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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Q현장] 사상 첫 시범경기 유료화를 바라보는 팬들의 시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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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Q현장] 사상 첫 시범경기 유료화를 바라보는 팬들의 시선
  • 민기홍 기자
  • 승인 2015.03.07 17:1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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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만원 목동 4951명 입장, 현장 팬들 다수 "5000원 비싸지만, 팀 발전 위해 기꺼이 지불할 것"

[목동=스포츠Q 민기홍 기자] 2015년 3월 7일은 한국야구에 여러모로 의미있는 날이 될 것 같다.

출범 34년 만에 그토록 그리던 10구단 체제에 접어든 프로야구의 시작임과 동시에 ‘막내’ 케이티 위즈의 역사적인 첫 공식경기가 펼쳐졌기 때문이다.

하나 더. 한국 프로스포츠 사상 처음으로 정규리그가 아님에도 돈을 받고 치른 경기라는 점이었다.

특히나 2015 타이어뱅크 KBO리그 시범경기를 알리는 넥센-케이티전이 펼쳐진 서울 목동구장의 입장료는 5000원. 삼성, 롯데, 케이티가 무료 정책을 고수했고 NC가 3000원, 한화가 페넌트레이스 티켓 가격의 30%를 책정한 것과는 전혀 다른 파격적인 선택이었다.

‘3월 야구’ 5000원은 결코 싼 가격이 아니었다.

▲ [목동=스포츠Q 최대성 기자] 지난해 시범경기 개막전과 달리 이날 목동은 만원사례를 기록하지 못했다. 특히 1루 케이티 쪽은 빈 자리가 많았다.

◆ 만원 관중만큼 값진 소중한 4951명 

지난해 3월 7일 같은 장소에서 벌어진 2014 한국야쿠르트 세븐 프로야구 시범경기 개막전 넥센-두산전에서는 입추의 여지없이 관중이 빼곡히 들어찼다. 올해는 그렇지 않았다. 유료화는 분명 야구팬들의 움직임에 영향을 미친 듯 했다.

상대가 관중 동원이 아직 힘겨운 막내구단 케이티라는 점도 한몫했다. 같은 서울을 연고로 쓰는 LG나 두산, 야구가 단순한 공놀이 이상의 의미를 지니는 롯데나 KIA가 개막전 상대였다면 같은 시간 만원관중이 들어찬 대전처럼 목동도 꽉 들어찼을지 모른다.

넥센 측이 발표한 이날 관중은 4951명이었다.

▲ [목동=스포츠Q 최대성 기자] 7일 2015 타이어뱅크 프로야구 시범경기 개막전이 열린 목동구장. 입장료는 5000원이었다.

치어리더들은 쌀쌀한 날씨에도 이닝 사이마다 응원 단상에 올랐다. 3회부터는 간혹 반팔 티셔츠 차림으로 공연을 펼쳐 남성팬들의 뜨거운 지지를 받았다. 형광색 바람막이에 카우보이 모자를 눌러 쓴 안전요원들도 곳곳에 배치돼 동선을 안내했다.

히어로즈를 상징하는 마스코트 턱돌이는 관중석 곳곳을 누비며 팬들과 호흡하려 애썼다. 특히 엄마, 아빠의 손을 잡고 따라나선 어린이팬들은 턱돌이를 끌어안고 하이파이브를 하는 등 들뜬 마음을 감추지 못했다. 정규리그의 광경과 다를 바 없었다.

◆ "비싸긴 하지만... 야구팬이라면 5000원은 괜찮다" 

두 아들과 함께 야구장 나들이에 나선 한영준(39) 씨는 “솔직히 조금 고민은 했다. 분명 영향은 있을 것이다. 그래도 5000원은 부담되지 않는 금액”이라고 웃으면서 “KIA의 경우 불우이웃돕기 등 좋은 취지로 사용한다고 하더라. 그런 취지라면 찬성한다”고 말했다.

등록금, 데이트 비용을 충당하기도 빠듯한 대학생의 경우도 부담이 없는 건 아니었다. 5000원이면 학생식당에서 밥을 한 끼 먹을 수 있는 돈. 지난해까지 공짜로 관람할 수 있었던 ‘3월 야구’가 단숨에 이렇게 뛰었으니 그럴게 느낄만도 하다.

▲ [목동=스포츠Q 최대성 기자] 시범경기가 유료화가 됐음에도 야구를 기다린 광팬들은 아랑곳 않고 목동구장을 찾았다.

후배의 표값까지 지불하며 야구장을 찾은 노태하(23) 씨는 “기본적으로 유료화 움직임에 대해서는 동의한다. 야구를 기다린 팬들에게 충분히 그럴 수 있다”면서도 “5000원인 것은 조금 생각해 볼만한 문제인 것 같다”고 말했다.

그래도 그는 “팬들의 소중한 돈이 어디에 사용되는지 정확히 안다면 팬 입장에서 더할나위 없이 좋을 것 같다”며 “열악한 2군 선수들의 처우가 개선된다든지 하는, 좋은 곳에 쓰인다면 유료화 움직임을 얼마든지 지지할 수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 넥센의 특성을 알기에, “유료화 괜찮다” 

넥센은 익히 알려진대로 10개 구단 중 유일하게 모기업이 없는 팀. 메인 스폰서인 넥센타이어, 플래티넘 스폰서 현대해상을 비롯해 90여개에 달하는 크고 작은 스폰서의 지원으로 팀을 운영해나가는 팀이다. 유니폼에 학교, 보험회사 등 다양한 광고가 붙는 이유다.

정규리그 표값도 월등히 비싸다. 지난해 한국야구위원회(KBO)가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넥센은 객단가 1만2232원을 기록해 8개 구단을 제치고 1위에 올랐다. 자생을 위한 불가피한 선택이다. 히어로즈의 골수팬이라면 이 구조를 잘 알고 있다.

▲ [목동=스포츠Q 최대성 기자] 넥센은 목동 홈으로 아직 1군 정규리그 경기를 치러보지 못한 케이티를 불러들여 시범경기 개막전을 치렀다.

서울 동대문구에서 친구 둘과 야구장을 찾았다는 이 모씨는 “팀이 스스로 설 수 있다면 그게 좋은 것 아니겠나. 넥센팬으로서 이 정도 비용은 기꺼이 감수할 수 있다”며 “커피 한 잔, 담배 한 갑 안 피면 되는 돈이다. 시범경기라도 야구광에게는 싼 값”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한국 스포츠산업에 새로운 패러다임을 끊임없이 제시하고 있는 넥센이기에 할 수 있는 과감한 결정이었다. 2008년 창단 후 매년 성적으로나 마케팅으로나 고무적인 메시지를 전달하자 이에 팬들도 반응하기 시작한 것이다.

sportsfactory@sportsq.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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