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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상황, 같은 목표' 한중일 아시안컵 삼국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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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상황, 같은 목표' 한중일 아시안컵 삼국지
  • 박상현 기자
  • 승인 2015.01.07 11: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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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두 지난해 외국인 감독에 지휘봉, 우승 목표…조별리그부터 중동 거센 도전

[스포츠Q 박상현 기자] 아시아 축구는 극동과 중동으로 나뉜다. 오는 9일 개막하는 2015 아시아축구연맹(AFC) 아시안컵 역시 극동과 중동의 맞대결로 압축할 수 있다.

중동에서는 2022년 월드컵 유치 성공 뒤 무섭게 치고 올라오고 있는 카타르를 비롯해 오만과 아랍에미리트연합(UAE)이 성장하고 있고 전통의 강호 사우디아라비아와 2007년 아시안컵 우승팀 이라크가 만만치 않다.

극동은 한중일로 대표된다. 한국과 일본은 1998년 프랑스 월드컵 이후 계속 동반 출전하고 있고 중국은 2002년 한일 월드컵밖에 출전 기록이 없지만 거대 자본을 앞세워 자국 리그를 발전시키며 비상의 나래를 펴고 있다.

한중일의 아시안컵 목표는 역시 우승이다. 한국과 일본은 브라질 월드컵이 끝난 뒤 모두 감독을 교체했고 중국은 이보다 앞선 지난해 2월 프랑스 출신 알랭 페렝(59) 감독을 임명해 아시안컵만 바라보고 준비해왔다.

우승이라는 목표는 같지만 상황은 서로 다르다. 상황이 다른만큼 우승을 원하는 이유 또한 다르다. 우승을 하게 됨으로써 가져오는 부수 효과 역시 다를 수밖에 없다.

▲ 울리 슈틸리케 한국 축구대표팀 감독(가운데)이 6일 호주 캔버라 디킨 스타디움에서 선수들의 훈련을 지켜보고 있다. 한국 축구는 아시안컵 우승을 목표로 삼고 러시아 월드컵까지 끝없는 변화를 통한 발전을 기대하고 있다. [사진=대한축구협회 제공]

◆ 한국 - 2018년 러시아 월드컵을 위한 첫 발자국

브라질 월드컵이 끝난 뒤 울리 슈틸리케(61) 감독을 영입한 한국은 새로운 변화를 시작했다. 2002년 한일 월드컵 4강 신화 이후 2010년 남아공 월드컵에서 사상 첫 원정 16강이라는 업적을 남겼지만 그동안 한국 축구는 한일 월드컵 4강이라는 추억에 너무 젖어있었다.

기성용(26·스완지 시티)과 이청용(27·볼턴 원더러스) 등 새로운 신예가 어느덧 팀내 에이스로 자리했지만 변화가 필요한 시점이었다. 런던 올림픽 동메달 주역을 중심으로 대표팀을 짰지만 브라질 월드컵에서는 처참한 실패를 맛봤다.

슈틸리케 감독을 영입한 것도 '단기 과외선생'이 아닌 한국 축구를 긍정적이고 발전적으로 변화시키기 위한 첫 방편이었다. 실제로 슈틸리케 감독은 성인부터 유소년 축구까지 한국 축구현장을 모두 찾으며 변화의 길을 모색하고 있다.

슈틸리케 감독이 한국 축구 변화의 길에 기꺼이 동참하는 것도 그가 201년 러시아 월드컵까지 이끌어갈 지도자이기 때문이다. 장기적인 관점으로 봐야 할 필요가 있다. 러시아 월드컵까지 장기 레이스를 위한 첫 발자국이 바로 아시안컵이다.

한국은 1960년 제2회 아시안컵 우승 이후 정상에 오르지 못했다. 한국 축구는 이제 55년만의 아시안컵 정상 탈환을 통해 변화의 첫 물꼬를 트고자 한다.

▲ 울리 슈틸리케 한국 축구대표팀 감독(가운데)이 5일 호주 시드니 매쿼리대학교에서 진행된 오픈 훈련에서 선수들의 훈련 모습을 지켜보고 있다. 아시안컵은 변화로 가기 위한 첫 대회고 우승은 본격적인 변화 물꼬를 트기 위한 목표다. [사진=대한축구협회 제공]

슈틸리케 감독이 이동국(36·전북 현대) 김신욱(27·울산 현대)의 부상과 박주영(30·알 샤밥)의 부진 속에 이정협(24·상주 상무)이라는 새로운 카드를 꺼내든 것 역시 변화의 한 흐름이다. 연령별 대표팀에서도 주목받지 못했던 선수를 오직 자신의 눈 하나만을 믿고 뽑았다.

이정협 카드가 아시안컵에서 성공하고 변화의 주역이 될 선수들이 아시안컵 우승을 차지한다면 대한축구협회가 가고자 하는 길이 맞다는 것을 증명할 수 있게 된다. 대한축구협회가 '변화하라(Time for Change)'라는 슬로건을 내걸면서 동시에 우승까지 노리는 것은 한국 축구의 미래를 위함이다. 변화의 길이 올바르다면 슈틸리케 감독이 이끄는 대표팀 역시 더욱 추진력을 받게 된다.

◆ 중국 - 자국리그 눈부신 발전, 이젠 한일 그림자에서 벗어난다

중국 축구는 1990년대까지만 하더라도 한국, 일본과 대등한 수준이었다. 그러나 1990년대 중반 이후 한국과 일본이 무섭게 성장하는 사이 중국은 정체됐다. 2002년 한일 월드컵에 나갈 수 있었던 것 역시 한국과 일본이 자동출전권을 따낸 어부지리였다. 이후에도 중국은 한국과 일본보다 밑이었다. 어느새 중국은 한일 축구의 그림자에 묻혔다.

중국이 한일 축구의 틈바구니에 낄 수밖에 없었던 것은 한국의 영향도 컸다. 중국은 지난 2010년 동아시아선수권에서 한국을 3-0으로 꺾기 전까지 단 한차례도 이기지 못한 '공한증'에 빠져 있었다.

그러나 지금은 달라졌다. 중국리그의 눈부신 발전을 통해 대표팀 수준까지 올라갈 기세다.

이미 중국은 광저우 에버그란데가 AFC 챔피언스리그에서 우승을 차지하는 등 어느새 무시할 수 없는 기량 향상을 보이고 있다. 중국은 브라질 월드컵 아시아지역 최종예선에도 포함되지 못하면서 리그의 발전과 대표팀 수준이 별개라는 비아냥을 들어야했지만 이는 성급한 평가였다. 특급 외국인 선수들을 거침없이 영입하는 중국리그에서 선수들 역시 자신감을 얻었고 기량이 향상됐다.

페렝 감독이 이끄는 중국 대표팀은 현재 상승세다. 지난해 6월 말리에 1-3으로 진 것을 마지막으로 패배가 없다. 지난해 9월 쿠웨이트전 3-1 승리 이후 8경기 연속 무패(4승 4무)를 올리고 있다. 약한 팀이 없는 것은 아니었지만 파라과이 2-1 승리 같은 성과도 있었다. 최근에는 한국과 같은 A조에 속한 오만을 4-1로 완파하기도 했다.

중국이 아시안컵을 통해 원하는 것은 한국과 일본의 틈바구니에서 벗어나 당당한 극동축구의 한 축으로 성장하는 것이다. 특히 중국 대표팀 선수 가운데 무려 7명이 광저우 에버그란데 출신이라는 점은 많은 것을 시사한다.

◆ 일본 - 아기레 감독 승부조작 스캔들, 무사히 넘기기만

일본은 지금 내우외환을 겪고 있다. 일본은 브라질 월드컵 16강 진출에 실패하자마자 서둘러 하비에르 아기레(57) 감독을 데려오며 일찌감치 러시아 월드컵 준비에 들어가는 등 발빠른 행보를 보였다.

그러나 급히 먹는 밥에 체한다는 말이 있듯 일본은 현재 속이 답답하다. 아기레 감독이 스페인 프리메라리가 레알 사라고사 감독 재직 시절 승부조작 스캔들이 휘말리면서 일본 대표팀 역시 삐걱거리고 있다.

아기레 감독은 계속 결백을 주장하고 있지만 스페인 검찰은 아기레 감독의 출석을 계속 요구하고 있다. 아기레 감독은 팀 훈련을 내버려두고 개인 스케줄을 소화하면서 팬들의 신뢰까지 잃었다. 선장이 흔들리니 대표팀이라는 배가 제대로 나아갈리 없다.

설상가상으로 주축 미드필더인 엔도 야스히토(35·감바 오사카)는 노쇠화가 극명하다. 가가와 신지(26·보루시아 도르트문트)는 날카로움을 잃어버렸고 오른쪽 풀백 우치다 야스토(27·샬케04)는 부상으로 낙마했다.

이 때문에 일본은 대회 2연패와 5번째 우승이라는 목표가 왠지 버거워보인다. 일본으로서는 아시안컵을 무사히 치르기만 바라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일본이 좋은 성적을 올린다면 위기에서 벗어날 수 있다.

아시안컵 우승을 차지한다고 해서 아기레 감독과 끝까지 간다는 보장은 없다. 오히려 아기레 감독과 함께 할 수 없다는 기류가 형성되어 있다. 아시안컵을 무사히 보낼 수만 있다면 일본으로서는 더없이 다행일 것이다.

tankpark@sportsq.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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