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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리로 가슴으로 열었다, '부동의 원톱' 확인한 이정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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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리로 가슴으로 열었다, '부동의 원톱' 확인한 이정협
  • 이세영 기자
  • 승인 2015.01.26 20:3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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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라크전 1골 1도움' 이정협, 27년만의 아시안컵 결승 견인하다

[스포츠Q 이세영 기자] 울리 슈틸리케(61) 감독이 발탁한 '군데렐라' 이정협(24·상주 상무)이 나날이 변신하고 발전하고 있다. 이젠 원톱의 자격까지 증명했다.

이정협이 자신의 A매치 최초 한 경기 공격포인트 2개를 기록하며 슈틸리케호의 부동의 원톱임을 확인했다. 대회 전 대표팀이 마땅한 주전 원톱을 찾지 못했던 것에 비하면 매우 인상적인 결과다.

이정협은 26일 호주 시드니의 스타디움 오스트레일리아에서 열린 2015 아시아축구연맹(AFC) 호주 아시안컵 4강전 이라크와 경기에서 1골 1도움을 기록, 한국의 2-0 쾌승을 이끌었다. 1988년 카타르 대회 이후 27년 만에 아시안컵 결승 무대를 밟은 한국은 55년 만의 우승을 노릴 수 있게 됐다.

◆ 제로톱? 이젠 이정협 원톱 카드가 있다

대회 전 주전 원톱 자원인 김신욱(27·울산 현대)과 이동국(36·전북 현대)이 부상으로 대표팀 합류가 불발되자 슈틸리케 감독은 제로톱 전술로 전환하며 해결책을 찾으려 했다.

그 꼭짓점이 조영철(26·카타르SC)이었다. 지난해 10월 파라과이와 평가전을 통해 처음으로 '폴스 나인(가짜 원톱)'을 맡았던 그는 준수한 경기력을 보이며 호평을 받았다. 슈틸리케 감독은 조영철을 중심으로 모든 선수들이 플레이메이커 역할을 해주길 바랐다. 이때까지만 해도 이정협은 조커 정도로 여겨졌다.

하지만 원톱으로 시험 가동했던 이정협 카드가 적중하면서 이야기가 달라졌다. 지난 4일 사우디아라비아와 평가전을 통해 A매치에 데뷔한 그는 곧바로 데뷔골까지 터뜨리며 본격적인 '군데렐라'의 탄생을 알렸다.

이어 17일 아시안컵 호주와 조별리그 마지막 경기에서는 선발로 나와 한국을 조 1위로 이끄는 귀중한 결승골을 넣었다. 슈틸리케 감독의 작전은 완벽하게 들어맞았고 이정협은 더이상 조커가 아닌 당당한 '플랜A'가 됐다.

◆ 공중볼 장악 능력에 볼 트래핑까지, 기술까지 갖춘 강력한 스트라이커

신장 186cm의 이정협은 장신을 이용한 공중볼 장악 능력이 뛰어나다. 이라크전에서 넣은 골도 전반 19분 프리킥 상황에서 김진수가 띄워준 공을 강력한 헤딩슛으로 연결, 상대 골망을 갈랐다. 아울러 그는 A매치 6경기 출전에 3골째를 터뜨렸다. 이정협이 선취골을 넣은 한국은 아시안컵에서 처음으로 세트피스 상황에서 골을 만들었다.

어시스트 능력도 뛰어났다. 후반 4분 추가골을 도왔다. 이정협은 가슴으로 공중볼을 멈추며 문전에 있는 김영권의 왼발 슛을 이끌었다. 김영권에게 공을 밀어주는 가슴으로 침착하게 트래핑하는 모습은 기술도 갖춘 선수임을 보여준다. 그는 김신욱과 같은 유형인 타깃형 스트라이커로서 장점을 십분 발휘했다.

하지만 이날 경기에서 과제도 있었다. 공중볼 다툼에 강하고 골 결정력이 뛰어나다는 장점이 있지만 아직 볼 점유율을 높이는 세밀한 플레이까지는 완성되지 않은 면모를 보였다.

기술을 갖추긴 했지만 그렇다고 볼 컨트롤이 완벽한 것은 아니다. 볼 컨트롤이 다소 서툴러 키핑 능력은 다소 떨어졌다. 공격포인트를 기록한 이후 인상적인 플레이가 좀처럼 나오지 않은 점은 보완해야 할 숙제다.

그럼에도 두 골에 모두 기여한 이정협의 활약 속에 한국 축구대표팀은 55년 만의 우승에 한 걸음만 남겨뒀다.

이제 그는 조커가 아니다. 당당한 한국 축구의 새로운 원톱이다. 슈틸리케 감독이 변화의 아이콘으로 발굴한 이정협의 위대한 진화는 아시아축구에 큰 울림을 던지고 있다.

syl015@sportsq.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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