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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몬스터' 이민기 "정통 장르 목말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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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몬스터' 이민기 "정통 장르 목말라"
  • 이희승 기자
  • 승인 2014.03.17 10:4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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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0지Tip!] 모델 출신 배우들이 쏟아지던 시절부터 이민기(29)는 멜로, 호러, 드라마, 블록버스터를 넘나들며 '개성'을 인정받았다. 분위기 있는 '꽃남'으로 머무르려는 대신 억센 경상도 억양을 숨기지 않은채 역할에 뛰어들었다. 새 영화 ‘몬스터’에서도 몸무게를 17kg이나 감량하고, 주위 사람조차 피해가며 꼬박 5개월을 살인마 태수로 살았다. 캐릭터를 위해 일본까지 건너가 직접 의상을 구입하는가 하면 영화에서 대립 관계에 선 여배우 김고은과 친해지려는 노력조차 하지 않았다. 데뷔 10년을 맞은 그는 여전히 ‘정통 장르’에 대한 목마름을 표출했다.

 

[스포츠Q 글 이희승  • 사진 이상민기자] 스릴러 영화 ‘몬스터’는 보는 이에 따라 호불호가 갈리는 작품이지만 살인마 태수를 소화한 이민기의 연기력만큼은 모두 극찬하는 분위기다.

"이 영화의 주인공은 복수의 중심에 있는 복순(김고은)이죠. 전 단지 추격자의 입장이랄까. 스릴러라고 하면 아무래도 관객들이 같이 쫓아가는 느낌이 있어야 하는데 너무 캐릭터에만 중점을 둬서 그런 극단의 반응이 나오는 것 같아요. 저는 분명 그런 점에 끌려 출연을 했지만요.”

◆ "이 영화, 롤러코스터 타듯 장르들을 넘나들어요"

황인호 감독과는 영화 ‘오싹한 연애’를 통해 한번 호흡을 맞췄다. 로맨스 안에 호러가 있는 특별한 장르를 경험하면서 서로의 코드가 맞음을 느꼈다. 그렇게 두 사람은 의기투합하면서 자연스럽게 ‘몬스터’의 초고를 머릿속에 그렸다. 원래 시나리오는 손녀를 잃은 할머니가 살인마에게 복수를 한다는 게 기본 스토리였는데 여자 배우의 연령이 점차 젊어지면서 자연스럽게 그의 출연으로 이어졌다.

“시나리오의 첫 느낌은 생소함이었어요. 한 장르를 고집스럽게 밀고 가기도 힘든데 스릴러와 호러를 확실히 나누었더라고요. 거기에 유머 코드도 잘 섞여 있고. 사실 시사회에서 전혀 몰랐던 장면을 처음 보고는 얼떨떨했지만 몇 가지 장르를 왔다갔다하는 점이 롤러코스터 타듯 재미나더라고요.”

 

태수는 단지 ‘살인’을 한다는 설정만 있을뿐 모든 건 오롯이 배우의 몫이었다. 어린 시절 입양돼 학대를 당해 괴물로 길러졌다는 설정으로 갈지, 아니면 태어날 때부터 결핍을 갖고 태어난 것인지부터 정해야 했다.

“처음부터 감정이 제거된 채 태어난 애라고 봤어요. 내 사연이 들어가면 복수가 가려질까봐 아예 설명 없이 가기를 원했죠. 그런데 완성된 영화에서는 시나리오에도 없었던 태수의 어린 시절이 담겨있어서 놀랐어요. 자신과 안 놀아주는 형을 원망하다 그 원인이 엄한 아버지 때문인줄 알고 ‘내가 죽여줄까?’라고 말하는 여섯 살 꼬마의 모습은 섬뜩하더라고요."

‘몬스터’가 말하고픈 인간 내면의 악마성을 도드라지게 만든 태수의 어린시절은 이민기로 하여금 더욱 연민을 느끼게 만들었다. 항상 곁에 사람이 있는 복순과 달리 태수가 왜 고립되어 살고 있는지를 알려주는 장면이라 슬픔의 강도는 더 세졌다.

“괴물로 태어났으니 아예 감정이 없어야 하는데, 그럼에도 인간이기를 포기하지 않는 태수가 불쌍하게 다가왔어요. 마지막에 형과 엄마를 해치는 부분에선 태수도 세상과 인연을 끊을 각오를 했을 거예요. 자신보다 더한 괴물로 변해버린 복순을 보고 미소짓는 모습은 아마도 '몬스터'에서 유일하게 태수가 인간답게 웃는 신이 아닐까 싶어요."

◆ 즐기던 술 끊고 철저히 주변 차단하며 캐릭터 몰두

이민기는 모델로 데뷔해 '연하남'을 대표하는 귀여운 이미지로 스크린에 데뷔했다. 첫 영화가 15세 연상의 김혜수와 촬영한 ‘바람 피기 좋은 날’이었다. 이미 6세 연상의 채림과 KBS 드라마 ‘달자의 봄’에서 찰떡궁합을 보여준 뒤였다.

“요즘 불고 있는 연하남 열풍의 원조라고요? 10년 전에도 유행했었을 거예요. 신데렐라 소재의 드라마와 함께 반복될 캐릭터구요. 나이가 들어서인지 이제는 연하나 또래 배우들과 주로 연기를 하네요. 살짝 비튼 장르에 매력을 느껴서인지 데뷔 후 시트콤, 미니시리즈, 단편영화 등 많은 장르를 경험해왔지만 정통 장르연기를 해보지 않은 것 같아 목마름이 있어요. 데뷔 10년차가 되니 더욱 간절해지네요.”

 

이민기는 '체지방 4%'의 신체를 만들기 위해 최소한의 탄수화물과 단백질만을 섭취하며 17kg을 감량했다. 온갖 장르의 잔인한 영화들을 연달아 보며 정신을 피폐하게 만들었다.

"태수를 연기하려니 저도 외롭게 지내는 게 맞는다고 봤어요. 예민하고 날카로운 정서로 5개월 넘게 지냈죠. 치열한 격투 신부터 잔인한 장면이 많지만 도자기 굽는 신이 멋있게 나와서 좋아요. 학원은 한 다섯 번 정도 다녔나. ‘30초만 버티자’는 생각에 그 부분만 집중 연기한 결과예요.(웃음) 태수처럼 기분 나쁘고 재수 없는 캐릭터라도 ‘흠. 그래도 멋있었어’라는 말을 들으면 카타르시스가 남달라요.”

남다른 패션 센스를 가진 이민기는 ‘몬스터’ 의상을 위해 당일치기로 일본으로 건너가 구매했을 정도로 적극적인 모습을 보였다. 의상 감독과 카카오 톡으로 사진을 찍어 보내 결정된 옷 두벌로 온갖 격투와 피칠갑 연기를 해냈다.

◆ 적극적으로 의견 교환한 첫 영화...차기작에도 영향

이민기의 차기작은 올해 말 개봉을 앞둔 영화 ‘황제를 위하여’다. 야구선수 출신으로 승부조작에 연루된 후 모든 것을 잃고 밑바닥 세계에 발을 딛게 된 이환 역을 맡아 데뷔 이후 처음으로 강한 남성미를 선보일 예정이다.

"정통 누아르는 아니에요. 이 영화 역시. 하하. 배신과 우정 사이에 깃든 허무함이 끌리더라고요. 원래 아이디어를 잘 내는 편이 아닌데 헤어스타일부터 손짓하나 말투까지 세세하게 의견을 교환하며 감독님과 합의점을 찾아갔어요. ‘몬스터’를 촬영하면서 바뀐 성격이 고스란히 반영된 셈이죠.”

 

 

이민기는 노력형 배우다. ‘오이시맨’을 촬영할 때는 음악가 캐릭터를 위해 하루 10시간씩 기타연습을 했다. 그후 밴드를 결성할 정도로 음악에 푹 빠졌다.

"뭘 해도 적당히 하는 성격이 아니라서 더욱 그런 것같아요. 과거를 돌이켜보면 후회 없는 작품들을 만나온 것 같아 뿌듯해요. 제가 맡은 캐릭터들은 모두 제 안에 있는 일부를 끄집어내거나 증폭해서 연기했던 거라 재미가 쏠쏠했죠. ‘몬스터’의 태수는 군더더기 없고 귀찮은 거 싫어하는 성격을 투영했고요. 남자 배우라면 누구나 탐낼 캐릭터라고요? 그러니까 오자마자 잡았죠. 하하”

[취재후기] 극단의 연기에 도전하는 배우들은 글과 그림, 음악으로 치유를 한다. 이민기에게 묻자  “단 음식”이라고 대답했다. 평생 군것질하지 않고, 식탐 없이 살았는데 태수를 연기하고 나서는 커피 전문점에서 판매하는 케이크를 다 먹어봤다며 천진난만하게 웃었다. 다시 만나고픈 배우를 만나기란 쉽지 않은데 그와는 다시 마주 앉기를 희망해 본다.

ilove@sportsq.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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