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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Q포커스] 봄햇살 맞는 최희섭, '무욕무심'의 목표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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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Q포커스] 봄햇살 맞는 최희섭, '무욕무심'의 목표는
  • 박상현 기자
  • 승인 2015.03.14 10:0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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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수 말년 맞아 자존심 회복...MLB 후배 강정호에 애정어린 조언도

[목동=스포츠Q 박상현 기자] "완전히 (욕심을) 내려놓았습니다. 백의종군의 자세로 경기에 임하니까 잘 풀리는 것이 아닌가 싶어요."

최희섭(36·KIA)이 다시 부활의 나래를 펴기 시작했다. 미국 프로야구 메이저리그(MLB) 최초 한국인 타자로서 명성을 드높였지만 2007년 국내로 돌아온 뒤 부침이 심했던 그가 이제 선수 말년을 맞아 명예회복을 벼른다.

최희섭은 13일 서울 목동구장에서 열린 넥센와 타이어뱅크 2015 KBO리그 시범경기 원정경기에서 5회말 수비부터 이범호 대신 교체로 나선 뒤 타석에서 2타수 1안타를 기록했다.

이날 최희섭은 7회초 첫 타석에서 2루수와 유격수 사이를 꿰뚫는 중전 안타를 치고 나가며 KIA 공격의 물꼬를 텄다. 최희섭은 만루 상황에서 넥센 투수의 폭투에 전력 질주로 홈에 들어와 득점을 올리기도 했다. 최희섭의 안타가 발단이 돼 KIA는 7회초 4점을 뽑으며 넥센을 맹추격했다.

▲ [목동=스포츠Q 최대성 기자] KIA 최희섭이 13일 서울 목동구장에서 열린 넥센과 타이어뱅크 2015 KBO리그 시범경기에서 교체 1루수로 출전 준비를 하고 있다.

최희섭은 2007년 KIA를 통해 국내로 들어왔지만 그가 제대로 활약을 해준 것은 2009년과 2010년, 단 두 시즌 뿐이었다. 131경기를 뛰며 33개의 홈런을 쳐내고 타율 0.308을 기록한 2009년에는 소속팀 KIA를 한국시리즈 우승으로 이끌었다. 또 2010년에도 126경기에서 21개의 홈런과 타율 0.286을 올렸다.

하지만 2011년부터 2013년까지 그가 정규시즌에 나선 경기는 228경기에 불과하다. 홈런도 세 시즌 동안 27개에 그쳤다. 지난해는 부상 때문에 아예 정규시즌에 나서지도 못했다. 1군은 커녕 2군이 있는 함평에서만 지냈다. 퓨처스리그 출전도 없었다.

설상가상으로 선동열 전 감독과 불화설까지 나왔다. 196cm, 99kg의 건장한 선수는 마음에 상처를 받았다. 더이상 한국에서도 물러설 수 없었고 한국인 최초의 MLB 타자라는 명예와 자존심 회복을 위해 부활을 위한 구슬땀을 흘렸다.

◆ "시즌 목표는 끝까지 뛰는 것"…김기태 감독도 전폭 지원

최희섭은 "올해는 시즌 마지막까지 뛰어야죠"라는 말부터 꺼냈다. 지난 네 시즌 동안 부진의 늪에서 벗어나 KIA의 부활의 선봉장이 되겠다는 마음으로 가득하다.

그는 "KIA에서 보여준 것은 아무 것도 없었다. 이대로 야구 인생을 끝낼 수는 없다는 생각에 준비를 많이 했다"고 각오를 밝혔다.

연봉 대폭 삭감도 받아들였다. 한때 4억원이었던 연봉은 지난해 1억원에 이어 올해 7000만원까지 떨어졌다. 최희섭은 연봉이 깎이는 것은 상관없었다. 자신이 그동안 보여주지 못한 것에 대해 연봉을 구단에 백지 위임하며 자신의 부활에만 모든 것을 걸었다.

▲ [목동=스포츠Q 최대성 기자] KIA 최희섭이 13일 서울 목동구장에서 열린 넥센과 타이어뱅크 2015 KBO리그 시범경기에서 1루 수비 준비를 하고 있다.

최희섭은 "열심히 한다고 했는데 남들이 어떻게 볼지는 잘 모르겠다. 어쨌든 나는 더이상 잃을 것도 없다"며 각오를 다졌다.

그의 바람은 조금이라도 더 오랫동안 선수생활을 하는 것이다. 그러나 올해를 잘 넘기지 못한다면 유니폼을 더이상 입지 못할 것이라는 것은 그도 잘 안다.

그는 "내 등번호(23번)만큼 야구 선수로 뛰고 싶은데 잘 될지 모르겠다"며 "언제나 마지막이라는 자세로 임한다. 모든 것을 내려놓았다. 큰 욕심은 없고 꺾였던 내 자존심과 명예만이라도 찾겠다"고 말했다.

김기태 신임 감독도 최희섭이 부활에 안간힘을 쓰는 모습을 반기고 있다. 그가 중심 타선에 들어온다면 KIA의 공격력은 더욱 배가 될 수 있다.

지난 시즌까지 KIA는 브렛 필, 나지완, 이범호로 중심타선을 구성해왔다. 그런데 올 시즌 6번 타자 자리가 비어있다. 안치홍이 경찰청에 입대하면서 타선의 무게감이 떨어졌다. 하지만 이 자리에 최희섭이 들어온다면 장타력이 더욱 배가될 수 있다. MLB에서도 올스타전 홈런 레이스에 나갔을 정도로 펀치력에서는 인정받은 타자여서 최희섭의 합류는 KIA를 대포 군단으로 만들기에 충분하다.

일단 지금까지 최희섭은 부활의 조짐을 보이고 있다. 지난 8일 NC와 시범경기부터 4경기 연속 안타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홈런을 아직 없지만 지난 12일 넥센전에서는 2타점을 올리며 팀의 승리를 이끌었다.

이에 대해 최희섭은 "아직 시범경기"라며 큰 의미를 부여하지 않았다. 시범경기에서는 선수들의 컨디션이 최고조가 아니라는 것을 알기에 진짜 승부는 정규시즌이라고 말한다.

▲ [목동=스포츠Q 최대성 기자] KIA 최희섭이 13일 서울 목동구장에서 열린 넥센과 타이어뱅크 2015 KBO리그 시범경기에서 7회초 중전 안타를 뽑아내고 있다.

◆ "정호야, 시범경기가 전부가 아냐" MLB 선배의 애정어린 조언

최근 강정호(28·피츠버그 파이리츠)가 MLB에서 맹활약하고 있다. 때마침 강정호가 3루수 겸 4번 타자로 출전했다는 소식까지 들려왔다. 시범경기 데뷔전에서 홈런을 치면서 미국 현지 언론의 관심도 함께 받고 있다.

MLB 경험이 풍부한 최희섭에게 강정호에 대한 조언해줄 것이 없느냐고 질문했다. 그는 "지금은 시범경기일 뿐이어서 지금 보여주고 있는 활약이 정규시즌으로 이어진다는 보장이 없다"며 "강정호도 지금 자신이 MLB에서 확실하게 통할 것이라고 확신은 하고 있지 않을 것"이라고 답했다. 아직 강정호에게 갈 길이 멀다는 의미다.

그러면서도 최희섭은 "강정호의 MLB 진출이 너무 늦었다"고 말했다. 미국에 간 것이 늦은 것이 아니라 앞선 선배들이 MLB에 진출했어야 한다는 의미였다. 최희섭이 미국에서 돌아온 것이 2007년이었고 그동안은 추신수(33·텍사스 레인저스)가 홀로 한국인 타자로 MLB에서 활약해왔다. 그러나 한국 프로야구에서 MLB로 건너간 타자는 단 한 명도 없었다.

최희섭은 "내가 아마추어 신분으로 미국으로 건너갔지만 한국 프로야구에서 MLB로 건너간 타자가 일찍 나왔어야 했다"며 "그런 점에서 강정호의 진출은 한국 프로야구에 다소 늦은 감이 없지 않다. 그런만큼 강정호에 대한 관심이 뜨거울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러나 이내 "내가 잘해야죠"라며 자신의 경기에만 집중하겠다고 말한다. 시범경기에서 상승세를 계속 이어가 정규시즌에서 완벽한 부활을 꿈꾸고 있다. 특히 양띠인 최희섭이 양의 해를 맞았기 때문에 더더욱 2015년을 자신의 해로 만들고 싶어한다. 지금까지 최희섭의 활약을 보면 부활 가능성은 충분하다.

▲ [목동=스포츠Q 최대성 기자] KIA 최희섭(앞)이 13일 서울 목동구장에서 열린 넥센과 타이어뱅크 2015 KBO리그 시범경기에서 팀이 5-6으로 아쉽게 진 뒤 관중에게 인사하며 더그아웃으로 들어가고 있다.

tankpark@sportsq.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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