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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고성희 "대체 불가능한 배우될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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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고성희 "대체 불가능한 배우될래요"
  • 김나라 기자
  • 승인 2014.03.14 12:0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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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0자 Tip!] 청순미인의 대명사 이연희가 나오는 MBC 드라마 ‘미스코리아’에 겁도 없이 출연했다. 방영 전부터 온갖 비교와 우려의 시선이 난무했다. 고성희는 묵묵히 목표를 달성해가며 대중을 무안하게 만들었다. ‘대체불가능한 배우’를 꿈꾸는 그답게 자신만의 김재희를 완성했다. ‘미스코리아’의 매 장면이 아쉬웠다는 그는 열의 넘치는 배우다. 데뷔 2년차의 '풋내기'이지만 '풋풋한' 매력을 발산하며 대중을 사로잡는 중이다.

[스포츠Q 글 김나라기자·사진 노민규기자] 배우 하정우의 “충무로 대표 여배우가 될 것”이라는 발언처럼 지난해 개봉한 영화 ‘분노의 윤리학’ ‘롤러코스터’, 최근 종영한 드라마 ‘미스코리아’까지 단 세 작품만으로 차세대 여배우 자리를 ‘찜’한 배우가 있다. 묘한 분위기를 풍기는 고성희(25)다.

 

◆ 카메라 속 고성희, 누구세요?

“대학 입시를 준비하는데 취미가 있으면 학업에도 도움이 될 것 같아 지인의 소개로 알게된 모델 아카데미에 3개월 간 다녔어요."

원래 모델이 되고 싶은 생각이 없었다는 그는 모델 아카데미 수료를 마칠 당시 연예 관계자의 눈에 띄어 전속 계약을 맺고 모델로 데뷔했다. 스스로 "광고가 잘됐다"고 말할 만큼 유명 CF에 잇따라 출연했다. 2008년 고등학교 3학년이라는 어린 나이에 짭짤한 수입을 올렸다.

모델 활동 중 영상 촬영을 위해 카메라 앞에 섰는데 렌즈에 비친 모습이 자신이 아닌 것처럼 느껴졌다. 이후 막연히 연기에 관심이 생겨 연기학원을 등록한 고성희는 진학 예정이던 국제경영학과가 아닌 성균관대 연기예술학과에 덜컥 합격했다.

“대학에 합격하자 아버지께서 믿어주기 시작했어요. 모델 아카데미는 아버지 모르게 어머니의 사비를 후원받아 다녔거든요.(웃음) 그러다가 모델로서 좋은 반응을 얻고, 혼자 대학을 준비해서 합격하니까 그제서야 마음을 열어주신 거죠.”

 

◆ 진실 혹은 대담 “솔직하게 사는 게 행복해요”

고성희는 지난해 배우 하정우의 감독 데뷔작인 영화 ‘롤러코스터’에서 미모의 일본인 여승무원 미나미토로 등장했다. 어눌한 한국말을 구사하는 캐릭터에 관객의 관심이 촉발했다.

“‘롤러코스터‘ 촬영을 마치면 거의 매일 출연진과 함께 술을 마셨어요. 술 마시고 다음날 촬영하고, 또 술 마시고... 숙취가 해소되지 않은 상태에서 부어있는 얼굴로 촬영을 해서 그런가? 그때보다 예뻐졌다는 말을 많이 들어요. ’미스코리아‘는 계속 밤샘 촬영을 하니까 술 마실 시간이 없었거든요."

‘롤러코스터’ 시사회에서 파격적인 시스루 룩을 입고 나와 화제를 모았다. 어쩔 수 없이 선택한 '마케팅 전략'이었다고 고백했다. 여배우의 노출에 대해 말초적인 호기심 혹은 비판적 시선을 보내는 대중에게 노출도 ‘전략’이라고 밝힐 만큼 솔직하고 털털하다.

 

◆ 1997년 ‘미스코리아’ 선 김재희, 스스로 왕관을 만들다

드라마 '미스코리아'에서 미모의 여배우 이연희와 함께 출연하다보니 신경이 곤두세워졌을 법하다.

“연희 언니와 함께 출연한다고 해서 부담은 없었어요. 오히려 제 캐릭터가 부담됐죠. 주인공인 오지영보다 훨씬 아름다워야하는 점도 그렇고요. 시놉시스 상 김재희의 인물 소개를 보면 ‘신이 내린 몸매’라고 적혀있는데 너무 쑥스럽고 오글거렸죠.”

드라마 속 김재희가 전형적인 미인이라면 자신은 절대 아니라고 부인했다. 따라서 김재희를 고성희 스타일로 풀어내 매력적인 캐릭터로 빚어내고 싶었다. 바람대로 그는 김재희에게 어울리는 옷을 입혔다.

“캐릭터 콘셉트는 소속사가 함께 상의해서 정했어요. 헤어는 웨이브를 무조건 많이 넣는 것이 아니라 볼륨감을 살린 복고 스타일로, 메이크업은 아이라인으로 눈꼬리에 포인트를 주고, 재희가 여성스럽지 않으니까 눈썹은 각지고 진하게 그리고, 입술 색은 갈색, 옷은 무채색 등 고민할 게 정말 많았어요."

‘미스코리아’에서 대선배 이미숙과 연기하는 장면이 많았음에도 밀리지 않는 모습을 보였다. 하지만 그는 매 장면이 아쉬웠다고 회상했다.

“대사 한줄을 말할 때도 ‘어떻게 표현할 것인가’ 선택의 기로에 서게 되요. 화를 낼 것인가, 울 것인가, 참으면서 말할 것인가 등 이런 작은 부분 하나까지도 고민되고요. 결국은 제가 옳다고 생각하는 걸 선택하지만 늘 아쉽죠. 매 신을 소화할 때마다 저에게 질문을 던져 봐요. 그게 정답이냐고."

 

◆ 신예 고성희, 지금은 열심히 달려야할 때

고성희는 2012년 개봉한 영화 ‘분노의 윤리학’에서 극적인 죽음을 맞이하는 여대생 진아로 연기 신고식을 혹독하게 치뤘다. 파격적인 노출과 함께 곽도원과 대담한 불륜 연기로 관객에게 눈도장을 톡톡히 찍었다. 이후 곧바로 ‘롤러코스터’에 캐스팅돼 배우로서 승승장구할 날만 남았을 것이라 생각했지만 개봉하기까지 1년이 걸렸다.

“공백기 때 몇 백대 일의 경쟁률을 뚫고 최종 오디션만 남은 작품이 있었어요. 그런데 여러가지 현실적인 문제로 무산됐죠. 그때가 가장 힘든 시기였어요. 실패에 익숙하지 않았나 봐요. 미래에 대한 불안감으로 압박을 느꼈죠. ‘나는 언제쯤 인정받는 배우가 될 수있을까’ ‘배우의 길을 계속 걸어도 될까’라는 고민에 빠져 있었죠.”

‘분노의 윤리학’에 함께 출연한 선배 문소리가 힘을 북돋아 줬다. 문소리의 집에 놀러간 적이 있는데 가장 좋아하는 책이라며 니코스 카잔차키스의 장편소설 ‘그리스인 조르바’를 선물해줬다. 호쾌한 자유인 조르바가 벌이는 영혼의 투쟁, 문소리가 적어 놓은 메모와 글을 보며 마음의 평안을 얻고 '전의'를 불사를 수 있었다.

 

“대체 불가능한 배우로 평가받고 싶어요. 늘 제가 해온 역할은 개성이 뚜렷해 우려를 샀지만 결국 목표를 이루게 됐거든요. 차기작이요? 아직은 인지도를 쌓아야 하니까 드라마를 생각하고 있어요. 쉬지 않고 작품을 하고 싶어요. 지금은 열심히 달려야할 때잖아요.”

[취재후기] ‘미스코리아’ 속 김재희를 생각하면서 고성희를 만나러 갔다. 그러나 그는 각박한 세상에 ‘와이키키’를 외치는 초긍정녀 오지영과 더 많이 닮았다. 오로지 연기가 하고 싶어 걸그룹도 포기했다는 그는 정말 행복해 보였다. 얄미울 정도로 열심히 사는 보통의 스무살 청춘 같다. ‘떠오르는 청춘스타’가 될 자격이 충분하다.

nara927@sportsq.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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