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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Q포커스] 겨울잠 깬 최희섭·조정훈, 영호남 '부활 아이콘' 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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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Q포커스] 겨울잠 깬 최희섭·조정훈, 영호남 '부활 아이콘' 되나
  • 이세영 기자
  • 승인 2015.03.08 18:4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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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범경기 2일차 일전서 나란히 맹활약…KIA·롯데 마수걸이 승리 수확

[스포츠Q 이세영 기자] 영호남 야구의 중심이자 오랫동안 라이벌로 지내온 KIA와 롯데는 그동안 프로야구에 수많은 스토리를 양산해왔다. 선동렬-최동원의 에이스 대결, 이종범-전준호의 도루왕 다툼 등 숱하게 많다. 2010년에는 윤석민과 조성환의 데드볼 사건으로 큰 논란이 불거지기도 했다.

그런데 최근 몇 년간 두 팀이 조용하다. 성적이 좋지 않아 가을야구를 경험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롯데는 2012년 이후로, KIA는 2011년 이후로 포스트시즌에 진출하지 못했다.

자유계약선수(FA)의 이탈과 주전 부상이 그 이유였다. 롯데는 2011년 이후 이대호, 홍성흔, 김주찬, 장원준이 차례로 팀을 옮겨 전력에 구멍이 생겼다. KIA는 주전 선수들이 돌아가면서 부상을 당해 제대로 된 전력을 구축할 수 없었다. 홈경기가 열리면 입추의 여지없이 들어찼던 두 구단의 관중도 성적이 나빠지자 뚝뚝 떨어졌다.

▲ 최희섭이 8일 NC와 2015 타이어뱅크 KBO리그 시범경기에서 타격하고 있다. [사진=KIA 타이거즈 제공]

몇 년간 고전을 면치 못한 KIA와 롯데는 2015년을 부활의 원년으로 삼았다. 양 팀 모두 젊은 사령탑으로 교체했고, 선수단에 많은 변화를 줬다. 이 가운데 그간 부상에 시달렸던 최희섭(36·KIA)과 조정훈(30·롯데)이 시범경기에서 좋은 성적을 거둬 향후 활약을 기대케 했다. 이들의 호조가 팀 분위를 얼마나 바꿀 수 있을지 시선이 쏠리는 대목이다.

◆ 나란히 투타 맹활약, 시범경기 마수걸이 승리 견인

최희섭이 모처럼 4번 타자 역할을 해주며 팀 승리를 견인했다. 8일 2015 타이어뱅크 KBO리그 시범경기 NC전에서 3타수 1안타 1볼넷 1타점을 기록했다.

1회초 1사 1, 3루에서 2루 땅볼로 타점을 생산했고, 4회에는 볼넷, 6회에는 중전 안타를 뽑아냈다. 시범경기 2경기 만에 나온 첫 안타였다. 최희섭이 아프지 않고 4번 타순에서 제몫을 해준다면 KIA의 클린업은 한층 무게감이 더해질 전망이다.

최희섭은 KBO리그에 몸담은 뒤 부침이 심했다. 메이저리그(MLB) 플로리다 말린스 등에서 뛰었던 그는 2007년 고향팀 KIA에 입단했고, 2009년부터 거포로 자리매김했다. 그해 33홈런 100타점을 올리며 팀 우승에 일조했다. 이듬해에도 21홈런 84타점으로 맹위를 떨쳤다. 하지만 2011시즌부터 부상과 부진으로 내리막길을 걸은 그는 지난해에는 단 한 경기에도 출장하지 못했다.

연봉까지 자진 삭감하고 나선 올 시즌, 최희섭은 부활을 다짐하고 있다. 새로 부임한 김기태 KIA 감독의 조련 아래 컨디션을 끌어올린 그는 시범경기를 통해 실전 감각을 익힐 참이다. 그가 다가오는 시즌에서 그간 팀에 보탬이되지 못한 부분을 채울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린다.

2009년 14승을 올리며 다승왕을 차지한 조정훈은 2010년까지 전성기를 지내다 부상으로 낙마했다. 2009년 예리한 각도로 떨어지는 포크볼을 구사하며 리그를 지배한 그는 14승(9패) 평균자책점 4.05를 기록, 자신의 시대를 활짝 열었다.

하지만 이듬해 11경기에서 5승3패를 기록한 뒤 자취를 감췄다. 팔꿈치 부상을 당했기 때문. 토미존 수술과 재활, 군 복무로 4년 동안 실전 무대에 등판하지 못했다. 올 시즌 스프링캠프에서 그는 이종운 감독의 특별 관리대상이었다. 몸이 생각보다 빠른 속도로 올라왔지만 절대 무리하지 않았다. 수술 부위에 통증이 재발할 수 있기 때문.

천천히 몸을 만든 조정훈은 마침내 실전 투구을 선보였다. 2010년 6월 13일 사직 한화전 이후 무려 1730일 만이었다. 8일 SK와 시범경기에서 5회초 마운드에 오른 그는 첫 타자 박계현을 삼진으로 돌려세운 뒤 조동화를 1루 땅볼로 잡아냈다.

이명기에게 중전 안타를 맞았지만 김강민을 삼진으로 제압하며 이닝을 끝냈다. 6회에는 최정-브라운-이재원을 루킹 삼진, 헛스윙 삼진, 유격수 땅볼로 돌려세웠다. 2이닝 1피안타 4탈삼진 무실점. 만점 활약이었다. 성공적인 복귀를 알리며 롯데 마운드에 희망의 기를 불어넣었다.

▲ 조정훈이 시범경기 첫 등판에서 2이닝 4탈삼진 무실점을 기록, 올 시즌 부활을 예고했다. [사진=롯데 자이언츠 제공]

◆ '최희섭·조정훈 가세' KIA·롯데, 아킬레스건 치료하나

이들이 앞으로 타선과 마운드에서 한 축을 담당한다면, KIA와 롯데 입장에서는 큰 힘이 날 것으로 보인다.

KIA는 아킬레스건으로 지적됐던 선발진에서 윤석민이 국내로 유턴하며 어느 정도 숨통을 틔웠다. 하지만 김선빈, 안치홍, 이대형이 동시에 빠진 타선은 고민거리로 남았다. 최용규, 강한울, 이종환(혹은 김다원)으로 메우기에는 어느 정도 한계가 있다.

이 상황에서 최희섭이 중심에서 제 역할을 해준다면 타선의 무게감이 한층 느껴질 것으로 보인다. 이범호, 나지완, 브렛 필이 예전처럼 부상당하지 않고 최희섭을 받쳐준다면 해볼만하다는 평가다.

롯데 역시 장원준이 빠진 선발진을 조정훈이 메워준다면 그보다 더 좋을 게 없다. 장원준은 지난해 10승을 거두고 두산으로 이적했다. 이종운 감독은 일단 조정훈을 4~5선발로 염두에 두고 있지만, 그의 투구가 좋다면 굳이 후순위로 생각하지는 않을 전망이다.

조쉬 린드블럼, 브룩스 레일리가 앞을 잘 버텨주고 송승준이 지난 시즌의 부진에서 벗어난다면 롯데 선발진도 5~6년전의 위용을 뽐낼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관건은 조정훈이 올 시즌 내내 선발 로테이션을 이탈하지 않고 버텨주느냐다.

한 경기로 판단을 내릴 수는 없지만, 양 팀에서 꼭 해줘야 할 선수들이 같은 날 나란히 좋은 성적을 거뒀다. 이들의 행보를 눈여겨 지켜보는 것도 10구단 체제 원년의 KBO리그를 즐기는 데 무리가 없을 것으로 보인다.

syl015@sportsq.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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