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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Q현장메모] 정현 테니스계 상징성, 김연아 오버랩되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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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Q현장메모] 정현 테니스계 상징성, 김연아 오버랩되는 이유?
  • 김의겸 기자
  • 승인 2018.11.20 21:5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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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현동=스포츠Q(큐) 김의겸 기자] ‘테니스 간판’ 정현(22·한국체대)이 호주오픈에서 4강에 진출한 뒤 공식 석상에 섰던 지난 2월 이후 오랜만에 팬들과 교감하는 자리를 마련했다. 정현이 9개월 새 많은 팬들에게 어떤 영향을 끼쳤는지 간접적으로 확인할 수 있는 시간이었다.

20일 정현의 공식 후원사 라코스테가 서울 강남구 논현동 빌라드베일리에서 주최한 간담회에서 정현은 팬들을 만났다. 1부 행사에선 팬들이 사전에 준비한 질문에 답하고 퀴즈를 통해 선물을 증정했다. 20여명의 팬들은 평일 오전임에도 불구하고 정현을 보기 위해 행사장을 찾아왔다.

 

▲ 올 시즌을 마친 정현(윗줄 왼쪽 5번째)은 동계훈련에 앞서 팬들과 소통하는 시간을 가졌다. [사진=스포티즌 제공]

 

정현은 지난해 11월 남자프로테니스(ATP) 투어 넥스트 제너레이션 파이널에서 우승한 뒤, 올 1월 4대 메이저 대회 중 하나인 호주오픈에서 알렉산더 즈베레프(독일·세계랭킹 5위)와 노박 조코비치(세르비아·1위) 등을 제압하고 4강에 올랐다. ‘테니스 황제’ 로저 페더러(스위스·3위)와 준결승전을 벌이는 장면은 국내 테니스팬들을 감격시켰다.

한국 선수가 내로라하는 선수들과 테니스계에서 격돌하면서 화제를 뿌리기 시작했고 국내에는 이른바 ‘정현 효과’를 타고 테니스 붐이 일기도 했다. 정현은 발목 부상으로 프랑스오픈과 윔블던에는 불참했지만 꾸준히 성적을 내며 25위라는 높은 순위로 올 시즌을 마쳤다.

다음 시즌에 대비한 태국 동계훈련에 돌입하기에 앞서 정현은 다시 팬들을 찾았다. 그는 간담회를 시작하며 “이런 시간을 많이 가져보지 않아 긴장된다. 많은 분들이 격려해주시는 것은 알고 있었지만 직접 만나보니 응원 받고 있다는 사실을 실감한다”며 “인터뷰를 오랜만에 해서 그런지 시합에 들어가기 전처럼 떨린다”는 소감을 전했다.

정현을 보고 꿈을 키우고 있다는 어린이 팬은 직접 쓴 편지를 읽어줬다. “호주오픈을 보면서 정현 형처럼 대한민국을 빛내는 선수가 되야겠다고 생각했다”며 “부상으로 기권했을 때 마음이 아팠다. 앞으로 부상당하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메시지를 전달했다. 이어 “시간이 되면 자신이 테니스를 배우고 있는 아카데미에 방문해 달라”고 부탁해 장내를 웃음바다로 만들었다.

정현은 많은 꿈나무들의 롤 모델로 자리매김했다. 정현을 보고 테니스선수의 꿈을 키우고 있는 초등학교 1학년 학생의 어머니도 자리에 함께했다. 정현은 “내가 1학년으로 돌아간다면 다른 스포츠나 취미활동도 같이할 것 같다”며 다른 스포츠도 접하게 할 것을 권유했다. 휴학하고 테니스에만 몰두하고 있다는 대학생 팬까지 많은 팬들이 정현 덕에 테니스가 일상 깊이 자리하게 됐다고 입을 모았다.

 

▲ [논현동=스포츠Q 김의겸 기자] 20일 정현 팬-기자 간담회에 참석한 팬들이 포토월에 정현을 향한 응원 메시지를 남기고 있다. 

 

어떤 여성팬은 “직장생활 중 매너리즘에 빠졌을 때 정현의 인터뷰를 보고 힘을 냈다”며 “그 이후 정현의 경기를 챙겨보면서 어떨 때 행복을 느끼는지 알게 돼 스포츠산업으로 직종을 전환할 꿈을 꾸게 됐다”고 고마운 마음을 전했다.

정현은 “그런 결정을 내가 내려본 적이 없기 때문에 다시 생각해보게 된다. 이왕 결정한 것 뒤돌아보지 않고 직진하시길 바란다”며 응원했다.

정현은 한국 테니스계에 전에 없던 행보를 잇고 있다. 상대적으로 비인기 종목인 테니스에 붐을 일으키고 꿈나무들에게 테니스선수라는 꿈을 심어줬다는 점에선 ‘피겨 여제’ 김연아를 연상시킨다.

투어에 나선 정현이 경기에 나설 때면 테니스 관련 검색어들이 포털 사이트 실시간 검색어 란을 장악하기도 했다. 테니스 경기 특성상 일정이 지연될 때도 많고 날씨의 영향을 많이 받아 갑작스레 취소되는 일도 잦았지만 팬들은 정현의 경기를 보기 위해 밤낮을 가리지 않았다.

아직까지 나이가 어리고 김연아만큼의 영향력을 발휘했다고 말하기는 어렵지만 개인의 파워로 스포츠계 동향을 바꿔나가고 있어 앞으로 활약에 기대가 모아진다.

정현은 이날 간담회를 마친 뒤 행사에 참석한 팬들과 점심식사를 하며 못다한 이야기를 나눴다. 일부 팬들은 정현을 위해 깜짝 선물과 편지를 전달했고, 이에 감동한 그는 “항상 응원을 보내주는 팬들 덕분에 투어 생활이 외롭지 않다”며 진심으로 고마워했다. 정현과 팬들 모두 좋은 에너지를 주고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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