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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Q포커스] 손흥민 혼자 뛴 전반, 모두가 함께 뛴 후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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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Q포커스] 손흥민 혼자 뛴 전반, 모두가 함께 뛴 후반
  • 박상현 기자
  • 승인 2015.01.04 23:5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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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쌍용' 빠진 사우디와 평가전서 손흥민 에이스 역할…슈틸리케 감독 "전후반 다른 경기 봤다" 자평

[스포츠Q 박상현 기자] 전반은 낙제점이었고 후반은 합격점이었다. 경기 내용은 180도 달랐다. 너무나 차이가 극명했다.

울리 슈틸리케(61) 감독이 이끄는 한국 축구대표팀은 4일 오후 호주 시드니 퍼텍 스타디움에서 벌어진 사우디아라비아와 아시안컵 대비 최종 평가전에서 상대 자책골과 후반 추가시간 이정협(24·상주 상무)의 A매치 데뷔골에 힘입어 2-0으로 이겼다.

비록 승리하긴 했지만 내용면에서는 답답했다. 이동국(36·전북 현대)과 김신욱(27·울산 현대)가 부상으로 빠져 공격진의 힘이 떨어진 것이 분명해 보였다. 박주영(30·알 샤밥)도 소속팀에서 뛰어난 활약을 보여주지 못하고 있어 대표팀에 들어오기 어려웠다.

▲ 손흥민(오른쪽)과 김주영이 4일 호주 시드니 퍼텍 스타디움에서 열린 사우디아라비아와 평가전에서 상대 자책골 당시 서로 얼싸안으며 기쁨을 나누고 있다. [사진=대한축구협회 제공]

슈틸리케 감독은 이를 이근호(30·엘 자이시)와 손흥민(23·바이어 레버쿠젠), 조영철(26·카타르SC)의 삼격편대로 풀고자 했다. 그러나 이근호는 2012년 AFC 올해의 선수다운 모습을 보여주지 못했고 조영철 역시 파괴력도 떨어졌다.

오직 대표팀 공격진이 기댈 선수는 손흥민뿐이었다. 기성용(26·스완지 시티)과 이청용(27·볼턴 원더러스) '쌍용'이 빠진 상황에서 공격의 에이스는 손흥민이 유일했다.

그러나 축구는 에이스 혼자 하는 것이 아니다. 에이스를 뒷받침해줄 수 있는 동료가 필요하다. 전후반의 차이는 바로 손흥민 혼자 축구를 하느냐, 손흥민을 지원해주는 든든한 동료가 있느냐였다.

◆ 기대 못미친 이근호…박주호-한국영 공수 전환 속도도 느려

손흥민은 전반에 위력적인 두 차례 유효슛을 기록했다. 손흥민은 전반 16분 김창수(30·가시와 레이솔)의 오른쪽 크로스를 구자철(26·마인츠05)가 떨궈준 것을 논스톱 왼발 슛으로 마무리했다. 슛이 워낙 위력적이어서 사우디아라비아 골키퍼의 손을 맞고 크로스바까지 때렸다.

이어 전반 23분에는 김진수(23·호펜하임)가 왼쪽에서 올린 공을 이근호의 가슴 트래핑 뒤 손흥민이 잡아 슛을 날렸다. 이 역시 골키퍼가 제대로 잡지 못했을 정도로 위력적이었다.

그러나 이들을 제외한 나머지 공격진의 움직임은 답답했다. 이근호와 조영철, 구자철 등은 자신들이 슛을 직접 처리하지 못하고 패스를 돌리는 답답한 모습을 보여줬다.

▲ 손흥민(오른쪽에서 두번째)이 4일 호주 시드니 퍼텍 스타디움에서 벌어진 사우디아라비아와 평가전에서 치열한 볼 다툼을 하고 있다. [사진=대한축구협회 제공]

뉴시스에 따르면 이를 두고 슈틸리케 감독은 "전후반 다른 경기를 봤다. 전반전은 볼 키핑이나 패스, 선수들의 침착성에서 모두 부족했다"고 평가했다.

또 박주호와 한국영(25·카타르 SC)의 중앙 수비형 미드필더의 경기력도 만족스럽지 못했다. 박주호-한국영의 조합에서 공수 전환 속도가 느리고 오히려 사우디아라비아의 공격을 허용했다. 이 때문에 한국 축구대표팀은 볼 점유율에서 47-53 정도로 사우디에 밀렸다.

슈틸리케 감독 역시 이를 두고 "전반처럼 공을 많이 뺏기면 수비 조직력을 가다듬는데 문제가 생기고 압박에도 문제가 생긴다"고 밝혔다.

하지만 후반은 달랐다. 박주호를 왼쪽 풀백으로 돌리면서 이명주(25·알 아인)이 대신 들어왔다. 이명주 역시 경기력은 썩 만족스럽지 못했지만 공수 전환 속도는 전반보다 훨씬 나았다.

또 하나 특기할만한 것은 남태희(24·레퀴야) 등이 공격진에서 이근호 등보다 훨씬 좋은 활약을 펼쳤다는 점이다. 남태희가 앞에서 휘저어주면서 손흥민에 대한 사우디의 수비가 전반보다 허술해졌다. 남태희 역시 후반 초반에 헤딩슛을 기록하는 등 공격 마무리에서도 합격점을 받았다.

여기에 이정협(24·상주 상무)이 용의 눈동자를 찍었다. 조영철을 대신해 들어온 이정협은 남태희와 김창수의 발을 거친 공을 슛으로 마무리, 자신의 A매치 데뷔전에서 데뷔골을 넣었다.

손흥민은 프리롤의 역할로 대표팀에서 에이스임을 확실히 했다. 그러나 아무리 에이스라도 뒷받침을 해주는 동료가 없으면 빛을 발할 수 없다. 크리스티아누 호날두(30·레알 마드리드)의 뒤에 가레스 베일(26) 같은 선수가 있듯이.

▲ 울리 슈틸리케 감독(왼쪽에서 두번째)이 4일 호주 시드니 퍼텍 스타디움에서 벌어진 사우디아라비아와 평가전에서 승리한 뒤 환하게 웃고 있다. [사진=대한축구협회 제공]

◆ 폼 되찾은 김창수, 차두리 대체자 합격…뒷공간 내주는 포백 수비는 문제

차두리(35·FC 서울)이 빠진 자리에는 김창수가 있었다. 차두리처럼 파워 넘치는 플레이는 아니었지만 수비와 공격 지원에서 맹활약했다. 김창수가 사우디전과 같은 면모를 보여준다면 아시안컵에서 차두리와 함께 번갈아 오른쪽 풀백을 맡을 수 있다는 자신감이 생겼다.

차두리는 벌써 30대 중반이다. 아무리 '차미네이터'라고 하더라도 당장 은퇴하더라도 이상할 것이 없는 선수다. 물론 지난해 AFC 챔피언스리그는 물론이고 소속팀의 정규리그 경기와 대표팀을 오가면서도 지치지 않는 체력을 보여주긴 했지만 호주에 와서 가벼운 부상을 당했다. 나이가 적지 않은 만큼 몸상태가 좋더라도 언제 부상을 당할지 모른다.

바로 그 백업이 김창수다. 런던 올림픽에서 좋은 활약을 보여줬던 김창수는 영국과 8강전에서 부상을 당한 뒤 폼이 크게 떨어졌다. 이후 대표팀에서도 기대만큼 활약을 해주지 못해 실망만 안겼다. 그러나 사우디전은 김창수의 부활을 예고한 경기였다.

전반 16분 손흥민의 논스톱 발리슛의 단초가 되는 오른쪽 크로스와 후반 추가시간 이정협의 쐐기골 어시스트도 모두 김창수의 발끝에서 나왔다.

그러나 포백 수비는 아직 불안정했다. 뒷공간을 종종 내주며 사우디에 기회를 줬다. 특히 김주영(27·FC 서울)의 두 차례에 걸친 불안한 수비는 사우디에 위협적인 슛을 내주는 빌미가 됐다.

또 박주호-한국영의 수비형 미드필더 조합 역시 탄탄하지 못했다. 제대로 된 압박 수비를 펼치지 못했다. 이는 중앙 수비는 물론이고 전체 포백 수비에 부담을 줬다.

tankpark@sportsq.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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