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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Q포커스] 연고지 정착 첫 해, WK리그 '팬 프렌들리' 시작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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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Q포커스] 연고지 정착 첫 해, WK리그 '팬 프렌들리' 시작됐다
  • 박상현 기자
  • 승인 2015.03.10 18:2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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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무 제외 6개팀 홈구장 마련…홈팬 끌어들이기 위한 재미있는 경기 다짐

[스포츠Q 박상현 기자] 2009년 출범한 뒤 올해로 일곱번째 시즌을 맞는 WK리그가 오랜 숙원이었던 연고지 정착을 이뤄내면서 본격적인 '팬 프렌들리'에 들어간다.

지난 시즌 우승팀 인천 현대제철을 포함한 7개팀이 참가하는 IBK기업은행 2015 WK리그가 오는 16일부터 전국 3개 구장에서 일제히 시작된다. 이에 앞서 7개팀 감독과 선수들은 10일 서울 신문로 축구회관 다목적회의실에 모여 WK리그 미디어데이를 통해 시즌 결의를 밝혔다.

연고지 정착으로 홈 앤 어웨이 운영을 할 수 있게 된 WK리그는 팀마다 24경기를 배정했다. 28라운드로 치러지는 올 시즌 WK리그는 홀수 구단 체제인 관계로 라운드마다 한 팀이 쉬게 된다. 정규리그 2, 3위팀은 챔피언결정전 진출을 가리기 위한 단판 플레이오프를 치르고 정규리그 우승팀과 플레이오프 승리팀이 두차례에 걸친 챔피언결정전을 치르게 된다.

▲ [스포츠Q 이상민 기자] 최인철 인천 현대제철 감독이 10일 서울 신문로 축구회관에서 열린 IBK기업은행 2015 WK리그 미디어데이에서 우승 포부를 밝히고 있다.

올 시즌도 역시 현대제철과 이천에 새롭게 둥지를 튼 대교의 2강 체제가 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지난해까지 여섯차례 챔피언결정전에서 두 팀이 맞붙은 것이 4차례나 된다. 두 팀의 챔피언결정전 전적에서는 대교가 3회 우승으로 현대제철을 앞선다. 역대 우승 경력도 대교가 4회, 현대제철이 2회다.

그러나 좋은 선수 구성에도 선수층이 얇아 후반기 들어 미끄러지곤 했던 서울시청도 현대제철과 대교를 위협할 다크호스다. 서울시청은 2013년 대교를 제치고 챔피언걸정전에 올라 현대제철과 맞붙었던 기억이 있다.

하지만 다른 네 팀도 만만치 않을 것이라고 벼르고 있다. 부산 상무와 수원시설관리공단, 대전 스포츠토토, 화천 KSPO도 홈 팬들에게 승리로 보답하겠다며 현대제철, 대교의 아성에 도전장을 던졌다.

◆ 외로웠던 대교, 서포터 클럽이 만들어지다

연고지 정착이 되니 팀들은 팬이라는 선물을 덤으로 안았다. 연고지의 홈팬들은 WK리그 팀들의 든든한 밑바탕이다. 여자축구를 사랑하는 팬들의 응원 속에 WK리그는 더욱 무럭무럭 자라날 수 있다.

유일하게 시가 아닌 군지역에 둥지를 튼 KSPO의 강재순 감독도 홈팬들의 열광적인 응원을 기대했다. 강 감독은 "화천은 군 지역이지만 지역이 좁기 때문에 주민들과 연계가 좋다"며 "또 군인들의 응원도 기대할 수 있다. 관중들이 많이 올 것이라고 기대한다"고 말했다.

▲ [스포츠Q 이상민 기자] 박남열 이천 대교 감독이 10일 서울 신문로 축구회관에서 열린 IBK기업은행 2015 WK리그 미디어데이에서 현대제철에 설욕하고 정상에 오르겠다는 각오를 밝히고 있다. 대교는 고양에서 이천으로 연고지를 옮겼다.

또 김상태 수원시설관리공단 감독은 "수원이 축구도시인데 이제 수원종합운동장에서 WK리그를 치르게 되니 홈 어웨이 방식이 부담스러워진 것이 사실"이라며 "하지만 여자축구가 더욱 발전할 수 있는 계기가 될 것 같다. 수원 삼성이 K리그 클래식의 강호이듯 수원시설관리공단 역시 가을축제(플레이오프)에 서겠다"고 밝혔다.

그동안 팬이 적었던 대교 역시 이천에서 경기를 치르게 되면서 팬들이 생겼다. 차연희는 "WK리그 출범 후 세차례나 우승한 팀이지만 7개팀 가운데 유일하게 대교만 서포터가 없다"며 "이천으로 연고지를 옮기면서 새롭게 서포터즈가 만들어졌다고 한다. 선수들도 상당히 기뻐하고 있고 서포터들도 열심히 응원하겠다는 약속을 받았다"고 말했다.

이어 "그라운드에서 좋은 경기력으로 팬들에게 즐거움을 주는 것이 우리가 해야 할 일"이라며 "우승을 차지한다면 이천 시민과 서포터들이 함께 그라운드에 모여 샴페인을 터뜨리며 댄스를 할 것"이라고 웃어보였다.

수원시설관리공단의 곽미진은 "홈앤어웨이 방식이 도입되면서 홈경기마다 승리하면 그라운드에서 댄스 타임을 갖는다는 공약을 걸었다"며 "동기부여가 잘 되어 있기 때문에 지난해 이뤄내지 못했던 10승 이상, 플레이오프 진출이라는 목표를 달성할 수 있을 것"이라고 다짐했다. 홈앤어웨이 정착이 선수들에게도 상당한 동기부여가 된다는 측면에서 긍정적이다.

▲ [스포츠Q 이상민 기자] 수원시설관리공단 곽미진이 10일 서울 신문로 축구회관에서 열린 IBK기업은행 2015 WK리그 미디어데이에서 각오를 밝히고 있다. 곽미진은 수원 홈경기에서 승리할 경우 댄스 파티를 열겠다는 공약을 내걸었다.

◆ WK리그에도 '슈퍼매치'가 생긴다

그동안 서울시청과 수원시설관리공단이 WK리그에서 맞대결을 펼치기는 했지만 두 팀이 라이벌이라는 의식을 느끼지는 못했다. 홈구장 없이 여러 구장을 돌아다니면서 '순회 경기'를 한데다 대부분 경기가 평일에 벌어졌기 때문에 연고지 팬들이 경기장을 찾기가 사실상 불가능했다.

하지만 자신의 집에서 가까운 경기장에서 홈경기 응원을 갈 수 있다는 점 때문에 이젠 연고지 팬들이 적극적으로 자신이 거주하고 있는 지역을 연고로 하는 팀에 성원을 보낼 수 있게 됐다.

이 가운데 수혜를 많이 입은 팀이 축구 라이벌 관계를 형성하고 있는 수원시설관리공단과 서울시청이다. 이미 감독들이나 선수들은 'WK리그의 슈퍼매치'를 고대하고 있다.

진장상곤 감독은 "수도 서울에 있는 팀의 선수들이라는 뛰어난 자긍심은 선수들의 정신력을 더욱 향상시키는 결과로 가져올 것"이라고 포문을 열었다. 이에 맞서 수원이 축구 도시라고 말했던 김상태 감독도 "K리그에서 수원과 서울의 빅매치가 벌어지고 있는데 여자축구 발전을 위해서는 서울시청과 함께 발전해야 한다. 서울시청과 경기에서는 절대로 지지 않겠다"고 각오를 다졌다.

▲ [스포츠Q 이상민 기자] 진장상곤 서울시청 감독이 10일 서울 신문로 축구회관에서 열린 IBK기업은행 2015 WK리그 미디어데이에서 선전을 다짐하고 있다. 진 감독은 수도 서울에서 뛰는 선수들의 자긍심을 강조하며 수원시설관리공단과 경기에서 지지 않겠다는 각오도 함께 전했다.

서울시청 골키퍼 위성희도 "절대로 지지 말아야 할 팀을 꼽는다면 역시 수원시설관리공단"이라며 "K리그에서 서울과 수원이 치열한 접전을 벌이고 있는만큼 여자축구에서도 수원시설관리공단과 멋진 라이벌이 되겠다"고 출사표를 던졌다. 수원시설관리공단의 곽미진도 서울시청에 지지 않겠다며 맞받아쳤다.

이미 WK리그는 현대제철과 대교의 라이벌 구도가 형성되어 있다. 그러나 수원시설관리공단과 서울시청이라는 새로운 라이벌이 만들어진다는 것은 스토리와 콘텐츠라는 측면에서 팬들의 흥미를 모을 수 있는 요소다. 여기에 스포츠토토와 KSPO의 '막내구단 더비'도 기다리고 있어 올시즌 WK리그는 라이벌 열전이 끊이지 않을 전망이다. 이 역시 홈앤어웨이 제도 정착이 가져온 효과다.

그러나 하나 아쉬운 것은 상무가 부산을 연고지로 하면서도 부산 내에서 치를 수 있는 경기장을 확보하지 못했다는 점이다. 이에 따라 상무는 부산이 아닌 충북 보은종합운동장에서 홈경기를 갖는다. WK리그가 영남, 호남지역으로 확대되지 못하고 수도권과 강원, 충청 지역에 몰려있다는 것은 안타까운 대목이다.

하지만 향후 다른 연고지역을 기반으로 하는 팀 창단이 고개를 들 수 있는 기반을 확보했다는 점에서 홈앤어웨이 제도 정착이 가져다주는 긍정적인 측면은 결코 무시할 수 없다.

▲ [스포츠Q 이상민 기자] WK리그 7개팀 감독이 10일 서울 신문로 축구회관에서 열린 IBK기업은행 2015 WK리그 미디어데이를 마친 뒤 기념 케익 커팅을 하며 선전을 다짐하고 있다. 올시즌 WK리그는 홈앤어웨이 제도 시행으로 팬들에게 가깝게 다가갈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tankpark@sportsq.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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