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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Q포커스] 임지섭-하영민, 닮은꼴 소포모어의 다른 도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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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Q포커스] 임지섭-하영민, 닮은꼴 소포모어의 다른 도전
  • 민기홍 기자
  • 승인 2015.02.17 10:1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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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자 단점 보완, 투구폼 전면 수정 임지섭-체중 불린 하영민

[스포츠Q 민기홍 기자] ‘2년차 징크스’라는 말은 괜히 나온 것이 아니다. 프로 무대에서는 루키 때 반짝하고 사라지는 선수들이 부지기수다.

지난해 프로야구에서는 쏙 빼닮은 입단 동기가 있었다. 임지섭(20·LG)과 하영민(20·넥센). 이들이 확실히 자리를 잡을 지, 한 때의 유망주에 그칠지 그 기로에 선 2015시즌이다.

이들은 지난해 개막 후 얼마 지나지 않아 고졸 신인 데뷔전 선발승이라는 값진 기록을 냈다. 임지섭이 류현진 이후 8년 만에 대기록을 세운 4번째 투수로 이름을 올리자 정확히 2주 뒤 하영민이 뒤를 이었다. 공교롭게도 나란히 5이닝 1실점이었다.

내리막길도 닮은꼴이었다. 당찬 투구로 선발 로테이션 하나를 꿰찰 것으로 기대를 모았지만 제구력 난조와 도망가는 피칭 등이 겹치며 조금씩 난타당하기 시작했다. 전반기에는 꽤 자주 얼굴을 보였지만 후반기 들어서는 기회를 얻지 못했다.

▲ 임지섭(오른쪽)은 류택현 코치의 지도를 받으며 투구폼을 대폭 수정했다. 지난해 개막 2연전 선발 등판 때 보여줬던 임팩트를 다시 보여줄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사진=LG 트윈스 제공]

◆ ‘특별 관리’ 받은 임지섭, 투구폼이 간결해졌다 

임지섭은 ‘지옥에서도 데려온다’고 하는 좌완 파이어볼러. 최고 구속은 150km에 달한다. 2013년 청룡기고교대회에서 9이닝 18삼진을 잡아냈고, 세계청소년선수권대회 쿠바전에서는 7이닝 동안 16탈삼진 2실점했다. 제주고가 2013년을 앞두고 서울 연고로 편입되자 두산, 넥센보다 지명 순위가 높았던 LG는 망설일 것도 없이 이 대형 좌완을 뽑았다.

김기태 전 감독은 190cm 94kg의 탄탄한 체구서 뿜어져나오는 묵직한 속구에 매료돼 그를 개막 2연전에 깜짝 선발 카드로 기용했다. 2만7000명의 만원 관중 앞에서 잠실 라이벌 두산을 맞아 기죽지 않고 씩씩하게 공을 뿌린 임지섭은 일약 스타로 발돋움했다.

그러나 딱 거기까지였다. 구위로 상대 타자를 찍어 누른 건 단 한 경기였다. 상대팀들의 정밀 분석이 시작되자 급격히 흔들리기 시작했다. 이후 3경기에 더 나섰지만 2패만 기록했다. 2014 시즌 성적은 1승2패, 평균자책점 6.75. 양상문 감독은 부임하자마자 임지섭을 2군으로 내리고 특별 관리를 지시했다.

류택현 코치가 전담으로 붙어 대공사에 나섰다. 힘으로만 윽박지르던 임지섭은 조금씩 변화하고 있다. 상체를 세우고 골반 뒤틀림을 줄여 제구를 안정시켰다. 팔각도를 높이고 백스윙을 짧게 가져가며 한결 간결한 투구폼을 갖게 됐다.

게다가 임지섭은 우상인 류현진이 LG의 애리조나 캠프에 합류한 덕에 어깨 너머로 많은 것을 배웠다. 몸을 푸는 방법부터 타자를 상대하는 요령까지 대투수와 함께 하며 부쩍 자랐다. 실전에서 사용하기에는 아직 무리가 있지만 체인지업 그립도 전수받았다.

동기 부여도 확실하다. 왼손이라는 점은 너무나도 매력적이다. 임지섭이 LG 코칭스태프가 바라는 대로 활약하면 우규민, 류제국, 코리 리오단 등 우완 일색인 선발 로테이션에 가장 이상적인 옵션이 될 수 있다. 조건은 완벽하다.

◆ 하영민, ‘전천후 요원’으로 뜬다 

▲ 지난해 13번 선발 마운드에 올랐던 하영민은 이번 시즌에도 적잖이 선발 기회를 얻을 것으로 보인다. 그는 체중을 불리기 위해 웨이트트레이닝에 매진했다. [사진=넥센 히어로즈 제공]

하영민은 임지섭보다 더 많이 등판했다. 선발로는 13차례나 나섰다. 5월까지는 3승2패, 평균자책점 5.18을 기록하며 나름 양호한 성적을 냈다. 그러나 날이 더워진 6월 이후 7경기에서 급격히 무너졌다. 2할 후반대로 선방했던 피안타율은 3할7푼에 육박했다.

넥센은 7월31일을 끝으로 하영민을 엔트리에서 말소시켰다. 염경엽 감독은 토종 선발과 조상우, 한현희를 제외한 불펜 자원이 턱없이 부족함에도 과감히 루키를 제외시키고 미래에 대비했다. 하영민은 절치부심 땀을 흘리며 지난해의 아쉬움을 털어낼 준비를 하고 있다.

144경기로 경기수가 늘어났기 때문에 하영민은 더욱 긴요하게 쓰일 것이다. 지난해처럼 15번 안팎으로 선발 마운드에 오를 것이고 릴리프로도 적잖이 등판할 것으로 보인다. 만일 한현희의 선발 전환이 실패로 돌아가고 문성현, 금민철, 오재영, 김영민 등 5선발 후보군이 시원치 않을 경우 붙박이로 로테이션에 들 가능성도 있다.

임지섭과 달리 하영민은 호리호리하다. 180cm, 68kg이라 딱 봐도 말라 보인다. 직구 최고 구속은 140km 초반대. 구위로 타자들을 힘으로 누를 수 없어 체력적인 부담도 있다. 이를 잘 아는 그는 스프링 캠프 동안 웨이트트레이닝을 통해 몸을 불리는데 중점을 뒀다.

약관의 두 선수는 소포모어 징크스를 보란 듯이 뛰어넘을 수 있을까. 유망한 젊은 투수를 찾아보기가 점점 힘들어지는 시점이기에 임지섭과 하영민의 활약 여부에 더욱 시선이 쏠린다.

sportsfactory@sportsq.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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