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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Q현장] '연고정착 원년' WK리그, 연착륙 위한 과제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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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Q현장] '연고정착 원년' WK리그, 연착륙 위한 과제는
  • 이세영 기자
  • 승인 2015.03.17 00:0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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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년 출범 이후 처음으로 지역연고제 도입…"관중유치·조례개정 등 당면과제 산적"

[효창=스포츠Q 글 이세영·사진 이상민 기자] 경기 내내 그라운드를 내리쬔 햇살만큼이나 따뜻하면서도 희망적인 분위기였다. 지역 연고제 강화를 선언한 WK리그가 올 시즌 역사적인 새 출발을 알렸다.

여자축구팬은 이제 지역팀을 응원하기 위해 굳이 원정 응원을 떠날 필요가 없게 됐다. 홈 경기장에서 주기적으로 선수들의 플레이를 볼 수 있기 때문이다.

한국여자축구연맹은 2009년 리그 출범 이후 처음으로 홈 앤드 어웨이 제도를 적용했다. 연맹은 지역 밀착 마케팅을 바탕으로 여자축구의 저변을 확대하고 팬들의 의식을 바꾸기 위해 이 제도를 선택했다.

▲ WK리그 선수들도 남자선수 못지않게 거친 몸싸움을 펼친다. 공수 전환이 빠르고 박진감 넘치는 전개에 눈을 뗄 수 없을 정도다.

지금까지 WK리그는 홈 앤드 어웨이 방식이 아닌 3~4개 도시를 순회하는 방식으로 치러졌다. 2014시즌에야 고양과 대전에서 연고제를 시범적으로 운영했을 정도로 팬들에게 ‘우리 팀’이라는 인식이 적었다. 각 팀들은 한 지역을 연고로 하고 있었으나 엄밀히 말해 제대로 된 연고 개념은 아니었다.

하지만 이제 연고정착을 통해 더 많은 스토리를 만들어낼 수 있을 전망이다. K리그 클래식에서 수원 삼성과 FC서울이 라이벌 구도를 이룬 것처럼 서울시청과 수원시설관리공단이 WK리그판 ‘슈퍼매치’를 개최할 수도 있다.

효창운동장에서 16일 열린 서울시청과 대전 스포츠토토의 개막전에는 선수 가족들과 고등학교 여자축구부 선수들이 모였다. 그라운드를 누비는 22명의 선수들도 관중들의 환호에 최선을 다하는 플레이로 보답했다.

◆ 여자축구는 아기자기하다? 편견 깬 경기력

아기자기하게 펼쳐질 것으로 예상됐던 경기는 생각 이상으로 빠르고 거칠게 진행됐다. 양 팀 선수들은 골을 넣기 위해 몸을 던지는 것도 불사했다. 느리고 지루한 축구일 것이라는 편견을 깼다.

우승을 위해 겨우내 많은 땀을 흘린 선수들은 환상의 팀워크를 자랑하며 연신 슛을 날렸다. 이날 골망을 가른 슛은 두 차례였지만 많은 슛이 골문을 살짝 벗어나거나 골대를 맞히기도 했다.

분위기가 과열되며 스탠드와 벤치에서 심판의 파울 판정에 항의하는 목소리가 나오기도 했지만 이 역시 경기의 일부였다. K리그만큼이나 박진감 있고 치열한 승부가 펼쳐졌다.

이날 경기를 보기 위해 축구부원들과 효창운동장을 찾은 서울 동산정보산업고 1학년 박혜연은 “선수들 개개인의 스피드가 빠르고 공간 침투능력이 뛰어나다”며 “특히 여민지 언니의 침투가 인상적이다. 예전에 대표팀에서 기량이 뛰어났을 때 몸놀림이 나왔다”고 엄지를 치켜세웠다.

같은 학교 1학년 김은솔도 “생각했던 것보다 경기 내용이 매우 알차고 박진감이 넘친다”며 웃어보였다.

▲ 16일 효창운동장에서 WK리그 1라운드를 앞둔 서울시청(왼쪽), 대전 스포츠토토 선수들. 본부석 반대편 스탠드가 텅 비어 있다.

◆ 이제 걸음마 단계, 넘어야 할 장애물은 '산더미'

하지만 앞으로 WK리그에서 지역 연고제가 연착륙하기 위해 넘어야 할 장애물도 많다.

가장 큰 문제 중 하나가 관중 유치다. 일단 관중이 많아야 붐이 일어나고 지역 연고지 정착이 가속화될 수 있다. 하지만 홍보가 부족하고 사람들의 인식이 쉽게 바뀌지 않으면서 ‘그들만의 리그’라는 꼬리표를 떼고 있지 못하는 실정이다.

이날 효창운동장에도 본부석 방면 스탠드엔 3분의 2 이상의 관중이 들어찼지만 반대편 스탠드에는 열 손가락으로 셀 수 있을 정도의 팬들만 존재했다.

연맹도 이 점을 해결하기 위해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김정선 한국여자축구연맹 사무국장은 “연고지 정착을 위해 각 팀에 서포터즈를 만드는 것과 명예기자 제도를 신설하려 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아직 구체적인 목표 관중 수치를 언급하기에는 조심스러웠다. 지역 연고제가 처음 시도하는 제도이기도 하고 경기장 사용 문제도 해결해야하기 때문이다.

▲ [효창=스포츠Q 이세영 기자] '월요일은 여자축구 보는날' 연맹은 여러 가지 홍보물로 WK리그 개막을 알렸지만 정작 일반 관중들의 발걸음은 뜸했다.

김 국장은 “아직은 경기장 제반시설을 사용하는 것과 관련된 조례가 묶여있다. 시설을 빌리면서 리그를 진행해야하기 때문에 진정한 연고지 정착까지는 시간이 걸릴 것 같다”고 말했다.

각 구단의 프런트들도 걸음마 단계다. 전문화된 인력과 체계화된 시스템이 필요한 상황이다. 그는 “프런트 구축은 연맹에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부분”이라며 “축구단 운영을 효율적으로 할 수 있는 실무자가 늘어나야 한다. 지자체와 꾸준히 대화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축구팬들에게 당부의 말도 남겼다. 편견을 버리고 경기장에 찾아온다면 이야기가 달라질 것이라 했다. 김 국장은 “경기를 처음으로 본 팬들이 하나같이 ‘경기를 잘한다’고 칭찬해주신다. K리그 못지않은 박진감과 짜릿함을 느낄 수 있을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syl015@sportsq.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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