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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련 뒤 단단해졌다, '골잡이' 여민지가 돌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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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련 뒤 단단해졌다, '골잡이' 여민지가 돌아왔다
  • 이세영 기자
  • 승인 2015.03.17 10:2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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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K리그 개막전 서울시청전서 데뷔골…대전 홍보대사 선언하다

[스포츠Q 이세영 기자] 2010년은 한국 여자축구의 르네상스였다. 지소연을 주축으로 나선 20세 이하(U-20) 대표팀이 국제축구연맹(FIFA) U-20 여자월드컵에서 3위에 올랐고 U-17 대표팀 동생들은 FIFA U-20 여자월드컵 우승을 차지했다.

이때 U-17 대표팀에서 천부적인 골 감각을 발휘하며 스포트라이트를 받은 골잡이가 여민지(22·대전 스포츠토토)다.

당시 그는 나이지리아와 8강전에서만 네 골을 넣는 등 총 8골을 터뜨리며 대회 득점왕과 최우수선수(MVP)상을 휩쓸었다. 귀국 후에는 각종 방송 프로그램에 출연하며 바쁜 나날을 보냈다. 열일곱 어린 나이에 전성시대를 활짝 열었다.

▲ 여민지(앞)가 16일 서울 효창운동장에서 열린 2015 IBK기업은행 WK리그 서울시청전에서 돌파를 하고 있다. [사진=스포츠Q DB]

하지만 부상이 모든 것을 앗아가고 말았다. 2011년 무릎 십자인대 수술을 받았고 이듬해 발목 부상으로 1년 가까이 쉬어야 했다. 유럽 무대에 진출하는 대신 대학 진학을 선택한 여민지는 지난해 전체 3순위로 대전 스포츠토토에 입단했다.

그러나 WK리그에 첫 발을 디딘 여민지의 기량은 여전만 못했다. 지난 시즌 골 없이 도움 1개를 기록하는 데 그쳤다. 소속팀에서 부진으로 인천 아시안게임 대표팀에 선발되지 못한 그는 조용히 부활의 칼을 갈았다.

◆ 실업축구 입문 2시즌만에 쏘아올린 부활포

지난해 11월 동아시안컵에서 5골, 이달 키프로스컵에서 한 골을 넣은 것이 부활의 전주곡이었다.

A매치에서 골맛을 본 여민지는 16일 효창운동장에서 열린 2015 WK리그 서울시청전에서 전반 13분 상대진영 왼쪽을 파고든 뒤 강력한 왼발슛을 시도, 골망을 갈랐다. 두 시즌 만에 터진 실업리그 데뷔골이자 올 시즌 개막 축포였다.

그의 활약은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전반 40분 팀의 두 번째 골에도 관여했다. 왼쪽 측면을 돌파한 뒤 크로스를 날렸다. 이를 팀 동료가 헛발질했지만 뒤에서 들어오던 지오바나가 마무리했다.

전반 45분만 소화했으나 임팩트는 강렬했다. 경기를 보던 고등학교 여자축구부 선수들이 “예전 기량이 나오는 것 같다”고 말했을 정도로 여민지의 움직임은 한결 가벼워보였다.

팀의 2-0 승리를 이끈 여민지는 경기 후 “지난해보다는 올해 몸 상태가 훨씬 좋다. 동계훈련을 무리 없이 소화한 게 첫 경기부터 골을 넣은 원동력이었다”고 소감을 밝혔다.

손종석 스포츠토토 감독 역시 그의 데뷔골에 고무적인 반응을 보였다. 손 감독은 “부상 전력이 있어 지난해 많은 경기에 출전시키지 않았다. 그것이 컨디션을 회복하는 데 도움이 된 것 같다”며 “올해는 열 골 이상 넣을 것 같다”고 기대감을 숨기지 않았다.

▲ 여민지(왼쪽 두번째)가 16일 서울 효창운동장에서 열린 2015 IBK기업은행 WK리그 서울시청전에서 골을 넣은 뒤 동료들과 기뻐하고 있다. [사진=스포츠Q DB]

◆ 지역연고제 정착, 축구로서 대전 알리고파

WK리그는 올해부터 지역 연고제를 강화하기 위해 홈 앤드 어웨이 방식을 택했다. 지난 시즌 연고제 시범운영으로 대전에서 많은 경기를 뛴 여민지는 올해부터 전국을 돌며 그라운드를 누빌 예정이다.

체력적으로 힘들 수 있고 낯선 환경에 몸이 굳을 수도 있지만 여자축구의 발전을 위해서는 지역 연고제가 정착해야 한다고 봤다. 여민지는 “K리그처럼 WK리그에도 서포터즈가 생긴다면 더 열심히 뛸 것 같다”며 웃어보였다.

대전에 대한 사랑도 남달랐다. 입단하기 전에는 아무 인연이 없었지만 이젠 축구로서 대전을 알리고 싶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애정이 커졌다.

여민지는 “대전에 정착하면서 이곳이 얼마나 좋은 도시인지 알게 됐다”며 “올해는 대전 시티즌도 K리그 클래식으로 승격해 남녀축구가 붐을 일으킬 준비를 마쳤다. 경기장에 많이 찾아오셔서 우리 이름을 불러준다면 정말 큰 힘이 될 것 같다”고 바람을 나타냈다.

syl015@sportsq.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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