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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40 여성에게 옷이란 신체변화 알려주는 바로미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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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40 여성에게 옷이란 신체변화 알려주는 바로미터
  • 하혜령 편집위원
  • 승인 2014.03.19 10: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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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Q 하혜령 편집위원]3040 싱글 여성에게 ‘옷’이란 사회적 지위가 아니라 몸의 변화를 알려주는 바로미터다.

여성에게 ‘의’는 그저 몸을 가리고 보호하는 천 이상의 의미를 가진다.옷을 중심에 둔 ‘패션’은 자신의 취향을 극명하게 드러내주는 첨병이자 부의 과시, 미의 표현, 직업 등 헤아릴 수 없이 많은 사회적 기호 혹은 존재론적 기호로 격상되기도 한다.

게다가 TV만 틀면 화려하고 아름다운 패션으로 무장한 연예인들이 등장하고 백화점의 시즌 새 상품들은 ‘저 옷만 입으면 나도 저렇게 예뻐보일까?' '저 구두를 신으면 나를 멋진 곳으로 데려다 줄거야!'라며 유혹하고 설레게 한다.

나 역시 그런 옷의 외적 가치와 욕망에 홀려 20~30대에 숱한 옷과 구두와 백을 사들이며 살아왔다. 회사에서 스트레스를 심하게 받은 날은 무조건 백화점으로 달려갔고, 밤새 인터넷 쇼핑몰을 뒤졌다. ‘명품’이라 불리는 고가의 사치품을 사진 못하더라도 양적으로는 그에 버금갈 정도로 많은 옷과 신발들을 사들이느라 수입의 대부분을 지출하며 살아왔다.

▲ 걸그룹 달샤벳의 다채로운 패션 스타일링 모습

대중의 트렌드를 읽고 반발 앞서가야 하는 마케팅일을 한다는 구실과 공적 사적 미팅을 위해서도 예쁘고 트렌디한 새 옷이 많이 필요하다고, 그 폭주기관차 같은 쇼핑욕망을 정당화했다. 하지만 실상은 ‘지금의 나보다 훨씬 예쁜 나’ ‘이것이 아닌 다른 삶’에 대한 해소되지 않는 욕망을 새 옷과 장신구들로 달래며 살아왔던 셈이다.

하지만 40대에 접어들면서 그런 욕망은 절대로 옷으로 채워지지 않음을 깨달아가고 있다. 시즌 신상 원피스는 구입 후 한번 입고 나갔다 들어온 뒤 "아휴~ 불편해”하며 옷장 깊은 곳에서 1년을 보내기 일쑤고, 유명 디자이너의 구두도 멋진 그 어느 곳으로도 데려다 주지 않는다는 사실을 절감할 뿐이다.

어떤 삶이, 어떤 곳이 내게 좋은지 멋진 지를 먼저 스스로 명확히 알지 못한 상태에선 옷과 장신구는 헛된 욕망의 전시도구밖에 되지 않음을 깨닫는 나이가 된 것이다.

경제적 수준이 다운그레이드되고 홀로 살 노후를 직시해야 하는 40대 싱글녀로서 옷에 대해 한번쯤 깊이 생각해보고 자신의 가치관과 전략을 세워야하지 않을까 하는 자각이 들었다. 옷은 여성의 정체성을 가장 극명하게 드러내는 도구는 맞다. 하지만 새 옷, 비싼 옷이 내 가치를 높혀주고 나를 영원히 행복하게 해주진 않는다는 것을 이젠 안다. 소득의 아주 많은 부분을 옷에 투입해 얻은 깨달음이다.

▲ 2014 버버리 프로섬 여성 컬렉션 패션쇼 [사진=버버리]

수많은 스타일의 옷을 입고 버리고 하면서 이제 내가 가장 편안하고 안정감을 느낄 수 있는 옷, 내가 그리는 외적 이미지와 가장 어울리는 스타일도 알게 됐다. 그렇다면 옷에 대한 전략을 세우고 그에 맞춰 조달 및 쇼핑을 해야겠다고 결심했다.

무엇보다 40대 여성에겐 비싸고 좋은 새 옷보다 필요한 건 자신의 스타일을 유지시켜줄 몸이다. 40대에는 갑자기 체형이 급격히 불거나 여기저기 군살이 붙어 이제껏 잘 입던 옷들이 맞지않게 되는 일이 흔하다. 운동을 꽤 하며 살아왔다 자부하는 나도 그랬다. 그때 옷은 채워지지 않는 욕망의 대체제나 수단이 아니라 내 신체변화의 바로미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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