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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뷰포인트] 긴장과 전율…안방극장 활보하는 '서스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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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뷰포인트] 긴장과 전율…안방극장 활보하는 '서스펜스'
  • 용원중 기자
  • 승인 2014.03.14 09: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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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BS '신의 선물' '쓰리데이즈' 서스펜스 장르 '포텐' 터뜨릴지 주목

[스포츠Q 용원중기자] 안방극장에 유령이 활보하고 있다. 미스터리하고 소름끼칠 만큼 짜릿한 '서스펜스 드라마'라는.

심리적 긴장과 불안을 야기하는 서스펜스 드라마는 지루할 틈을 주지 않고 다음회를 기다리게 하는 장르적 특성을 지닌다. 특히 SBS는 이를 ‘월화수목’에 집중 배치했다. 이례적인 선택에 드라마 팬들의 시선이 고정됐다. 월화드라마 ‘신의 선물-14일’과 수목드라마 ‘쓰리데이즈’는 타 방송사와의 시청률 경쟁뿐만 아니라 서로 완성도 경쟁을 벌일 상황이다.

♦ 속도감 넘치는 전개와 긴장 조성으로 시청률 2위, 1위 올라

4회까지 마친 두 드라마는 공히 패를 일찍 깠다. 타 드라마의 경우 중반부까지 끌고 갈만한 범인의 실체를 폭풍처럼 휘몰아치는 이야기 전개로 밝혀버리고, 이면의 사건을 수면 위로 떠올렸다. 시청자들은 애가 탄다. 4회 시청률은 각각 9.1%, 12.7%(닐슨코리아 집계)로 동시간대 드라마 2위, 1위를 기록 중이다.

 

'신의 선물'은 유괴된 딸을 살리기 위해 사건 2주 전으로 타임워프된 방송사 시사프로 작가 김수현(이보영)과 전직 형사 기동찬(조승우)이 의문의 납치범과 벌이는 치열한 두뇌게임을 그린다.

11일 방영된 4회에서 수현의 딸을 납치살해한 범인이 밝혀졌다. 딸의 친구이자 동찬의 조카인 장애아 영규(바로)의 선생님(강성진)이다. 그는 낮에는 장애아를 돌보는 천사 같은 선생님, 밤에는 연쇄살인범의 얼굴을 한 이중적 인간이다. 이를 알리 없는 수현과 동찬은 예정된 세 번째 살인을 막기 위해 범인을 찾아 나서고, 범인은 수사망을 피해 또 다른 살인을 진행한다.

‘쓰리데이즈’는 전용 별장으로 휴가를 떠난 대통령이 저격사건과 함께 실종되고, 사라진 대통령을 찾아 사건을 추적하는 경호원의 3일에 걸친 기록이다.

13일 방영된 4회에서 대통령 암살을 시도한 경호실장 함봉수(장현성)의 계략으로 누명을 쓴채 도망자 신세가 된 경호원 한태경(박유천)이 실종된 대통령의 행방을 좇는 과정이 이어졌다. 이 과정에서 경제수석이었던 아버지의 죽음이 단순 사고사가 아님을 확신하게 된다. 한편 특별검사는 1998년 양진리에서 남파 북한군에 의해 민간인이 사망한 사건 배후에 이 대통령이 있었다고 발표한다. 교통사고로 병원 응급실에 누워있던 대통령은 결백을 주장한다. 사고 전 "양진리 사건 일으킨 사람은 거대 권력이 됐고, 사회적 존경까지 받고 있다"고 말함으로써 향후 사건의 실체를 담고 있는 ‘기밀문서 98′과 거대한 음모를 암시한다.

직장인 김혜진(30)씨는 "드라마를 선택할 때 스토리의 개연성을 가장 중시하는데 두 드라마는 이를 충분히 만족시킨다. 즐겨 봐왔던 미드에 비해서도 수준이 떨어지지 않는다"고 말했다. 대학생 이혁기(25)씨는 "주로 다시보기로 몰아서 보곤 하는데 이야기 전개가 늘어지면 안보게 된다. '신의 선물' '쓰리데이즈'는 한 번 보면 다음회를 안볼 수가 없다"고 귀띔했다.

▲ '신의 선물' 이보영과 조승우[사진=SBS]

♦ 미드 영향, 신진 작가군 등장으로 서스펜스 장르 부상

사극과 멜로로 양분되던 안방극장에 서스펜스 드라마가 도도한 흐름을 만든 것은 미드(미국 드라마)의 영향이 크다. 24시간 동안 벌어진 사건을 1시간씩 24개의 에피소드로 나눈 독특한 전개로 마니아를 양산한 ‘24’를 비롯해 ‘로스트’ ‘프리즌 브레이크’ ‘위기의 주부들’ ‘호스티지’ 등 다양한 복선과 단서들을 통해 퍼즐 맞춰가듯 재미와 긴장을 조성하는 미드에 익숙해진 시청자, 미드 취향을 키워오며 공감각적으로 훈련된 작가군(박경수, 송재정, 김은희 등)의 등장이 절대적인 역할을 했다.

조원희 영화감독은 “사극과 멜로물이 한계 상황에 도달한지 오래 된 상황에서 작가들이 이를 극복할 방안으로 새로운 장르를 차용하기 시작했다”며 서스펜스 드라마 부상 이유를 짚었다. 반면 안은영 작가는 “김수현 작가의 ‘세번 결혼한 여자’처럼 일상이나 심리, 인간군상에 대한 이야기가 단단한 팬층을 확보하며 이미 한 축을 형성한 가운데 트렌드의 영향을 받은 서스펜스 드라마가 또 한 축을 형성하는 단계”라고 분석했다.

서스펜스 드라마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는 탄탄한 대본이다. PD보다 작가의 힘이 절대적이다. 암시와 복선, 반전을 적재적소에 배치한 잘 짜인 플롯과 촘촘한 스토리만이 긴장감을 유지할 수 있기 때문이다.

‘신의선물’의 최란 작가는 방송작가 출신으로 ‘역사스페셜’ ‘일요스페셜’ ‘인간극장’ ‘PD수첩’ 등 15년 동안 다큐멘터리, 시사 프로그램을 집필했다. 이후 드라마 작가로 선회, ‘일지매’를 히트시켰다. ‘쓰리데이즈’의 김은희 작가는 드라마 ‘싸인’ ‘유령’을 통해 마니아층을 형성하며 ‘한국형 서스펜스물의 1인자’로 떠올랐다.

♦ 비현실성 드라마화하기에 대본의 힘 절대적...공감 일으키는 배우 필수

좋은 대본 다음으로 중요한 요소가 연기자다. 삼각관계의 멜로연기나 로맨스 연기가 일상성을 반영한다면 서스펜스 드라마는 비현실성을 전제로 하기에 시청자의 공감대 형성에 있어 첨병 역할을 하는 존재가 바로 배우다.

조 감독은 “과거 손현주 주연의 ‘추격자’처럼 서스펜스 드라마는 주인공의 행동에 시청자들이 동의하고 공감해야만 시청률이 상승한다”며 “멜로에는 어울리지 않는 연기자가 별반 없지만 서스펜스는 어울리지 않는 연기자가 분명 있다”고 설명했다. 안 작가는 서스펜스 드라마에서 ‘작가-배우’의 관계를 철저한 수미쌍관의 협조관계로 정의했다. 그에 따르면 예측불허의 일을 드라마로 엮어야하기에 배우의 힘이 지대할 수밖에 없다.

▲'쓰리데이즈'의 박하선 박유천 손현주 소이현[사진=SBS]

‘신의 선물’의 조승우와 이보영은 워낙 연기력이 탄탄한 데다 둘 사이의 케미스트리(화학작용)가 좋아 초반부터 흡입력이 대단하다. ‘쓰리데이즈’의 경우 ‘연기돌’로 불려온 박유천이 그간의 달콤한 이미지를 지우고 선 굵은 남성으로 승부수를 던졌다. 안정적인 연기력을 보여주지만 도망자 경호원 캐릭터와 어울리지 않는 살 오른 모습에 몰입이 어렵다는 지적이 있다. 3회까지 분량이 많지 않았으나 손현주의 존재감은 여전히 유효하다.

♦ '신의 선물' 주연배우 캐미 탁월 vs '쓰리데이즈' 장르적 특성 부합

조 감독은 “현재까지는 포석을 까는 단계이므로 깊은 이야기로 더 들어가야 정확한 평가가 이뤄질 것”이라며 두 작품에 대한 점수 매기기를 유보했다. 안 작가는 “조마조마하면서 보는 장르적 특성에 더 부합하는 드라마는 ‘쓰리데이즈’다. ‘신의 선물’은 시청자들도 결말을 알아버렸으니 강도가 떨어진다”고 평가했다. 아울러 작가 입장에서 더 촘촘하고 긴장감 있는 ‘쓰리데이즈’가 공부하면서 보기 좋은 텍스트라고 덧붙였다.

조승우와 이보영이 본격적인 협업관계에 돌입하고(신의 선물), 대통령 저격범이 장현성으로 밝혀진 것과 아울러 거대 권력자의 실체가 서서히 드러나고(쓰리데이즈) 있어 두 드라마의 본격적 전개는 다음주부터 이뤄진다. 서스펜스 드라마 시청률 1, 2위 싸움 역시 치열하게 벌어질 전망이다. 그리고 서스펜스 드라마가 마니아만 만족시키는 '저주받은 걸작'이 아니라, 안방극장의 인기 장르로 굳히기를 하느냐 여부도 가름될 것으로 보인다.

goolis@sportsq.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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