를 치르면서 훈련한 것을 적용한다"며 "손용근 감독의 지도 철학은 아이들이 부상없이 야구에 재미를 느낄 수 있게 해주는 것이라고 한다. 과도한 훈련량으로 아이들 부상만 부르는 것이 아닌 스포츠 인권도 지키고 학생 선수들이 스포츠에 대한 흥미를 불러일으킬 수 있는 쪽으로 변화해야 한다"고 밝혔다.

[취재후기] 학교 현장에서 '어쩔 수 없는 것'이라는 이유만으로 학생 선수들에 대한 인권 침해가 광범위하게 이뤄지고 있다는 점은 얼마나 뿌리깊은 병폐인지를 알 수 있다. 특히 경기력 제고를 이유로 규율을 확립해야 한다며 학생 선수들의 자유를 억압한다는 것은 '스포츠 3.0 시대'에서 다시 생각해봐야 할 문제다. 스포츠가 단순히 승리만을 목적으로 하는 것이 아니라 즐기기 위한 것이라는 인식으로 바뀐다면 스포츠 인권도 정립되지 않을까. 스포츠 역시 '사람사는 세상'이니까.

▲ 승리를 위해서는 어느정도 규율이 있을 수 있지만 자칫 규율이 억압과 구속으로 이어지면 인권침해로 이어질 수 있다. 사진은 선후배의 엄격한 위계질서 대신 자율적인 규율만으로 운영되고 있는 서울대 여자축구팀의 즐거운 훈련 현장. 사진은 특정 기사 내용과 관련 없음. [사진=스포츠Q DB]

tankpark@sportsq.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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