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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Q현장] 이미 영웅! 신의현 지원군 이토록 많은데 6위면 어떤가 [2018 평창 동계패럴림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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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Q현장] 이미 영웅! 신의현 지원군 이토록 많은데 6위면 어떤가 [2018 평창 동계패럴림픽]
  • 민기홍 기자
  • 승인 2018.03.14 16:4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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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창=스포츠Q(큐) 민기홍 기자] “제 능력을 과대평가한 거 같다.”

신의현(37·창성건설)의 얼굴엔 아쉬움이 가득했다. 결승 진출자 중 가장 처진 6위였기에 그럴 만도 했다. 초반 레이스에서 힘차게 치고 나가 메달 가능성을 높였던 터라 허무함이 갑절이었을 터다.

14일 평창 알펜시아 바이애슬론 경기장에서 열린 2018 평창 동계패럴림픽 크로스컨트리스키 남자 1.1㎞ 스프린트 좌식. 크로스컨트리스키 남자 15㎞ 좌식 동메달리스트 신의현의 이번 대회 두 번째 메달 도전 무대였다.
 

▲ [평창=스포츠Q 민기홍 기자] 믹스트존으로 온 신의현을 향해 환호하는 신의현 가족.

예선 8위, 출전선수 36명 중 상위 12명에게만 주어지는 준결승 티켓을 땄다. 준결승 1조에서도 2위에 올라 청신호를 켰다. 결승에 오른 6인 중 기록이 두 번째로 좋았다. (3분45초8). 단거리에서 깜짝 메달이 나올 수 있다는 기대감이 번졌다.

신의현은 큰 성원을 받고 스타트 라인에 섰다. 장애등급(LW12)에 따라 콜린 캐머런(캐나다, LW11.5)을 7초 먼저 보내고 출발했다. 신의현이 나머지 넷을 따돌리고 힘차게 설원을 박차고 나갔다.

안타깝게도 그게 다였다. 오르막 코스에서부터 처졌다. 내리막에서 추월당하더니 다음 오르막에서부터 급격히 체력이 빠지면서 맨 뒤로 밀렸다. 신의현은 “너무 빨리 갔는데 지쳤다. 초반에 천천히 갔어야 하는데 경험 부족, 능력 부족”이라고 자책했다.

이어 “저 친구들 주행하는 거 보고 따라 주행하는데 경력이 오래 돼서 그런지 상대해보면 참 노련하다”며 “결승까지 올라오면서 제 능력을 과대평가한 거 같다. 되는 줄 알았더니 아니더라”고 패배를 깨끗이 시인했다.
 

▲ 믹스트존에서 가족을 보고 활짝 웃고 있는 신의현. [평창=스포츠Q 민기홍 기자]

고개 숙일 필요가 없는 신의현이다. 그는 자랑스러운 아들이자 남편이며 아빠다. 아버지 신만균 씨, 어머니 이회갑 씨, 아내 김희선 씨는 레이스를 마치고 공동취재구역(믹스트존)에서 인터뷰하는 신의현을 향해 손을 흔들었다. 딸 은겸 양, 아들 병철 군은 “아빠 잘 생겼다”고 우렁차게 외쳤다.

거리가 꽤 먼 탓에 대화는 이뤄지지 않았다. 신의현은 한동안 가족을 아련하게 바라봤다. 베트남에서 귀화한 김희선 씨는 “생각지도 않았던 종목인데 결승 올라와서 만족한다. 남편이 자랑스럽다”며 “남은 종목은 다치지만 않고 마무리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든든한 지원자는 피붙이만이 아니다. 문재인 대통령과 영부인 김정숙 여사가 이날 오전 바이애슬론 경기장을 찾아 신의현 가족과 함께 했다. 신의현은 “직접 오셔서 악수하고 격려해주셨다. 신경써주셔서 감사드린다고 했다”고 미소 지었다.

신의현이 운동에 전념할 수 있도록 노르딕스키 실업팀을 창단한 배동현 창성건설 대표이사도 빼놓을 수 없는 지원군이다. 이번 대회 선수단장이기도 한 그는 신의현과 함께 주행했다 해도 무방할 만큼 발을 동동 굴렀다. 두 손을 모으고 기도하는 장면도 보였다.
 

신의현은 이미 영웅이다. 지난 11일 크로스컨트리스키 남자 15㎞ 좌식에서 3위에 올라 이번 대회 한국에 처음이자 유일한 메달을 선물했다. 신의현이 없으면 금 1, 은 1, 동 2로 종합 10위에 오르겠다는 대한장애인체육회의 목표 설정 자체가 불가능했다.

전날 정진완 한국 선수단 총감독은 “신의현이 금메달을 따야 한다는 부담감이 너무 컸던 것 같다”며 눈높이를 낮출 뜻을 밝혔으나 신의현은 외려 “애국가를 진짜 듣고 싶다”고 전의를 불태웠다. 16일 바이애슬론 15㎞ 좌식, 17일 크로스컨트리 7.5㎞ 좌식, 18일 크로스컨트리 오픈 계주가 남았다.

신의현은 “체력관리를 잘 하고 있다. 내일 쉬니까 맛있는 거 먹고 푹 쉬고 비축해서 젖 먹던 힘까지 다하겠다”고 다짐했다.

중장거리 종목 주행능력만큼은 세계 최정상급인 신의현이다. 남자 12.5㎞ 좌식 때 두 번째 사격구간 4발 실수 포함 총 7발을 놓치고도 50분1초9, 5위에 자리했다. 스키에다 사격을 더한 바이애슬론은 총 20회 중 한 발을 놓칠 때마다 100m 벌주 한 바퀴를 더 돌아야 한다.

신의현은 “매일 들어오는 자세로 들어와야 하는데 저도 모르게 미세하게 빠진다”며 “(바이애슬론) 롱(장거리 종목)에서 연습을 확실하게 해서 사격을 다 맞추고 싶다”고 전의를 불태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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