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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길 가는 강정호, 믿음 잡고 "편견을 깨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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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길 가는 강정호, 믿음 잡고 "편견을 깨겠다"
  • 박상현 기자
  • 승인 2014.12.21 15:4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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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전 보장된다면 첫 시즌 타율 0.270·15홈런 목표…최고 마무리 채프먼과 붙어보고 싶어"

[목동=스포츠Q 박상현 기자] "(메이저리그에서 통하지 않는다는) 아시아 출신 야수들에 대한 편견을 깨겠다."

미국 프로야구 메이저리그(MLB) 포스팅 시스템을 통해 제시받은 500만2015 달러를 수용한 강정호(27·넥센)가 체력적으로 잘 준비해서 첫 시즌부터 풀타임으로 뛰고 싶다는 의지를 밝혔다.

강정호는 21일 서울 목동구장 기자실에서 가진 기자회견에서 "포스팅 금액은 적당한 것 같다. 가서 잘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포스팅 금액이 나왔을 때 '드디어 이제 진짜 가는구나'라는 생각을 했다. 이제서야 시작이라는 것이 와닿는다"고 말해 포스팅 금액에 대해서는 만족감을 보였다.

이어 "내일 아침 정도가 되면 어느 팀인지 알 수 있을 것 같은데 참 궁금하다. 나를 필요로 하는 팀이면 좋겠다"며 "연봉은 크게 중요하지 않다. 꾸준하게 기회를 줄 수 있는 팀이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강정호는 마이너리그 강등처럼 예상되는 여러 가지 옵션 조항에 대해서도 "일단은 MLB에 계속 있으면 가장 좋다"며 "하지만 MLB에서 아시아 선수에 대한 편견이 있기 때문에 쉽지는 않을 것으로 본다. 에이전트와 조율을 잘해서 협상을 잘해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그 뜻은 마이너리그 강등 조항 같은 여러 옵션도 수용할 수 있다는 의사로 풀이된다.

또 "유격수로 장타력이 돋보였던 것을 잘 평가해준 것 같다"며 "유격수가 홈런을 많이 치는 것이 쉽지 않은데 좋게 봐주지 않았나 싶다"고 해석했다.

▲ [목동=스포츠Q 노민규 기자] 메이저리그 포스팅 시스템에서 제시받은 500만2015 달러를 수용한 강정호가 21일 서울 목동구장에서 가진 기자회견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 "한국 야구에서는 처음, 책임감 막중하다"

강정호는 무엇보다도 한국 프로야구를 거친 선수 중 처음으로 야수 출신으로 MLB에 진출하는 것에 대해 적지 않은 부담감을 피력했다.

강정호는 "아무래도 야수 쪽은 그동안 아시아 선수들이 제대로 활약하지 못했기 때문에 부담이 되는 것이 사실이다. 게다가 한국 선수로 처음 가는 것이라 더욱 그렇다"며 "내가 잘해야 이후 한국 출신 선수들도 진출이 잘 될 것이다. 한국 야구의 미래에 있어서 상당한 책임이 느껴진다"고 밝혔다.

또 "아시아 출신 야수의 편견을 깨고 싶다"며 "체력적인 것은 준비를 잘 해야 할 것 같고 타구의 질은 적응 문제다. 꾸준히 출전 기회를 잡으면 적응할 수 있을 것"이라고 믿음을 얻어 빠르게 적응하는데 자신감을 나타냈다.

데뷔 시즌 목표를 묻는 질문에는 "풀타임을 뛴다면 타율 0.270, 홈런 15개 정도면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며 "원래 포지션인 유격수를 뛰고 싶다. 그러나 팀 사정상 포지션을 옮겨야 한다면 2루수보다는 3루수를 맡고 싶다. 3루수가 더 편하다"고 답했다.

강정호는 자신이 가장 상대해보고 싶은 투수에 대해 "신시내티 레즈의 아도니스 채프먼"이라며 "MLB 최고의 마무리 투수라고 생각한다. 한번 제대로 쳐보고 싶다"고 당찬 각오도 함께 나타냈다.

▲ [목동=스포츠Q 노민규 기자] 넥센 강정호가 21일 서울 목동구장에서 가진 메이저리그 진출 관련 기자회견에 앞서 배트와 공을 들고 각오를 다지고 있다.

◆ "진짜 갈 줄 몰랐다, 아버지가 MLB 가야 한다고 각인시켜줘"

강정호는 자신이 MLB 진출 꿈까지 한발짝 다가선 것에 대해 아버지에게 감사를 표시했다.

강정호는 "솔직히 말하면 내가 MLB 갈 수 있을지에 대해 항상 생각했다. MLB에 갈 줄 몰랐다"며 "하지만 아버지가 항상 MLB에 가야한다고 각인시켜주셨고 그 결과 생각이 많이 바뀌었다. 초등학생 때 야구를 시작하면서부터 아버지로부터 그런 얘기를 들어왔다"고 말했다.

류현진(27·LA 다저스)와 만난 얘기도 털어놨다.

강정호는 "전날(20일)에 류현진과 만났다. 현진이는 내게 별로 관심이 없더라"며 웃은 뒤 "LA 다저스 가면 좋은데 그 팀은 아닌 것 같다. 만나면 무조건 빠른 공으로 승부하라고 얘기해놨다"고 전했다.

이어 "2년 전 현진이가 MLB에 진출했을 때 생각보다 너무 잘한다고 생각한다. 확실히 멘탈이 강하다는 것을 느꼈다"며 "현진이 말로는 상대 투수의 공을 칠만하다고 얘기하는데 직접 부딪혀봐야 할 것 같다"고 밝혔다.

또 류현진이 데뷔 초기에 현지 언론으로부터 적지 않은 비판을 받은 것에 대해 강정호는 "한국에서도 욕을 많이 먹었다. 악성댓글을 즐기는 스타일이라 현지 언론 악평 같은 것 신경 안쓴다"며 "다만 운동할 시간이 부족해서 불안하다. 노력형이라 훈련하지 않으면 늘 불안하다"고 덧붙였다.

▲ [목동=스포츠Q 노민규 기자] 넥센 강정호가 21일 서울 목동구장에서 가진 메이저리그 진출 관련 기자회견에 앞서 엄지손가락을 치켜 들며 자신감을 표시하고 있다.

◆ "MLB에서 즐기면서 경기 치르고 싶다"

강정호는 MLB 진출에 가깝게 다가섰지만 아직까지 자신의 목표를 이루지 못해 아쉽다는 반응을 보였다.

강정호는 "40홈런을 치고 가는 것이 뜻깊기는 하지만 아직 큰 목표는 이루지 못했다고 생각한다. 무엇보다도 팀을 한국시리즈 우승으로 이끌지 못하고 가는 것이 안타깝다"며 "이제 시작이다. 아직 선수 생활도 많이 남아 있다. 어떤 선수가 되겠다기보다 하다 보면 사람들이 알아서 내가 어떤 선수였다는 것을 생각해주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또 한국 프로야구보다 많은 162경기라는 장기 레이스를 펼치는 것에 대해서는 크게 상관하지 않았다.

강정호는 "미국 선수를 보면 경기를 한다기보다 논다는 생각을 하는 것 같았다"며 "우리나라에서 뛰는 외국인 선수를 보더라도 성적에 크게 부담갖지 않고 즐기면서 야구를 했는데 그 모습이 부러웠다. 162경기라는 장기 레이스도 그런 생각을 갖고 한다면 큰 문제가 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밖에 야수로서 팀 동료들과 의사소통에 대해 강정호는 "야구하는 것은 어느 나라나 다 비슷하다. 커뮤니케이션은 문제가 되지 않을 것"이라며 "그래도 영어공부를 게을리 하지 않고 있다"고 답했다.

tankpark@sportsq.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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