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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경이모' 휠체어컬링 방민자, 휴대전화 자진반납에 담긴 '필승의지' [2018 평창동계패럴림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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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경이모' 휠체어컬링 방민자, 휴대전화 자진반납에 담긴 '필승의지' [2018 평창동계패럴림픽]
  • 이세영 기자
  • 승인 2018.03.16 01:4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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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릉=스포츠Q(큐) 이세영 기자] “휴대전화를 반납했어요. 경기에만 집중하기로 제 자신과 약속했거든요.”

한국 휠체어 컬링 대표팀 ‘오성(五姓) 어벤저스’의 ‘홍일점’ 방민자(56)의 목소리는 결연했다. 9승 2패 조 1위로 준결승행 티켓을 거머쥐었지만 1차 목표를 달성한 것뿐이라며 대회가 끝날 때까지 집중하겠다는 의지를 불태웠다.

 

 

15일 강릉컬링센터에서 열린 중국과 2018 평창 동계패럴림픽 예선 최종전을 7-6으로 승리한 뒤 취재진과 마주한 방민자는 “토너먼트에서는 그동안 준비한 것을 차근차근 풀어내겠다. 금메달까지 가겠다”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믹스트존(공동 취재 구역)에서 필승을 외친 방민자. 위풍당당한 여장부의 기운이 느껴지지만, 그에게는 결코 머릿속에서 지울 수 없는 암울했던 시간이 있었다.

그의 나이 31살이던 1993년 8월. 다니던 회사에서 승합차를 빌려 단체 여름휴가를 가는 길에 차량이 전복되는 사고를 겪었다. 승합차에 타고 있던 7명 중 방민자만 하반신 마비 장애를 얻었다.

사고의 충격으로 방민자는 10년간 세상과 단절한 채로 살았다. 절망 속에 갇혀 사는 동안 가족들도 함께 힘들어했다.

방민자는 망가져 가는 언니를 지켜볼 수 없었던 여동생의 권유로 장애인복지관을 찾았고, 그곳에서 운동을 시작하면서 새로운 인생을 찾았다.

대표팀에서 리드 역할을 맡고 있는 그는 빠른 스피드에 섬세한 기술력까지 겸비하고 있다. 여자 선수로는 드물게 호그 투 호그(스톤 속도를 측정하는 시작점과 끝점) 기록이 9초대일 정도로 독보적인 기량을 과시했다.

압도적인 기량을 뽐낸 방민자는 컬링 입문 4년만인 2009년, 휠체어 컬링 국가대표가 됐다.

 

 

패럴림픽 출전은 이번이 처음인 방민자는 휴대전화도 자진 반납하면서 대회에 ‘올인’하고 있다.

안경을 착용하고 있어 ‘안경이모’, ‘안경엄니’라는 별명이 생겼지만 정작 본인은 “(휴대전화를 반납해) 기사를 못봤다”며 웃었다. 그는 “경기에만 집중하기로 나 자신과 약속했다. 모든 것을 경기에 맞추기로 했다”며 눈빛을 반짝였다.

4강전 상대는 예선 2패 중 1패를 선사했던 노르웨이다. 한국은 2015년부터 노르웨이에 2승 7패로 절대 열세를 보일 정도로 노르웨이만 만나면 경기가 꼬였다. 이번 대회에서도 수차례 샷 난조를 보이며 완패했다.

까다로운 상대를 다시 만나는 게 껄끄러울 수도 있을 터이지만, 방민자는 자신만만했다. 그간 노르웨이의 전력을 충분히 분석했기 때문에 이길 수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전지훈련 때 연습경기에서 이기기도 했다. (노르웨이전을) 어떻게 풀어야 할지 알고 있기 때문에 걱정되는 건 없다. 남은 시간 동안 코칭스태프와 잘 분석해서 약점을 파악할 것이다. 선수들은 정신 무장이 잘 돼있다. 그 어느 때보다 자신 있다. 충분히 금메달을 딸 수 있을 것 같다.”

패럴림픽 기간 내내 경기장에서 응원해준 팬들에게도 감사 인사를 전했다.

방민자는 “이곳에서 함성을 잊지 못할 것 같다. 굉장히 힘들었던 순간에도 팬 여러분의 함성으로 인해 다시 힘을 내 몰입할 수 있었다”면서 “그런 상황을 만들어주셔서 감사하다. 앞으로도 많은 관심과 성원 부탁드린다”라고 웃으며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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