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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Q포커스] 차두리가 마지막까지 보여주는 열정의 가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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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Q포커스] 차두리가 마지막까지 보여주는 열정의 가치
  • 박상현 기자
  • 승인 2015.01.25 11:1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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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안컵이 대표팀 은퇴경기…소속팀 서울서도 올해가 끝일 가능성 높아

[스포츠Q 박상현 기자] 태극 유니폼을 입고 뛰는 '차미네이터'의 마지막도 얼마 남지 않았다. 8강전 승리로 그의 질주를 두 경기 더 볼 수 있게 됐지만 그 끝은 이제 머지 않았다.

차두리(35·FC 서울)는 26일 오후 6시(한국시간) 호주 시드니 스타디움 오스트레일리아에서 벌어지는 이라크와 2015 아시아축구연맹(AFC) 아시안컵 준결승전에 출격 준비를 마쳤다.

차두리의 시계는 거꾸로 가는 느낌이다. 지난해 11월 요르단과 평가전에서 한교원(25·전북 현대)의 A매치 데뷔골을 어시스트하더니 아시안컵에서는 남태희(24·레퀴야), 손흥민(23·바이어 레버쿠젠)의 득점에 도움을 줬다.

차두리가 최근 3개월 동안 대표팀에서 올린 어시스트를 보면 모두 닮은꼴. 자신의 포지션인 오른쪽 측면 수비부터 상대 진영을 질풍처럼 치고 들어가 돌파한 뒤 크로스를 올린다.

이미 상대팀은 차두리의 돌파에 이은 크로스가 날카롭다는 것을 파악하고 있다. 그러나 알고도 막지 못한다. 그만큼 차두리가 강력하다는 증거다.

◆ 마지막 2경기에서 불태우는 뜨거운 열정

2002년 한일 월드컵 당시 아버지 차범근(62) 감독의 후광을 업고 대표팀에 선발됐다는 비판을 받았지만 지금은 대표팀 은퇴를 만류하는 팬들이 있을 정도가 됐다. 그만큼 차두리가 대표팀에서 남긴 족적은 크다.

한일 월드컵 이탈리아와 8강전에서 멋진 오버헤드킥을 선보였던 차두리는 독일 분데스리가를 통해 공격수에서 풀백으로 변신에 성공했다. 풀백으로 변신한 뒤 그의 공격력은 오히려 극대화됐다.

2010년 남아공 월드컵과 2011년 카타르 아시안컵을 거치면서 로봇 또는 '차미네이터'라는 별명을 얻었던 그는 30대에 들어서면서 오히려 후배들과 경쟁에서 밀리면서 대표팀과 자연스럽게 멀어졌다. 그라운드가 아닌 중계석에서 2014년 브라질 월드컵을 지켜봐야만 했다.

여기에 차두리는 열정이 문제라며 은퇴를 시사했다. 차두리는 지난해 10월 "축구에서는 육체와 정신이 하나가 됐을 때 좋은 경기를 할 수 있는데 정신적으로 열정이 얼마나 남아있느냐가 관건"이라며 "모든 것을 쏟을 준비가 되어 있지 않다면 힘들다"는 말로 은퇴가 얼마 남지 않았음을 간접적으로 밝혔다.

그러나 팀에 중심이 되는 노장이 있어야 한다는 울리 슈틸리케(61) 감독의 지론으로 대표팀으로 돌아올 수 있었다. 은퇴를 생각했지만 슈틸리케 감독의 적극적인 권유에 아시안컵을 대표팀 은퇴 무대로 삼으며 마지막 열정을 짜내고 있다. 그의 경기력은 막내 동생 또는 조카뻘과 함께 뛰는 대표팀 내에서도 수준급이다.

수비부터 그의 진가는 드러난다. 태클을 두 차례 시도해 모두 따냈으며 몸싸움에서도 18차례 가운데 9차례 공을 차지하는 등 상대와 볼 경합에서도 지지 않았다. 특히 공중볼 다툼에서는 두 차례 모두 공을 따내기도 했다.

패스 성공률도 나쁘지 않다. 90% 이상을 기록하는 기성용(26·스완지 시티)에 비할 바는 아니지만 78.1%의 패스 성공률로 공격 창출에 이바지하고 있다. 특히 전방 패스가 전체 42.2%를 차지할 정도로 공격적이다.

이런 그의 모습에 팬들은 대표팀 은퇴를 재고해줄 것을 요청하는 서명운동을 벌이는가 하면 축구 관계자들 역시 그의 은퇴를 안타깝게 생각하고 있다. 그러나 그의 대표팀 은퇴 의지는 확고하다.

그가 지난해 현역 은퇴를 생각했던 것은 육체적인 것보다 열정이라는 이유였다. 하지만 그 열정이라는 말을 깊이 생각해 보면 역시 체력 부담이 근원이다. 육체적으로 아픈 곳이 없다고 하지만 체력은 역시 그에게도 큰 부담이 된다. 한 경기를 치르는데 있어 체력은 문제가 없겠지만 경기를 치른 뒤 체력 회복 속도가 예전만 못하다는 것이다.

그런만큼 3년 뒤 러시아 월드컵은 생각하지도 않고 있다. 소속팀 서울과도 1년 계약을 맺어 사실상 올해가 그의 현역 생활 마지막일 가능성이 높다. 그런만큼 아시안컵을 통한 그의 대표팀 은퇴 의지는 확고하다.

그래도 그는 설렁설렁 뛰는 법이 없다. 수비는 물론이고 무서운 돌파력을 바탕으로 한 오버래핑은 그만의 장점이다. 오른쪽 측면 수비를 탄탄하게 하는 것은 물론이고 오른쪽 공격에 활로를 뚫어주는 것이 그의 역할이다. 차두리는 자신의 자리에서 마지막 열정을 불태우고 있는 중이다.

◆ 아버지는 데뷔, 자신은 은퇴…부자의 특이한 아시안컵 인연

차범근(62) 전 감독과 두리 부자는 아시안컵과 특별한 인연을 갖고 있다. 차범근 전 감독은 19세이던 1972년 태국에서 열렸던 아시안컵을 통해 A매치 데뷔전을 치렀다.

차범근 감독의 현역 A매치 데뷔전은 무승부로 끝났다. 이라크와 벌인 조 편성 경기에서 0-0 무승부가 됐다. 그러나 차범근 감독은 승부차기에서 첫번째 키커로 나서 실축했다. 한국은 당시 승부차기에서 이라크에 졌다. 다행히도 조별리그나 녹다운 토너먼트 경기가 아닌 조 편성 경기였기 때문에 큰 의미는 없었다. 당시 한국은 이란에 1-2로 져 준우승을 차지했다.

차두리는 현역 A매치의 마지막 경기를 아시안컵에서 끝낸다. 아버지도 해내지 못했던 아시안컵 우승의 꿈을 한국 축구에 안기겠다는 각오다.

이런 상황에서 이라크를 만났다. 아버지가 데뷔전에서 체면을 구겼던 이라크전에서 맹활약한다면 대를 넘어선 명예회복을 이뤄낼 수 있다. 한국이 2007년 아시안컵부터 2회 연속 4강전에서 분루를 삼켰기 때문에 악연도 끊어내야 한다. 더구나 그 상대가 8년전 승부차기에서 졌던 이라크이기에 더욱 그렇다.

또 차두리는 대표팀 은퇴를 선언했던 박지성(34)과 이영표(38)에 이어 아시안컵을 통해 은퇴하는 선수가 된다. 박지성과 이영표 모두 아쉽게 우승을 차지하진 못했지만 후배들의 헹가래를 받으며 행복하게 대표팀 생활을 끝냈다. 차두리는 박지성, 이영표와 달리 3~4위전이 아닌 결승전에서 행복한 선수가 되겠다는 바람이다.

한국 축구는 현재 변화의 물결을 타고 있다. '변화하라(Time for Change)'라는 슬로건을 내건 대표팀은 아시안컵에서 55년만에 우승을 차지할 기회를 맞았다. 변화의 시점에서 차두리의 열정은 더욱 뜨겁게 불타오른다.

또 그의 열정은 후배들에게 동기부여로 이어지는 시너지 효과까지 나고 있다. 그가 보여주는 열정의 가치는 무한대다.

tankpark@sportsq.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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