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D. 2024-03-29 17:59 (금)
[SQ현장] 자신감과 기대, 근심과 우려 공존한 kt의 'D-100'
상태바
[SQ현장] 자신감과 기대, 근심과 우려 공존한 kt의 'D-100'
  • 박상현 기자
  • 승인 2014.12.18 17:5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경험 풍부한 노장에 젊은 선수들 패기까지 더해…조범현 감독 "신인선수 많은데 훈련 못해 걱정"

[수원=스포츠Q 박상현 기자] 자신감이 넘쳐났다. 새로운 구장에서 새롭게 시작하겠다는 패기도 있었다. 선수들의 면면에서는 기대감으로 약간의 흥분도 묻어났지만 걱정과 우려가 없는 것은 아니었다. 이제 개막 100일을 앞두고 어떻게 팀을 짜임새있게 만들어갈지에 대한 고민이었다.

신생팀으로 올시즌을 퓨처스리그에서 보낸 kt 위즈는 내년 3월 28일 2015 프로야구 개막전을 100일 앞둔 18일 수원 kt 위즈파크에서 신규 입단선수 기자회견을 열었다.

9개 구단의 20명 보호선수에 들어있지 않은 선수 1명씩 9명과 자유계약선수(FA)로 데려온 3명이 조범현 kt 감독과 함께 했다.

리모델링한 kt 위즈파크에 모인 신규 입단선수들의 포부는 강렬했다. 열정이 넘쳐났다. 신생팀이지만 패기로 밀어붙여 새로운 바람을 일으켜보겠다는 의지가 남달랐다.

▲ [수원=스포츠Q 최대성 기자] 조범현 kt 감독이 18일 수원 kt 위즈파크에서 열린 신규선수 입단 기자회견에서 내년 시즌 포부를 밝히고 있다.

그러나 기대감 못지 않은 우려가 있었다. 일단 내년부터 크게 늘어나는 경기수가 문제다. 10개 구단 체제가 되기 때문에 한 팀이 상대할 구단은 모두 9개팀이다. 이들과 홈 앤 어웨이로 16경기씩 치러야 한다. 모두 144경기로 올해(128경기)보다 16경기가 늘어난다.

보통 일주일에 6경기가 치러지기 때문에 페넌트레이스 기간이 3주 정도 더 늘어난다고 보면 된다. 이 때문에 벌써 몇몇 구단에서는 5선발이 아닌 6선발 체제로 치러야만 장기 레이스에서 버텨낼 수 있을 것이라는 얘기가 나온다.

이에 비해 이제 첫 발걸음을 떼는 kt는 선수층이 매우 얇다. FA로 3명의 선수를 받아들이고 롯데에서 방출된 장성호(37)와 9명의 보호선수 명단 외 선수까지 모두 13명이 새로 들어오긴 했지만 다른 팀에 비해 선수층이 두껍다고 말할 수는 없다. 144경기 장기 레이스를 어떻게 버텨낼지가 관건이다.

게다가 13명의 선수를 제외한, 올 시즌 퓨처스리그를 치러본 젊은 선수들은 경험이 장기 레이스를 치르는데 있어 경험이 너무 부족하다. 경험 부족은 6개월 이상 이어지는 페넌트레이스에서 자칫 독이 될 수 있다. 특히 더운 여름에 체력 관리를 제대로 하지 못해 컨디션이 급하락할 경우 그대로 팀이 무너질 가능성도 있다.

▲ [수원=스포츠Q 최대성 기자] 조범현 kt 감독과 신규 입단 선수들이 18일 수원 kt 위즈파크에서 열린 입단 기자회견에서 파이팅을 외치며 내년 시즌 각오를 다지고 있다.

◆ 선수들의 패기 넘치는 다짐 "제대로 들이받아보겠다"

현재 kt의 모습은 '공포의 외인구단'을 방불하게 한다. 뭔가 허술해 보이지만 허술하지 않다. 그래도 각 팀에서 산전수전을 겪고 한때 각 부문 1위를 차지해봤던 선수들이 있다.

가장 대표적인 선수가 SK에서 건너온 김상현(34)과 KIA에서 넘어온 이대형(31)이다.

김상현은 2009년 KIA가 한국시리즈에서 우승을 차지하며 'V10'을 달성했을 당시 4번 타자를 맡았다. 김상현은 당시 홈런왕까지 오르며 최우수선수(MVP)에 선정됐다.

하지만 그 이후 김상현은 급하락의 길을 걸었다. KIA에서 새롭게 선수 인생을 꽃피우는 듯 보였지만 불과 1년을 가지 못하고 기량이 뚝 떨어졌다. KIA의 4번 타자는 그렇게 뇌리에서 사라졌고 쫓겨나듯이 SK로 건너왔다. SK에서도 별 효용가치가 없었던 그는 끝내 보호선수 명단에서 제외돼 kt로 다시 팀을 옮겼다.

김상현이 쫓기듯 건너왔다면 이대형은 다시 반등을 타고 있을 때 넘어왔다. 이대형은 FA 자격으로 KIA와 계약을 맺고 올 시즌 리드오프로서 자신의 역할에 충실했다. 이대형과 53번이 박힌 유니폼은 KIA에서 최고 인기상품이 됐다.

그러나 이대형이 보호선수 명단에서 제외된 것은 의외였다. 신임 김기태 감독의 눈밖에 났다는 소문도 있었지만 감독과 선수 본인 모두 이에 대해서는 손사래를 쳤다. 하나 짐작가는 것은 kt가 외야자원이 워낙 많기 때문에 외야수는 선택하지 않을 것이라는 KIA의 예상이 크게 벗어났다는 것이다.

김상현은 "워낙 좋지 않은 상황에서 kt에서 새로운 기회를 맞았다. 최근 몇년 동안 제대로 해보지 못했던 야구를 kt에서 재현하고 싶다"며 "좋은 실력으로 팬들을 기쁘게 해주겠다"는 각오를 밝혔다. KIA의 1번타자 모습을 되찾겠다는 포부였다.

또 이대형은 "올시즌 많은 안타를 치는 등 좋은 기억을 안고 kt로 왔다"며 "일단 출루하면 뛴다는 생각으로 경기에 임하겠다. 도루 성공률도 높이겠다"고 리드오프로서 역할에 집중할 뜻임을 내비쳤다.

▲ [수원=스포츠Q 최대성 기자] 조범현 kt 감독과 신규 입단선수들이 18일 신규선수 입단 기자회견을 마친 뒤 수원 kt 위즈파크 그라운드에서 파이팅을 외치고 있다.

김상현과 이대형 외에 kt에서 기대를 갖는 선수는 역시 '스나이퍼' 장성호다. 롯데에서 사실상 전력 외 선수로 분류되면서 정규시즌에 모습을 드러내지 못했지만 한때는 KIA의 중심타선이었다.

통산 2000안타를 친 몇 안되는 선수이기도 하다. 양준혁이 2318개의 안타로 최다 안타 기록을 보유하고 있는 가운데 장성호가 2071개로 그 뒤를 잇고 있다. 현역 선수 가운데에서도 단연 1위다. 현역 선수 가운데 2000안타에 가장 근접한 선수는 홍성흔(37·두산, 1957개)이다.

장성호는 "솔직히 양준혁 선배의 기록을 깨고 싶다는 생각을 하지 않은 것은 아니다. 욕심이 없다면 거짓말"이라며 "그러나 2000안타를 넘긴 순간부터 큰 욕심은 버렸다. 일단 kt에 들어왔으니 선수들과 경쟁에서 이겨 스프링캠프와 시범경기를 통해 장성호가 아직 살아있음을 보여주고 싶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기록보다는 kt가 이제 막 시작하는 입장에서 내가 어떤 역할을 할 수 있을지에 대해서만 생각하겠다"고 덧붙였다.

경험많은 선수들이 자신의 역할에 충실하고 후배들을 이끌어가겠다는 포부를 밝혔다면 젊은 선수들은 일단 패기로 제대로 한번 들이받아보겠다는 각오가 많았다. 그동안 경기에 뛸 수 있는 기회를 잡지 못했던 선수들은 한을 풀겠다는 얘기가 많았고 어린 선수들 역시 kt라는 새로운 팀에서 새로운 역사를 써나가겠다는 의지를 전했다.

곧 상무에 입대하는 정현(20)은 "상무에 가는 상황임에도 kt가 뽑아줘 감사하다. 많이 지켜봐달라"고 각오를 밝혔고 NC에 이어 kt까지 신생팀과 인연을 맺고 있는 이성민(24) 역시 "NC보다 분위기가 더 좋다"며 새로운 도약을 다짐했다.

kt 입단 선수 가운데 가장 나이가 적은 배병옥(19)도 "선배들에게 많은 것을 배워서 팀에 도움되는 선수가 되겠다. 제대로 한번 들이받아보겠다"는 당찬 말로 패기를 보여주기도 했다.

▲ [수원=스포츠Q 최대성 기자] 조범현 kt 감독이 18일 수원 kt 위즈파크에서 열린 신규선수 입단 기자회견을 마친 뒤 눈부신 겨울 햇빛을 피하기 위해 잠시 모자를 매만지고 있다.

◆ 조범현 감독 "경험없는 젊은 선수들은 12월이 중요한데"

이처럼 선수들이 패기와 의지를 밝혔지만 경기는 그것만으로 되는 것은 아니다. 역시 경험, 체력 등 여러가지가 포함되어야만 패기와 의지가 더욱 빛날 수 있다.

그런 점에서 kt는 현재 악조건 속에 있다. FA 가운데 김사율(34), 박기혁(33), 박경수(30) 등 경험이 많은 선수가 있긴 하지만 이들만으로는 부족하다. 역시 kt의 중심은 젊고 어린 선수다.

젊고 어린 선수들과 노장들이 적절하게 조화를 이루기 위해서는 호흡을 맞출 시간이 필요하다. 다른 9개 구단과 함께 훈련을 하는 것으로는 금방 따라잡을 수가 없다.

하지만 12월은 프로야구선수협회가 정한 비활동기간이다. kt 구단에서 자체적으로 선수들을 소집해 훈련할 수 없다. 조범현 감독은 이것이 안타깝다. 신생팀을 위한 융통성이 없다는 것이다.

조범현 감독은 "올해 퓨처스리그를 하면서 힘든 시간을 보냈다. 그래도 특별지명선수와 FA가 들어오면 어느정도 팀이 갖춰지지 않겠느냐는 기대가 있었다"며 "그러나 사실 걱정이 더 많다. 바깥에서 봤던 선수들이 많고 이들을 파악해야 하는 시간이 절대 필요하다. 스프링캠프를 통해서 장점을 잘 살려내 팀을 좋은 방향으로 이끌고 갈 수 있도록 해야 하는 것이 숙제"라고 말했다.

이어 조 감독은 "kt는 신생팀이기 때문에 12월이 중요하다. 사실 재활선수 위주로 훈련을 하려고 했는데 이 역시 비훈련기간이라 함께 하지 못했다"며 "kt의 중심인 1~2년차 선수들은 비활동 기간에 어떻게 몸을 만들어야 하는지, 컨디션을 어떻게 맞춰야 하는지를 모른다. 결국 코칭스태프와 대화하면서 웨이트 트레이닝을 하는 것이 중요한데 그러질 못한다"고 안타까워했다.

또 조 감독은 "어린 선수들은 스프링캠프에서 몸을 만들면 너무 늦다. 그래서 12월을 활용하는 것이 중요한데 그러질 못한다"며 "신인 선수들이 겨울에 어떻게 몸을 만들면서 시간을 보내야하는지를 공부해야만 3~4년차에 들어서면서 비로소 경험이 쌓인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조범현 감독은 장성호 외에 김동주(38)에 대한 영입도 생각을 했었지만 무산됐다는 말도 빼놓지 않았다.

조범현 감독은 "김동주가 얼마나 야구에 대한 의지가 강한지, 얼마나 동기부여가 잘 되어 있는지를 알아보기 위해 몇차례 만났다. 밖에서 듣던 것, 소문으로 나왔던 것과 달리 준비가 잘 되어 있어 솔직히 영입하고 싶었다"며 "그러나 이후 부분은 말하기가 조심스러운 부분이다. 결국 계약은 내가 아닌, 구단이 해야 할 일이기 때문에 김동주를 왜 영입하지 않았느냐에 대한 대답은 할 수 없을 것 같다"고 아쉬움을 내비치기도 했다.

조범현 감독 입장으로서는 김동주라는 또 다른 노장이 들어와 어린 선수들을 잘 이끌어주면서 팀에서도 보탬이 되기를 바라는 마음이었지만 뜻대로 되지 않아 아쉬울 따름이었다.

▲ [수원=스포츠Q 최대성 기자] 조범현 kt 감독과 신규 입단선수들이 18일 신규선수 입단 기자회견을 마친 뒤 수원 kt 위즈파크 그라운드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 리모델링 kt 위즈파크, 사람들이 몰려올 그날을 기다리며

조범현 감독의 우려와는 별개로 선수들과 구단 프런트들은 리모델링을 거의 마친 kt 위즈파크에서 새로운 야구 역사를 써나가겠다는 기대감으로 넘쳐났다.

입단식이 끝난 뒤 kt 구단은 취재진들에게 거의 리모델링이 끝나가는 kt 위즈파크의 이곳저곳을 안내했다. 거의 공사가 끝나가는 kt 위즈파크는 100일 뒤 관중들을 맞이할 준비가 한창이었다.

웨이트 트레이닝장에는 최신식 운동기구로 가득했고 그 옆에는 실내연습장이 자리해 비가 오나 눈이 오나 실내에서 야구 훈련을 할 수 있는 시설이 완비됐다. 실내연습장에서는 곧바로 불펜으로 이어지는 통로까지 있어 실내에서 몸을 풀다가 불펜에서 대기할 수 있게 배려했다.

또 아직 의자와 벤치, 편의시설이 놓아져있지 않았지만 덕아웃은 국내 구장 가운데 가장 넓은 면적을 자랑하며 지붕은 특수유리로 만들어져 관중들이 위에서 덕아웃을 들여다볼 수 있도록 했다.

여기에 466석이 마련된 익사이팅존과 외야의 잔디 좌석, 바비큐존, 국내 최초의 야구장 펍 등도 이미 준비를 마치고 개장할 날만을 기다리고 있다.

kt 구단 관계자는 "파크라는 말처럼 관중들이 야구를 보러오면서 피크닉을 즐길 수 있는 야구공원처럼 꾸미기 위해 연구를 많이 했다"며 "넓은 시야도 확보했고 기존 수원구장의 크기에 맞게 아기자기하게 꾸며 팬들이 서너시간 야구 관람을 즐기기에 불편함이 없도록 설계했다"고 설명했다.

tankpark@sportsq.co.kr

도전과 열정, 위로와 영감 그리고 스포츠큐(Q)


주요기사
포토Q