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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쁜 야구' 교타자 송성문, '이영민 타격상 징크스'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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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쁜 야구' 교타자 송성문, '이영민 타격상 징크스'는 없다
  • 민기홍 기자
  • 승인 2014.12.17 09:4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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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교 시절 우승 못해본 한 넥센서 풀 것, "천천히 성장하겠다"

[스포츠Q 민기홍 기자] “수상자는 장충고의 송성문입니다.”

송성문(19·장충고)이 고교 무대 최고 교타자로 인정받았다. 2014년 각종 대회에서 0.468(62타수 29안타)의 맹타를 휘두른 그는 16일 서울 마포구 가든호텔에서 열린 2014 야구인의 밤 행사에서 이영민 타격상을 받았다.

그는 지난 8월 열린 2차 신인지명회의 5라운드에서 넥센의 부름을 받고 영웅군단에 합류했다. 이영민 타격상을 받은 선수 치고는 지명 순서가 많이 밀렸다. 구단들이 투수를 애지중지하는데다 장충고의 성적마저 썩 좋지 못했기 때문이다. 송성문은 고교 3년을 통틀어 2012년 황금사자기 준우승만 한 번 차지했을 뿐이다.

▲ [스포츠Q 노민규 기자] 송성문은 16일 대한야구협회가 주최한 야구인의 밤 행사에서 고교 무대 최고 교타자에게 수여하는 이영민 타격상을 받았다.

송성문은 “우승 한 번 해보지 못했다. 우리 전력이 나쁘지 않았는데 생각처럼 안 돼서 너무 아쉬웠다”며 “그래서 지명 순서가 밀린 것은 아쉽지 않다. 주전으로 뛰면서 프로에서 우승컵을 들어보고 싶다”는 당찬 포부를 밝혔다.

시상식을 전후로 많은 취재진들이 그를 둘러쌌다. 송성문은 쏟아지는 질문들이 신기한 듯 미소를 지으면서도 이영민 타격상을 받은 소감, 자신의 야구관, 프로 선수로서의 목표, 지난달 유망주 캠프를 통해 느낀 점 등을 차분하게 전했다.

◆ 이영민 타격상의 명과 암, “저주는 없다” 

“알고 있어요. 별로 신경 쓰지 않아요. 징크스 없다는 것을 증명해드려야죠.”

이영민 타격상은 1958년 제정됐다. 일제 강점기 시절 ‘천재 야구선수’로 불리던 이영민의 업적을 기리기 위해 대한야구협회(KBA)가 만든 상이다. 고교야구 주말리그와 전국고교야구대회, 전국체육대회 개인 기록을 통틀어 15경기 이상 출전, 규정 타석(60타석)을 채운 타자 중 최고 타율을 기록한 타자가 받는다.

고교 무대 최고 교타자에게 수여하는 상인만큼 당연히 프로에서도 성공했을 것이라 생각하기 쉽지만 결코 그렇지 않다. 1977년 이만수(대구상고), 1985년 김경기(인천고), 2004년 최정(유신고), 2005년 김현수(신일고), 2011년 박민우(휘문고) 정도가 알려진 케이스. 나머지 선수들은 화려한 명성과는 달리 자리를 잡지 못했다.

송성문 역시 ‘이영민 타격상의 저주’를 잘 알고 있었다. 그는 “별로 신경 쓰지 않는다. 그런 징크스가 없다는 것을 증명해드리겠다”고 활짝 웃으며 “큰 상을 받았다는 것이 영광이다. 이를 계기로 더 열심히 해야한다는 생각뿐”이라고 말했다.

◆ ‘예쁜 야구’를 하는 선수, “적극적인 타격이 내 장점” 

“송성문이요? 잘 했어요. 치는 거 하나는 알아줬어요. 예쁘게 야구했던 선수라고 할까요.”

송성문은 용산구 리틀야구단에서 야구를 시작했다. 김상배 한국리틀야구연맹 경기총괄이사는 “2루수와 유격수를 오가며 야무지게 야구했던 선수”라고 시계를 되돌리며 “야구를 참 예쁘게 했다는 느낌을 준 선수”라고 송성문을 추억했다.

그의 타격에는 군더더기가 없다. 공을 받쳐놓고 친다. 변화구가 들어와도 좀처럼 몸이 열리지 않는다. 밀어치기에도 능하다. 누군가는 장충고 대선배 이병규(9번)의 고교 시절보다 낫다고 말한다. 183cm, 87kg의 하드웨어도 나쁘지 않다. 컨택트 능력만 놓고 보면 고교생 중 그를 따라올 자가 없다.

송성문은 “어릴 때부터 치는 것을 워낙 좋아했다. 타격 연습이 좋아서 많이 했고 그게 잘 치는 비결인 것 같다”며 “눈에 보이면 적극적으로 때린다. 안 좋은 공에도 손이 나가는 것이 단점이라는 지적도 있지만 보고 있기 보다는 치는 것이 낫다고 생각해 적극적으로 친다”고 밝혔다.

그의 롤모델은 강정호와 김현수. 송성문은 “닮고 싶은 선수는 강정호 선배다. 원래 좋아했다”면서 “내가 우투좌타다보니 김현수 선배의 타격도 좋아한다. 타격에 욕심이 많아서 잘 치는 타자들을 좋아한다”고 말했다. 고교 선배인 이병규 역시 존경의 대상이다.

◆ 쉽지 않은 2루 훈련, “그래도 많이 늘었다” 

▲ [스포츠Q 노민규 기자] 넥센에 2차 5라운드로 입단한 송성문은 "넥센은 가고 싶었던 팀"이라며 "천천히 성장하겠다"고 다짐했다.

“아직 어렵긴 하네요. 많이 다르더라고요. 그래도 많이 는 것 같습니다.”

넥센은 지난달 2일부터 30일까지 대만에서 신인과 유망주 교육 캠프를 실시했다. 송성문은 23명의 동료와 함께 29일간 맹훈련을 소화하고 왔다. 염경엽 감독은 그에게 2루 수비 훈련을 지시했다. 고교 시절 줄곧 3루를 봤기에 2루는 다소 낯설 수 밖에 없다.

송성문은 “리틀야구 시절 2루를 보긴 했지만 그 땐 야구장 규격이 작았다. 3루하고는 푸트워크부터 달라 아직은 많이 생소하다”며 “채종국 코치님이 맨투맨으로 붙어 수비 훈련에 매진했다. 프로는 문제점을 구체적으로 지시해주시니까 많이 달라진 것 같다. 느는 것을 느꼈다”고 밝혔다.

넥센에는 쟁쟁한 내야수들이 많다. 포스팅 절차를 밟고 있는 강정호가 미국으로 간다고 하더라도 200안타 신화를 세운 2루수 서건창, 리그 평균 이상의 3루수 김민성이 버티고 있는데다 김하성, 임동휘, 임병욱 등 송성문의 선배들도 호시탐탐 주전 도약을 노리고 있다.

그는 “고교 때는 열심히만 하면 되는 것이었는데 지금은 뛰어난 선배들이 많으니까 절실하게 해야겠다는 생각이 많이 들었다”며 “넥센은 원래 가고 싶던 팀이었다. 언젠가 올 기회를 위해 지금보다는 나중을 보고 천천히 성장해가고 싶다”고 각오를 다졌다.

sportsfactory@sportsq.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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