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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드컵, 미-러 정치·파워 싸움에 생채기 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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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드컵, 미-러 정치·파워 싸움에 생채기 나나
  • 박상현 기자
  • 승인 2014.03.12 18: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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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러, 서로 FIFA 제명 주장…1980년 올림픽 보이콧 재연 우려

[스포츠Q 박상현 기자] 34년만의 '데자뷰'인가. 미국과 러시아의 '힘겨루기'에 자칫 3개월 앞으로 다가온 국제축구연맹(FIFA) 브라질 월드컵에 큰 상처가 나게 생겼다.
 
미국 ESPN 사커넷은 지난 11일(한국시간) 러시아 의원들이 미국의 브라질 월드컵 출전 자격을 박탈할 것을 요구하는 문서를 FIFA에 보냈다고 보도했다.
 
알렉산더 시드야킨과 미첼 마켈로프 등 두 러시아 의원은 FIFA에 보낸 문서를 통해 "미국 정부는 유고슬라비아를 비롯, 이카르와 리비아, 시리아 등에 미군을 파견해 내정을 간섭했으며 스노든의 폭로에 의해 미국의 인권침해가 전세계에 알려졌다"며 "나라, 민족, 성별, 언어, 지역, 정치 또는 다른 이유에서라도 차별을 금지하고 이를 어길 경우 권리 정지 또는 제명의 강력한 제재를 가한다는 FIFA 조항 3조에 따라 FIFA는 미국의 회원 자격을 박탈함과 동시에 브라질 월드컵 출전자격을 박탈하는 것을 긴급히 논의해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러시아 의원들이 갑작스럽게 미국의 FIFA 회원 자격 박탈을 얘기한 것이 아니다. 먼저 시비(?)를 건 쪽은 미국이었다.

 
러시아 언론 'Newsru'에 따르면 마크 커크, 댄 코츠 미국 상원의원들이 우크라이나 사태 및 크림반도 침공의 책임을 물어 러시아를 제명해야 한다고 FIFA에게 먼저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로 미국을 제재해야 한다는 문서를 보낸 시드야킨 의원이 자신의 트위터를 통해 "미국의 2014년 월드컵 출전 자격을 박탈하고 FIFA에서도 제명해야 한다. 눈에는 눈, 이에는 이"라고 말한 것만 보더라도 미국이 먼저 러시아의 제명을 논의했기 때문에 러시아가 맞받아친 것임을 알 수 있다.
 
또 지난주 BBC방송은 유럽연합(EU)이 러시아의 브라질 월드컵 출전자격 박탈을 논의했다고 보도하는 등 크림반도에 침공한 러시아를 스포츠 무대에서도 제재해야 한다는 분위기가 형성되고 있다.
 
이런 모습은 지난 1980년 때와 매우 흡사하다. 구 소련이 아프가니스탄을 침공하자 미국을 비롯해 서방 국가들은 모스크바 올림픽 출전을 보이콧했다. 구 소련과 당시 공산권 국가들도 보복조치로 LA 올림픽을 보이콧하는 등 정치와 힘의 논리에 올림픽이 희생됐다.
 
아픈 전례가 있기 때문에 정치와 파워 싸움에 월드컵에 흠집이 나는 것에 대한 반감 기류도 조성되고 있다.
 
미셸 플라티니 유럽축구연맹(UEFA) 회장은 CNN과 인터뷰에서 "정치적인 문제를 스포츠판으로 끌어들이는 것은 매우 잘못된 일"이라며 "왜 정치와 아무 상관도, 책임도 없는 선수들이 정치 논리에 희생되어야만 하나. 그런 문제는 정치의 틀 안에서 해결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tankpark@sportsq.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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