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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Q분석] '슈틸리케호의 심장' 기성용의 끝없는 변신 어디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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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Q분석] '슈틸리케호의 심장' 기성용의 끝없는 변신 어디까지
  • 박상현 기자
  • 승인 2015.01.23 10:5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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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안컵 8강전 '3단 변신' 제라드 빙의, 멀티 포지션 소화…공중볼·몸싸움 투쟁력 키우며 업그레이드

[스포츠Q 박상현 기자] '센트럴 키' 기성용(26·스완지 시티)이 끝없는 변신을 하고 있다. 이미 한국 축구대표팀에서 전력과 전술의 핵심으로 잡은 기성용은 이제 다재다능함까지 보여주며 멀티 포지션 소화 능력을 강조하는 울리 슈틸리케(61) 감독의 마음을 흡족하게 하고 있다.

기성용은 22일 호주 멜버른 렉탱귤러 스타디움에서 열린 2015 아시아축구연맹(AFC) 아시안컵 우즈베키스탄과 8강전에서 수비형 미드필더로 선발 출전하며 120분 풀타임을 뛰었다.

그런데 이날 기성용은 수비형 미드필더로만 뛴 것이 아니었다. 후반 37분 이정협(24·상주 상무)을 빼고 한국영(25·카타르SC)이 투입되는 상황에서는 공격형 미드필더로 전진했고 연장 후반 5분 이근호(30·엘자이시)가 빠지고 장현수(24·광저우 푸리)가 들어갔을 때는 측면 공격수로 뛰었다.

무려 세 자리를 소화하며 슈틸리케 감독의 전술 운용의 변화의 폭을 넓혀줬고 이는 한국의 2-0 승리로 이어졌다.

◆ '3단 변신' 멀티 능력, 제라드 빙의

기성용이 세 자리를 소화한 '3단 변신'은 어디서 봤던 장면이다. 기성용이 좋아하는 스티븐 제라드(35·리버풀)가 '이스탄불의 기적'을 썼던 2004~2005 시즌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 결승전 당시 모습이었다.

당시 AC 밀란과 결승전을 치른 리버풀의 '심장' 제라드는 수비형 미드필더로 활약한 것은 물론이고 공격형 미드필더와 오른쪽 측면 공격수로 나섰다. 제라드의 지치지 않는 활약을 통해 리버풀은 전반에 3골을 내주고도 역전시키는 기적을 만들어냈다.

기성용도 처음에는 수비형 미드필더로 나왔지만 한국영이 투입되자 공격쪽으로 전진했다. 차두리(35·FC 서울) 투입으로 분위기를 되돌린 상황에서 기성용이 위로 올라가면서 공격에 활기를 찾았다. 이어 이근호가 빠지고 손흥민이 원톱 스트라이커 자리로 올라서자 기성용은 손흥민이 맡았던 왼쪽 측면 공격수로 활약했다. 그야말로 제라드의 빙의, '기라드'였다.

이에 대해 슈틸리케 감독은 경기가 끝난 뒤 인터뷰에서 "기성용을 측면으로 돌린 것은 내 결정이 아니라 기성용 본인이 먼저 남태희(24·레퀴야)를 중앙으로 가고 측면으로 빠지는 것이 좋겠다는 의견을 내놓았다. 팀을 위해 본인이 낫다고 얘기를 해줬기 때문에 내가 수용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는 남태희가 공격형 미드필더로 뛸 때 공격력이 배가되고 우즈베키스탄의 측면 공격수를 자신이 막으면 더욱 효과적일 것이라는 판단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 패스마스터 모습 여전,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서 다진 탄탄한 수비력까지

기성용이 처음부터 수비력이 좋았던 것은 아니었다. 기성용은 기술은 뛰어나지만 수비력이 떨어진다는 지적을 받는 선수였다.

기성용의 수비력이 평가절하됐던 것은 몸싸움 능력이 떨어졌기 때문이었다. 기성용은 탄탄한 체격조건에 어울리지 않게 몸싸움을 즐기는 선수가 아니었다.

그러나 2013~2014 시즌 선덜랜드로 임대 이적하면서 몸싸움 능력이 극대화됐다. 전통적인 잉글랜드식 축구를 구사하는 선덜랜드에서 뛰면서 몸싸움을 하지 않을 수가 없었고 이를 통해 몸싸움 능력을 키우고 수비력도 길러졌다. 그 결과 탄탄한 수비력을 갖춘 기성용으로 재탄생했다.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에서 다진 탄탄한 수비력에 패스마스터로서 성숙해진 면모는 기성용을 최고의 수비형 미드필더로 거듭나게 했다. 기성용은 우즈베키스탄과 경기에서 95개의 패스로 91%의 패스성공률을 기록했다. 또 3개의 득점 기회를 창출해내는 등 대표팀의 공수 균형을 맞추는데 주력했다.

브라질 월드컵 당시 기성용은 한국영과 수비형 미드필더로 뛰면서 중앙 수비와 호흡이 맞지 않아 상대 선수에게 공격을 허용, '자동문'이라는 오명을 들어야만 했다. 2명의 중앙 수비수와 2명의 수비형 미드필더 사이가 벌어지면서 그만큼 공간도 허용했다. 하지만 슈틸리케 감독 부임 이후 이런 문제까지 사라졌다.

한동안 경기력 논란에 시달렸던 기성용이지만 이제는 명실상부한 대표팀의 '키'로 자리를 굳혔다. 그냥 단순한 키가 아니라 '골든 키'이자 '만능 키'가 되고 있다.

tankpark@sportsq.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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