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D. 2024-04-20 08:29 (토)
[SQ인터뷰] ① '이 악문' 투혼의 결실 지켜내는 치과의사 의기투합
상태바
[SQ인터뷰] ① '이 악문' 투혼의 결실 지켜내는 치과의사 의기투합
  • 박상현 기자
  • 승인 2015.01.30 10:46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이한주 대한스포츠치의학회장의 '치아와 경기력의 상관론'...아직 한국에선 스포츠치의학 걸음마 단계

[300자 Tip!] 우리나라에 선수들의 기량 향상과 컨디션 관리를 위해 치아를 연구하는 대한스포츠의학회가 있다. 뿐만 아니라 각종 스포츠의학 연구가 진행되고 있고 경희대 등에는 스포츠의학과가 만들어져 있다. 그러면 의학이 있다면 치의학도 있을 것이라는 생각을 해보지 않았을까. 그런데 대한스포츠치의학회가 실제로 있다. 엄연히 대한치과의사협회의 분과의원회로 등록돼 있고 열정적으로 활동하고 있다. 그렇다면 분명 선수들의 기량 향상, 컨디션 관리와 치아가 관련있지는 않을까. 대한스포츠치의학회를 이끌고 있는 이한주(58) 회장을 만났다.

[스포츠Q 글 박상현·사진 최대성 기자] "스포츠와 치아 상태요? 아주 밀접한 관계가 있죠. 챔피언 중에 주걱턱인 사람이 별로 없답니다."

대한스포츠치의학회를 이끌고 있는 이한주 회장은 치아와 스포츠는 매우 깊은 관계를 맺고 있다고 말한다. 그렇기에 오래전부터 스포츠치의학이라는 학문이 연구에 연구를 거듭하고 있지만 아직 국내에서는 생소하다.

▲ 이한주 대한스포츠치의학회 회장은 아직 한국에 스포츠치의학이라는 분야가 생소하다고 말한다. 그러나 선수들의 경기력 향상과 스포츠를 즐기는 모든 사람들의 치아 건강을 위해 스포츠치의학은 반드시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생소한 것은 너무나 당연합니다. 우리나라에는 스포츠치의학이 있는지도 모르는 치과의사도 있어요. 하지만 미국과 일본에서는 이미 학문으로 뿌리를 내렸고 학과까지 있습니다."

다소 의아하긴 하지만 보통 우리가 굳은 결심을 하고 열심히 하는 모습을 두고 '이를 악물었다'는 표현을 쓰는 것을 보면 분명 연관이 있는 것 같기도 하다. 사실 선수들이 훈련을 하면서 또는 경기를 하면서 입을 벌리고 하는 경우는 없다. 모두 이를 악문다.

"그래서 선수들 대부분은 치아 상태가 정상인 경우가 드뭅니다. 너무 이를 악물어서 송곳니가 모두 닳아 평평해지고 어금니가 없는 경우도 있죠."

◆ 태동한 스포츠치의학회, 한국 스포츠 발전 사명감

이미 미국과 유럽, 일본에서는 연구가 진행되고 있다. 한국도 뒤늦게 연구에 뛰어들었지만 이제 막 태동한 단계다.

대한스포츠치의학회는 현재 350명의 회원을 두고 있다. 그만큼 치과 의사들 사이에서도 잘 알려지지 않았다. 하지만 지난해 6월 세계학술대회에 한국대표로 나가 미국, 일본 학회장과 정보 교류를 하면서 점차 연구를 진행, 발전시켜나가고 있는 중이다.

그런데 대한스포츠치의학회는 의사 회원들의 회비와 후원금으로 활동 중이다. 의사들의 열의가 없다면 좀처럼 이룰 수 없는 일이다. 그럼에도 기꺼이 회원들이 회비와 후원금을 아낌없이 내는 것은 한국 스포츠 발전에 조금이나마 도움이 될 것이라는 사명감 때문이다.

"참여하는 의사들은 모두 열정 하나만 가지고 있죠. 모두 스포츠를 좋아하고 관심을 갖고 있는 분들이 모인 단체여서 끈끈함만큼은 대단합니다."

이한주 회장 역시 초·중·고교를 다니면서 선수로 활동했다. 휘문고 재학 때는 유도 선수로도 뛰었다. 산악자전거도 20년째 타는 등 스포츠 마니아이기도 하다.

▲ 이한주 회장이 이끄는 대한스포츠치의학회는 전국 치과의사 회원이 350명밖에 안될 정도로 적다. 치과의사들도 스포츠치의학에 대한 이해가 부족하다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 그러나 스포츠를 좋아하는 치과의사들이 뭉쳐 한국에도 스포츠치의학이 싹트기 시작했다.

◆ 치아 치료부터 마우스가드 개발까지, 광범위한 스포츠치의학

스포츠치의학회의 활동 범위는 매우 넓다. 스포츠 활동 중 다친 치아의 치료부터 우리가 흔히 마우스피스라고 부르는 마우스가드 개발도 있다.

"운동을 하다 보면 치아가 빠지거나 부러지는 경우가 있죠. 그런데 이 치아를 잘 보관해서 병원으로 가면 다시 붙일 수 있습니다. 그런데 그러지 못해 결국 치아 하나를 잃어버리고 임플란트를 하곤 하죠. 그러나 미국이나 유럽에는 치아를 잘 보관할 수 있는 용액과 보호용기가 있습니다. 이를 전국 초·중·고교 양호실에 상시 비치하면 어떨까요. 앞으로 저렴한 가격에 이를 개발, 판매할 수 있도록 할 방침입니다. 현재 미국에서 개발한 제품의 경우 2만5000원 정도에 판매되고 있는데 더 저렴한 가격으로 만든다면 치아 건강에 큰 도움이 되겠죠. 현재 50% 개발이 끝난 상태입니다."

또 마우스가드는 스포츠치의학회의 중점 사업이다. 이를 악물고 하는 선수들에게 마우스가드는 치아의 마모를 지켜준다.

"보통 권투 같은 격투기만 생각하기 쉬운데 사이클이나 육상, 마라톤 등 유산소운동에서도 큰 효과를 발휘합니다. 이미 미국의 경우 미식축구 같은 종목은 마우스가드를 의무적으로 하도록 되어 있습니다. 그런데 아직 우리나라는 스포츠치의학에 대한 이해가 없어서 그런지 마우스가드를 하는 선수가 많지 않습니다."

마우스가드는 치아 건강에도 도움이 되지만 경기력을 높여주는 효과가 있다는 것이 이 회장의 설명이다. 경희대학교 치과대학와 체육대학이 공동으로 연구한 결과 역도 선수가 역기를 들 때 마우스가드를 착용하는 경우 10~15%의 성적 향상 효과가 있었다. 마우스가드를 하지 않았을 때 100kg를 든다면 15kg를 더 드는 힘이 나온다는 것이다.

물론 선수 개개인의 편차가 있기는 하지만 대체적으로 경기력 향상 효과가 있는 것은 사실로 증명됐다. 일본스포츠치의학회에서는 수영 선수가 마우스가드를 끼었을 경우 균형 감각이 잡혀 직진할 수 있게 돼 힘을 덜 들이고도 기록 향상을 기대할 수 있다는 연구 결과를 내놓기도 했다.

"선수들의 기량을 향상시키는데 있어서 종목에 따라 턱 관절의 위치도 중요한 요소가 됩니다. 치아 상태와 턱 상태까지 종합적으로 잘 맞아야만 한다는 것이죠."

▲ 이한주 회장은 자신의 임기 중 선수촌에 치과의무실을 개설한 것이 가장 뿌듯하다고 말한다. 이와 함께 한국스포츠개발원에도 스포츠치의학에 관심을 갖고 관련 연구를 할 수 있는 인원이 선발됐으면 하는 희망도 함께 피력했다.

◆ 선수촌에 치과 의무실 개설, 임기내 사업 가운데 가장 뿌듯

오는 6월 임기가 끝나는 이한주 회장은 국가대표 선수촌에 치과 의무실을 개설하는 등 결실을 맺었다. 선수들의 치아 상태와 구강 건강에 따라 경기력이 크게 좌우된다는 믿음 때문이다.

"선수들에게도 올바른 치아 치료가 필요합니다. 치아를 치료하면서 마취를 하게 되는데 이 가운데 도핑성분이 있는 약품이 있을 수 있습니다. 결국 치과 치료를 하면서 도핑 성분이 없는 약을 쓰는 것을 누가 잘 알겠습니까. 바로 치과의사겠죠. 이 때문에 대한체육회에 적극 건의해 태릉과 진천 선수촌 등에 진료기계를 들이고 확충했습니다. 진천 선수촌의 경우는 단국대학교 치과대와 양해각서(MOU)를 체결하고 협력관계에 들어갔습니다."

또 그는 한국스포츠개발원(옛 스포츠과학연구원)도 스포츠치의학에 관심이 갖고 관련 연구인원을 선발해줄 것을 희망하기도 했다.

"선수 치아 건강만 신경쓰는 것이 아닙니다. 치아 건강이 바로 경기력 향상에 도움이 되기도 합니다. 스포츠치의학 연구가 경기력 향상에 도움이 된다는 것이 의아할 수도 있겠지만 엄연한 연구로 나온 결과입니다."

이처럼 스포츠치의학에 신경쓴 결과 스포츠치의학회는 오는 여름 광주 유니버시아드대회의 치과 주관병원으로 선정됐다. 또 이 회장은 평창동계올림픽조직위원회의 자문위원으로 위촉됐고 그만큼 선수들의 경기력 향상에 스포츠치의학 연구 결과가 소중하게 쓰여지기를 바라고 있다.

[SQ인터뷰] ② 인천 AG 쾌거 뒤엔 '마우스가드' 있었다 로 이어집니다.

tankpark@sportsq.co.kr

도전과 열정, 위로와 영감 그리고 스포츠큐(Q)


주요기사
포토Q