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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홈런왕 3연패'에도, 박병호는 변화를 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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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홈런왕 3연패'에도, 박병호는 변화를 택했다
  • 민기홍 기자
  • 승인 2015.03.05 11:3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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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g 배트 무게 늘려, "홈런 타이틀 의식 안해" 전 경기 출장에 욕심

[스포츠Q 민기홍 기자] 벼는 익을수록 고개를 숙인다. ‘홈런왕’ 박병호(29)도 그렇다. 진화를 위해 이미 이룬 것을 잊었다. 백지에서 겸손하게 새 시즌을 맞는다.

스프링캠프를 마치고 4일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귀국한 박병호는 출국장을 빠져나오기 무섭게 취재진들에 둘러싸였다. 배트 무게를 늘린 이유, 사상 초유의 홈런왕 4연패 달성 여부, 메이저리그 진출에 관한 속내 등 질문 공세를 받았다.

그는 인터뷰 내내 겸손한 자세를 유지했다. 하지만 그 속에는 은근한 자신감이 비쳤다. 50여일간 미국과 일본을 거치며 칼을 갈고 온듯했다. 이미 리그 최고의 생산성을 보유했음에도 그는 결코 만족하지 않았다.

▲ 사상 첫 홈런왕 4연패에 도전하는 박병호는 정작 홈런 타이틀보다는 "전 경기 출장을 목표로 뛰겠다"고 밝혔다. [사진=넥센 히어로즈 제공]

◆ 배트 무게 20g 늘려, 변화 택한 홈런왕 

“이겨내지 못하면 실패죠. 근육량과 파워를 늘렸습니다.”

지난 3년간 박병호가 때려낸 아치 수는 120개. 연평균 40개의 대포를 쏘아올린 명실상부한 최고 거포다. 지난해에는 이승엽, 심정수에 이어 한국 프로야구 통산 3번째로 50홈런 고지를 밟는 영예도 누렸다. 그렇지만 그는 과감히 변화를 택했다.

그는 이번 시즌부터 20g 무거운 배트를 들고 타석에 들어선다. 기존의 880g 배트로도 목동 담장을 수차례 넘겼지만 더 강하고 더 빠른 타구를 양산하기 위해 900g짜리 방망이를 집었다. 이승엽(삼성)은 930g, 이대호(소프트뱅크)는 920g을 든다.

박병호는 “무거운 배트로 정확히 때리면 강한 타구가 나온다. 무게를 이겨내기 위해 근육량을 많이 늘렸다. 체중은 비슷한데 체지방은 감소했다”며 “이겨내지 못하면 실패다. 캠프 기간 연습을 많이 했다”고 훈련 과정을 설명했다.

나이가 들수록 배트 무게를 줄이는 선수는 많아도 늘리는 선수는 드물다. 한쪽 다리를 들었다 착지하는 타법으로 54홈런을 때려냈음에도 변화를 택했던 이승엽처럼 박병호 역시 '개혁'을 선택했다. 무명의 생활을 견디고 일어서 정상이 된 비결일 것이다.

◆ 박병호가 홈런왕 4연패보다 더 애착을 갖는 기록은 

“제 입으로 메이저리그 진출하겠다 말한 적은 없습니다. 홈런왕 3연패는 하려고 한 것이 아닙니다.”

▲ 4일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입국하는 박병호. 그는 배트 무게를 20g 늘려 보다 강한 타구를 날릴 준비를 마쳤다. [사진=스포츠Q DB]

박병호는 쉽게 말을 내뱉지 않는다. 동료 강정호의 메이저리그 진출에 영향을 받아 이번 시즌종료 후 미국행이 유력할 것이라는 보도가 나오지만 그는 “구단이 전적으로 결정권을 갖고 있다”며 “이번 시즌을 잘 치른 뒤 구단과 상의하도록 하겠다"고 조심스러워했다.

김봉연도, 이만수도, 장종훈도, 이승엽도 해내지 못한 홈런왕 4연패에 대한 질문에 대해서도 그는 “3연패도 하겠다고 한 것이 아니다. 나는 홈런 개수 목표를 세우지 않는다”며 “부상 없이 시즌을 치르다 보면 좋은 성적이 따라오는 것”이라고 말했다.

구체적인 목표는 딱 한 가지, 바로 전 경기 출장이다. 2011년 LG서 넥센으로 트레이드된 박병호는 풀타임 첫 해였던 2012년 이후 매년 팀이 치른 모든 경기에 거르지 않고 나서고 있다. 2012년 4월7일 잠실 두산전부터 389경기 연속 출장 기록을 이어오고 있다.

그는 시범경기에서 화끈한 홈런포를 신고한 강정호에 대해 “선수들 모두가 동영상을 보고 좋아했다. 정호는 워낙 잘하는 선수”라며 “남아 있는 선수들 모두가 강정호의 빈자리가 티나지 않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지난 시즌 준우승에 그쳤던 한을 풀겠다는 강한 의지가 보였다.

▲ 이번 시즌부터 20g 무거운 배트를 쥐게 된 박병호는 스프링캠프에서 근육량을 대폭 늘렸다. [사진=넥센 히어로즈 제공]

sportsfactory@sportsq.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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