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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Q인터뷰] ① 새 패러다임 여는 리빌딩 전문가 '학범슨'의 야망과 도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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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Q인터뷰] ① 새 패러다임 여는 리빌딩 전문가 '학범슨'의 야망과 도전
  • 박상현 기자
  • 승인 2015.01.13 10:5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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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학범 성남FC 감독 시민구단 발전모델 철학..."특급 한명보다 재능있는 여럿으로, 두꺼운 선수층이 관건"

[300자 Tip!] 감독이 한번 팀을 떠났다가 몇년여 만에 다시 돌아오는 경우가 얼마나 될까. 최근엔 주제 무리뉴(52) 감독이 2007년 첼시를 떠난 뒤 6년 만에 다시 돌아온 정도가 대표적으로 생각난다. 그런데 K리그에서도 김학범(55) 감독이 같은 팀을 두 번이나 맡았다. 물론 성남 일화와 성남 FC로 팀은 다르지만 그 뿌리는 같다. 성남은 지난해 대한축구협회(FA)컵에서 시민구단 최초로 우승, 역시 처음으로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 출전권까지 따냈다. 시민구단 성남FC의 도약이 김학범 감독에 의해 본격적으로 시작됐기에 2015년 웅비의 도전이 더욱 큰 주목을 끈다.

▲ 김학범 감독은 2008년 성남 일화의 지휘봉을 놓은 뒤 2014년 하반기 다시 한번 성남 FC 감독으로 취임했다. 지난해 성남을 FA컵 우승으로 이끈 김학범 감독은 이제 AFC 챔피언스리그라는 높은 목표를 바라본다.

[성남=스포츠Q 글 박상현·사진 이상민 기자] 김학범 감독은 요즘 눈코뜰 새 없이 바쁘다. 당장 다음달부터 AFC 챔피언스리그 일정을 시작해야 한다.

성남이 속한 F조는 '챔피언조'다. 지난해 일본 J리그 우승을 차지했던 감바 오사카는 2008년 AFC 챔피언스리그 정상에 올랐다. 부리람 유나이티드는 태국 프리미어리그 정상에 오른 팀이고 센트럴 코스트 매리너스 역시 호주 A리그의 강팀이다.

이에 비해 전력상 성남은 초라해보이기까지 하다. 김학범 감독도 "사실 부리람 유나이티드를 확실하게 이길 수 있을지 장담하기 어렵다"고 말한다. 태국 프리미어리그 수준이 이전처럼 약하지 않다는 것이다. 동남아시아 리그가 K리그보다 낫다고 할 수는 없지만 관중들의 뜨거운 인기에 나날이 발전하고 있는 것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 8년만에 다시 맞는 ACL "만만치 않지만 새로운 도전"

감바 오사카는 지난해 J리그와 일본축구협회컵인 일왕배까지 우승하며 '더블'을 달성한 강호. 감바 오사카가 F조에서 1위를 차지한다고 예상했을 때 조 2위 싸움은 성남, 부리람, 센트럴 코스트간의 3파전이라고 할 수 있다.

김학범 감독은 "부리람과 센트럴 코스트보다 우위에 있다고 자신할 수 없다. 어쩌면 상당히 고전할 수 있다"며 "특히 다음달 24일 부리람과 경기는 원정이다. 아직 선수들의 몸이 완전하지 않은 상태에서 부담스럽다"고 말했다.

그럼에도 김학범 감독은 도전을 은근히 즐기는 눈치다. 이미 2007년 AFC 챔피언스리그를 치러본 경험이 있다. 당시 4강까지 진출한 경험은 K리그 정규리그와 AFC 챔피언스리그를 어떻게 동시에 잘 치를 수 있을지에 대한 계산은 이미 머리 속에 있다.

이에 대해 김 감독은 "시민구단 성남으로 치르는 첫 AFC 챔피언스리그를 어떻게 치러야 할지는 이미 계산이 섰지만 시즌 초반 일정이 너무 빡빡하다"며 "부리람 원정에 이어 감바 오사카와 홈에서 2차전을 갖는다. 또 3월 7일 전북과 K리그 클래식 원정 개막전이 있다. 이 고비를 어떻게 이겨내느냐가 관건"이라고 설명했다.

▲ 김학범 감독은 AFC 챔피언스리그에서 열세를 예상했다. 감바 오사카는 지난해 J리그 우승팀이고 부리람 유나이티드와 센트럴 코스트 매리너스 역시 만만치 않다는 것이 그의 예상이다.

◆ 시민구단의 한계, 선수 경쟁체제로 푼다

빡빡한 일정 속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역시 선수층이 두꺼워야 한다. 지난해 K리그 클래식에서 우승을 차지한 전북도 AFC 챔피언스리그까지 대비하기 위해 선수 영입을 하고 있다. 중앙 수비수 김형일을 영입하고 '녹색 독수리' 에닝요까지 다시 데려오는 등 전력 강화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하지만 성남은 시민구단이다. 예산 한계가 있어 기업구단처럼 선수를 데려올 수가 없고 비싼 선수는 엄두를 내지 못한다. 세르베르 제파로프(33)도 계약이 끝나 정리했다. 이런 상황 속에서 AFC 챔피언스리그 일정을 치러야 하고 기업구단과 경쟁을 해야 한다.

김 감독은 "자금만 풍부하면 제파로프처럼 좋은 선수를 왜 내보내겠느냐. 그러나 시민구단은 시민구단대로 살아나갈 방법이 있다"며 "제파로프를 내보내면 두세명의 좋은 선수를 데려올 수 있다. 선수층을 두껍게 하는 것이 우선"이라고 밝혔다.

이어 "기량이 뛰어난 선수가 몸값이 높은 것은 당연하다. 그러나 시민구단은 기량이 뛰어나지만 아직 몸값이 비싸지 않은 선수가 필요하다"며 "구단주인 이재명 성남시장도 나와 뜻이 같다. 대한축구협회(FA)컵 우승 당시 약속대로 선수 영입에 적극적"이라고 덧붙였다.

성남은 제파로프를 떠나보내고 박진포(28)가 상주 상무로 입대했지만 선수들을 대거 영입하고 있는 중이다.

2005년 성남에서 프로로 데뷔한 뒤 7년 동안 뛰었던 수비수 김태윤(28)이 다시 돌아왔다. 인천 이적 뒤 지난해 태국 프리미어리그 사무송크람에서 활약했던 그의 복귀로 수비가 더 탄탄해지는 효과를 볼 수 있게 됐다. 또 박진포를 대신해 지난해 인천의 주장까지 맡았던 박태민(29)이 성남의 측면을 맡아줄 예정이고 공격수 남준재(27)도 데려왔다.

▲ 성남은 시민구단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스타급 비싼 선수 한 명보다 몸값은 낮지만 열심히 잘하는 선수 몇 명 영입을 통해 선수층을 두껍게 하고 있다. 김학범 감독은 두꺼워진 선수층을 바탕으로 경쟁을 유도하고 리빌딩을 계획하고 있다.

이에 앞서 지난해 12월에는 세레소 오사카로 임대로 있던 김성준(27)을 조기 복귀시켰다. 지난해 12월 울리 슈틸리케 감독의 발탁으로 제주 전지훈련에도 참가했을 정도로 기량을 인정받은 자원이다.

그는 감독직을 내려놓은 야인일 때나 대한축구협회 기술위원으로 활동할 때에도 U리그와 K리그 등 각 리그 현장을 돌며 잠재력 있는 선수들을 발굴했다. 성남이 '폭풍 영입'을 할 수 있었던 것도 이미 김학범 감독이 유망한 선수들을 눈여겨봐뒀기 때문에 가능했다.

이를 통해 성남의 전력을 강하게 만들고 K리그는 물론 AFC 챔피언스리그에서도 경쟁력을 발휘할 수 있는 팀을 만들겠다는 것이 김 감독의 올 시즌 본격적인 목표다. 시민구단이라고 해서 무작정 허리를 졸라매는게 아니라 유망주를 키우는 한편 잠재력 있는 자원을 끌어모아 결속시키는 일이다. 기업구단과 제대로 경쟁할 수 있는 팀으로 만들어 시민구단도 대내외적으로 경쟁력을 확인받겠다는 것이다.

한계에 굴하지 않고 전략과 리더십으로 시민구단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만들어내겠다는 그의 도전은 새해 본격적인 동계훈련으로 시작됐다.

5일부터 일주일 동안 강릉에서 체력을 키우는 훈련에 전념한 뒤 순천에서 2차 전지훈련에 들어간 성남은 두꺼운 선수층을 바탕으로 경쟁을 유도하고 있다. 능력이 있으면서도 몸값 부담이 적은 선수들을 데려와 육성하고 팀을 리빌딩해 강력한 팀을 만들겠다는 것이 그의 첫번째 야망이다.

[SQ인터뷰] ② 김학범 감독, 명 지략가로 평가받는 이유는 으로 이어집니다.

tankpark@sportsq.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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