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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축구의 거대자본, '우승컵은 사도 클래스는 못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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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축구의 거대자본, '우승컵은 사도 클래스는 못산다'
  • 강두원 기자
  • 승인 2014.03.19 11:5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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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동안 보여준 추태에서 벗어나 중국은 물론 아시아 축구 발전에 노력해야

[스포츠Q 강두원 기자] 중국, 전 세계에서 4번째로 큰 영토를 가진 나라이자 세계 최대 인구를 자랑하는 대국이다. 심지어 20세기 후반 시장경제체제를 활성화하면서 경제적으로도 급속하게 발전하며 미국에 이어 세계 2위를 자랑하는 초강대국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또한 하계 올림픽에서 미국과 함께 종합우승을 다투는 스포츠 강국이며 2008년 베이징 올림픽과 2010년 광저우 아시안게임 등 숱한 국제대회를 개최하며 그 위상을 전 세계에 떨치고 있다.

이처럼 온갖 종목에서 두각을 나타내는 중국이지만 공교롭게도 전 세계인이 즐기는 축구에선 그 위력을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

중국축구는 그간 아시아에서 변방 중의 변방이었다. 국제축구연맹(FIFA) 월드컵 본선 출전은 2002년 한·일 월드컵 출전이 전부이며 아시아축구연맹(AFC) 아시안컵 역시 1984년과 2004년 준우승에 오른 적이 있으나 아시아 축구 상위 클래스에는 이름을 올릴 수 없었다.

FIFA 랭킹 역시 98위로 아시아에서는 10번째에 해당하는 순위를 기록하고 있으며 17일 발표된 2015년 호주 아시안컵에서도 오만(81위), 카타르(101위) 등과 함께 ‘포트3’에 배치됐다.

특히 한국에는 2010년 동아시안컵 2차전에서 1-0으로 승리를 거두기 전까지 무려 32년 간 한 번도 승리의 기쁨을 누려보지 못하는 등 약하디 약한 모습을 보여 왔다.

◆ 경제발전과 함께 찾아온 거대한 자본, 중국축구를 단번에 바꿔놓다

올림픽에 나갔다 하면 금메달을 몇십 개씩 휩쓰는 중국이지만 국제축구계에서 중국의 위치는 변두리에 머물러 있다.

하지만 2000년대 후반 거대 자본이 중국 축구에 유입되며 변화의 바람이 불기 시작했다. 특히 자국리그인 중국 슈퍼리그의 구단들이 거대 부호의 손에 넘어가며 급격한 발전을 지속했다.

18일 열린 2014 AFC 챔피언스리그 G조리그 3차전에서 전북 현대에 3-1 승리를 거둔 광저우 헝다는 중국의 대표적인 거대 자본 클럽이다. 광저우시를 연고로 하는 광저우 헝다는 2010년 중국의 헝다 부동산 그룹이 클럽을 인수하면서부터 대대적인 투자를 지속해 수준급 선수를 줄줄이 영입하기 시작했다.

한 시즌 운영비만 1억1200만 달러(1200억원)이 넘는 광저우는 2010년 350만 달러(37억 원)의 이적료로 브라질 아틀레티코 미네이루 출신의 ‘테크니션’ 무리퀴(브라질)를 영입했다. 이듬해에는 아르헨티나 명문 리버 플라테 출신의 다리오 콘카(아르헨티나)를 무려 1000만 달러(161억원)에 달하는 연봉을 손에 쥐어주며 전격적으로 영입했다.

1000만 달러의 연봉은 당시 크리스티아두 호날두와 리오넬 메시에 이은 세계 연봉 순위 3위에 해당하는 거액이었다. 지난해에는 브라질 보타포구 출신의 유망주 엘케손(브라질)을 750만 달러(79억원)에 영입하며 최강 전력을 갖췄다.

광저우의 파격적인 영입 러시는 선수에만 그치지 않았다. 2012년 광저우는 2006년 독일 월드컵에서 이탈리아를 우승으로 이끈 ‘명장’ 마르첼로 리피 감독을 영입하며 팀의 지휘봉을 맡겼다. 리피 감독의 연봉 역시 1000만 달러를 호가한다고 알려지고 있어 광저우의 폭발적인 자금력은 혀를 내두를 정도다.

투자효과는 즉각적으로 나타났다. 광저우는 2011년부터 지난해까지 3년 연속 슈퍼리그 우승을 차지하며 중국 내에서 가장 강력한 클럽으로 성장했다. 2013 AFC 챔피언스리그에서는 한국 K리그의 FC서울과 결승에서 만나 1차전 원정경기에서 2-2로 무승부를 거둔 뒤 홈에서 1-1로 비기며 원정 다득점 원칙에 의해 클럽 역사상 최초로 우승을 달성, 아시아 최고 클럽으로 거듭났다.

▲ 광저우 헝다의 마르셀로 리피 감독이 17일 전북과의 AFC 챔피언스리그 3차전 경기에 앞서 열린 공식 기자회견에서 취재진의 질문을 듣고 있다. [사진=한국프로축구연맹 제공]

18일 포항 스틸러스와 2014 AFC 챔피언스리그 E조리그 3차전을 치른 산둥 루넝 역시 광저우와 마찬가지로 ‘돈의 위력’을 여실히 보여주고 있는 중국 클럽이다.

산둥은 지난 시즌 브라질 대표팀 공격수 출신인 바그너 로베를 CSKA 모스크바(러시아)로부터 이적료 1200만 유로(179억 원)에 영입하며 물량공세를 퍼부었다. 로베는 포항과의 경기에서 2골을 터뜨리는 등 준수한 활약을 선보이며 포항을 패배 직전까지 몰아갔다.

서울과 한 조에 속해 있는 베이징 궈안 역시 중국의 금융기업은 ‘CITIC'의 후원을 받아 한국 대표팀 미드필더인 하대성을 비롯해 나이지리아 공격수 피터 유타카를 영입하며 자국리그는 물론 AFC 챔피언스리그에서도 선전하고 있다. 올 시즌 AFC 챔피언스리그 진출에는 실패했지만 디디에 드록바(코트디부아르)와 니콜라스 아넬카(프랑스) 등 세계 최정상급 공격수를 영입하며 전 세계 축구팬들을 충격으로 몰아넣었던 상하이 선화 역시 중국을 대표하는 갑부 구단 중 하나다.

◆ ‘돈으로 우승컵은 얻어도 클래스는 얻을 수 없다’

중국 클럽들처럼 막강한 자금력을 토대로 수준급 선수를 대거 영입하고 리피 감독처럼 ‘명장’에게 거금을 투자하는 등의 모습은 팀의 발전을 위해 어떻게든 노력해야 하는 프로 구단으로서 당연한 일이다.

FC서울 최용수 감독과 전북현대 최강희 감독은 “풍부한 자본을 통해 중국 축구가 발전해 나가는 모습을 보니 나름 부럽기도 하다. 투자를 통한 클럽의 발전은 리그를 발전시키는 계기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긍정적인 현상으로 생각한다”고 한목소리를 내며 중국 축구의 발전을 평가하기도 했다.

그러나 과연 중국 축구가 진정 발전하고 있다고 할 수 있을까. 거대 자본을 통해 세계 유명 선수들을 대거 영입하며 중국 국민의 관심을 끌어 모으고 나아가 전 세계 축구팬들의 이목을 집중시킨 데는 성공했지만 그 안을 들여다보면 여전히 중국 축구는 국제축구계의 중심부로 나아가기에 부족한 면이 수두룩하다.

경기 내적인 부분에서의 발전은 분명 인정해야 한다. 한국과 일본의 밀려 아시아에서도 주목받지 못하던 중국 축구가 AFC 챔피언스리그에서 우승을 거두는 등 막대한 투자에 따른 가시적인 성과는 분명 존재한다.

하지만 중국 축구는 경기 외적인 면에서 해가 지나도 나아지는 모습을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 2013년 3월 광저우 헝다는 전북과의  AFC 챔피언스리그 2차전을 위해 전주를 찾았다. 하지만 경기 전 열리는 기자회견에 리피 감독은 “30년만에 매우 아팠다”는 황당한 변명을 늘어놓으며 불참했다. 경기 당일에도 무성의한 태도로 경기에 임하며 오만함과 거만함의 끝을 보여줬다.

같은 해 FC서울과 조별리그에서 맞붙은 장쑤 세인티는 홈 텃세를 벌이며 방해공작을 벌였다. 장쑤는 경기를 앞두고 열린 마지막 훈련에서 서울 선수들의 훈련이 끝나지 않았음에도 그라운드에 난입해 패스를 주고받는 등 볼썽사나운 모습을 보였다. 통상 상대 팀의 훈련시에는 스타디움에 도착하더라도 라커룸에서 대기하는 것이 국제적인 관례다. 서울 스태프들의 제지에도 아랑곳 하지 않으며 그라운드에서 물러나지 않았고 장쑤 관계자는 발뺌하기에 급급했다.

심지어 원정 경기장의 라커룸을 부수는 황당한 사건도 발생했다. 베이징 궈안은 지난 시즌 FC서울과 16강에서 만나 원정 2차전에서 1-3으로 패하며 8강 진출에 실패했다. 문제는 그 후에 발생했는데 베이징 선수들은 분을 참지 못하고 원정 클럽 라커룸을 알리는 표지판과 화이트보드를 훼손하고 합판으로 이루어진 라커룸 문에는 자신들의 축구화 도장(?)을 찍어놓는 엽기적인 행위를 벌였다.

◆ 풍부한 자금력, 선수영입도 좋지만 내실도 다져야

이외에도 중국 축구의 추태 사례는 많다. 축구는 좋은 선수를 많이 영입해서 좋은 성적을 거두는 것만이 능사가 아니다. 우승컵만이 팀의 명성과 클래스를 높여주는 것은 아니라는 것이 축구계의 정설이다.

중국 축구는 오로지 우승컵만을 바라보며 투자를 지속해오고 있다. 달리 본다면 중국 축구의 발전은 중국 선수들에 의한 발전이 아닌 외국인 선수에 의한 것이라고 할 수도 있다. 중국 축구의 전반적인 발전을 노리는 것이 아닌 클럽 내에서의 발전만을 목표로 삼고 투자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런 편협한 생각은 결국 중국 축구가 장기적인 발전을 추구하지 못하고 눈앞의 이익만을 추구하는 것으로 그칠 가능성이 높다. 팀 내 유망한 선수를 발굴하고 키우는 역할에 집중하며 높은 행정력을 갖춰야만 클럽은 물론 대표팀까지 그 경쟁력이 이어질 수 있다.

이는 한국과 일본을 비롯한 아시아 나라에도 좋은 영향을 미칠 것이다. 중국 시장은 거대하고 인구도 많다. 그 안에서 좋은 선수들이 지속적으로 쏟아져 나온다면 한국은 물론 일본으로의 진출이 가능해지고 이는 곧 각 국가 간의 축구 교류가 활발해지는 계기로 이어질 것이다.

나아가 국가대표팀 경쟁력에도 영향을 미쳐 한국과 일본, 호주, 이란 등이 선점하고 있는 월드컵 진출경쟁에 새로운 바람을 일으켜 더욱 열띤 경쟁을 벌이는 모습을 구현할 수 있다. 이는 곧 월드컵에서 아시아 국가들의 경쟁력이 강화되는 것으로 이어질 수 있다.

중국 현지 언론조차 중국 클럽들이 벌이는 추태에 대해 우려의 시선을 보내고 있다. 더 이상 이런 후진적인 행태에서 벗어나 중국 클럽의 가시적인 성과와 함께 경기 외적인 부분에서도 발전된 모습을 보인다면 중국 축구는 물론 아시아 축구의 전반적인 발전에도 좋은 계기가 될 것이다.

앞으로 중국 축구가 ‘돈으로 우승컵도 얻고 클래스도 얻는’ 성숙된 모습을 언제쯤 보여줄 수 있을까. 아울러 한국 축구도 중국과 마찬가지이고 자금력과 선수영입에 경쟁력을 갖춰 투자나 클래스 어느 하나 뒤떨어지지 않는 성장을 보여줘야 할 것이다.

kdw0926@sportsq.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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