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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Q분석] 넘쳐도 모자라도, 길게 버텨야 사는 '포수기근 시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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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Q분석] 넘쳐도 모자라도, 길게 버텨야 사는 '포수기근 시대'
  • 이세영 기자
  • 승인 2015.03.26 11:2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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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O리그 D-2] 백업까지 든든한 팀과 주전 부상으로 울상짓는 팀 희비…얼마나 버티느냐가 관건

[스포츠Q 이세영 기자] 김성근 한화 감독이 과거 SK를 사령탑을 맡던 시절 입버릇처럼 했던 말이 있다.

그는 SK가 2007년부터 '왕조'를 열었을 때부터 “우리팀 전력의 반은 포수 박경완”이라며 주전 안방마님이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음을 강조했다. 그가 아니었다면 특급 선발 김광현도, 리그를 호령한 셋업맨 정우람도 탄생하기 힘들었다는 것.

실제로 포수는 팀 전력에 적잖은 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가장 기본적인 역할인 투수 리드부터 타자와 수 싸움, 블로킹과 포구, 1루 커버 등 수비, 경기를 조율하는 능력 등 다방면에서 재능이 있어야 한다. 아울러 경험이 많은 선수와 그렇지 않은 선수의 기량차가 큰 포지션 중 하나가 바로 포수다. 뛰어난 포수가 되기 위해서는 적잖은 경험이 필요하다.

올해 10구단 원년을 맞는 10개 구단들은 포수 기근 시대에 있다. 유망주들이 기피하는 포지션 중 하나이며 단기간에 기량이 늘기도 쉽지 않다. 기존 주전과 백업이 확고한 팀들은 걱정 없이 시즌을 기다리고 있지만 주전이 부상을 당했거나 신예가 선발 마스크를 써야 하는 팀들은 불안감에 싸여있다.

▲ SK는 시범경기에서 쾌조의 타격감을 자랑한 정상호(사진)와 이재원에 큰 기대를 걸고 있다. 백업포수 허웅의 존재도 든든하다. [사진=SK 와이번스 제공]

◆ SK·롯데·두산·삼성 – 건재한 주전에 2옵션까지 든든 '최전방 전선 이상무'

SK와 롯데, 두산은 다른 팀들에 비하면 안방마님 전력이 매우 탄탄하다. 행복한 비명을 질러도 된다.

SK는 시범경기에서 정상호와 이재원이 호쾌한 타격을 선보였다. 마스크를 번갈아 쓰거나 이재원이 지명타자로 출장하며 팀 타선을 이끌었다. 정상호는 타율 0.357에 1홈런 8타점, 이재원은 타율 0.440에 2홈런 5타점을 기록했다.

이재원은 상대적으로 포수 경험이 부족하지만 정상호는 박경완의 백업을 맡았을 때 꾸준히 포수 수업을 받았다. 예전보다 수비가 많이 안정됐고 나이가 들면서 플레이도 노련해졌다. 다만 잔부상이 많은 만큼 컨디션이 변수가 될 것으로 보인다. 이 외에 파이팅이 좋은 백업포수 허웅도 항시 대기하고 있다.

강민호와 장성우가 건재한 롯데도 포수에서만큼은 걱정이 없다. 비록 타율에서는 강민호가 0.158, 장성우가 0.200로 부진했지만 투수 리드와 수비는 리그 상급이라는 평가다. 두 선수의 연차를 합하면 20년에 달한다. 시범경기에서 가능성을 보여준 김준태도 부상자가 발생했을 때 유용하게 쓸 수 있는 카드다.

대부분의 포지션에서 백업 멤버가 든든한 두산은 올해도 양의지와 최재훈이 홈플레이트를 지킬 것으로 보인다. 장타력이 뛰어난 양의지는 시범경기 타율이 0.364에 달하고 1홈런 3타점의 맹타를 휘둘렀다. 최재훈은 방망이는 다소 아쉬웠지만 강한 어깨를 바탕으로 한 빠른 송구가 인상적인 포수다.

이밖에 삼성도 베테랑 포수 진갑용을 보며 실력이 부쩍 자란 이지영과 신예 안방마님 이흥련의 컨디션이 좋다. 둘은 시범경기에서 각각 0.357, 0.375의 타율을 기록하며 타격감을 한껏 끌어올렸다. 이지영에게 주전 자리를 일임한 진갑용은 경기 후반 조커로 사용될 전망이다.

▲ KIA는 베테랑 포수 차일목(왼쪽)의 부상 공백이 뼈아프다. 14일 KBO리그 시범경기 LG전 5회초 1사 1, 3루에서 최승준의 내야땅볼 때 3루주자 손주인을 잡아내고 있는 차일목. [사진=KIA 타이거즈 제공]

◆ KIA·한화·LG·넥센·NC·케이티 – 주전 부상·백업포수 기량 저하로 고심

이들 구단을 제외한 여섯 구단은 주전 포수들이 부상에 빠져 있거나 경험이 적어 울상이다. 시즌이 코앞이지만 마땅한 대안이 없어 발만 동동 구르고 있다.

지난해 최하위권에 머무른 KIA와 한화는 주전들이 나란히 부상을 당했다.

자유계약(FA)을 체결하며 팀에 남은 KIA 차일목은 지난 14일 LG와 시범경기에서 왼 허벅지에 부상을 입었다. 근육이 약간 찢어졌다는 소견을 받은 그는 곧바로 재활군으로 내려갔다.

결국 KIA는 경험이 적은 백용환, 이성우 체제로 개막을 맞는다. 이홍구까지 세 명의 포수가 차일목의 자리를 메워줘야 초반 레이스에서 뒤처지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백용환과 이성우는 시범경기에서 나란히 0.400의 타율을 기록, 공격에서는 맹활약을 펼쳤다.

한화는 베테랑 포수 조인성이 12일 두산전에서 오른 종아리 근육이 손상돼 2개월간 경기에 나서지 못한다. 날카로운 송구와 노련한 투수 리드가 돋보이는 노장이지만 타율 0.600을 올리며 타격도 좋았던 터라 더 아쉬움을 남긴다.

오른 주관절을 다쳐 아직 실전에 투입되지 못하고 있는 정범모와 1군 경험이 일천한 지성준, 외야 수업을 받다 부랴부랴 포수 미트를 낀 박노민이 빈 자리를 메울 것으로 보이지만 누가 들어와도 조인성의 몫을 해줄지는 미지수다.

LG는 지난해 말 현재윤이 은퇴하고 주전인 윤요섭마저 2군에 있어 남은 선수들로 시즌 초반을 버텨야 한다. 지난해 포스트시즌에서 맹활약한 최경철이 주전이며 조윤준, 유강남이 백업인데 이들 모두 풀타임 경험이 적다. 따라서 윤요섭의 합류가 늦어질 경우 안방에서 불안감을 노출할 가능성이 높다.

아울러 허도환이 주전에서 밀려난 넥센은 비교적 젊은 박동원과 김재현의 경쟁체제로 흘러가고 있으며 NC는 김태군을 받칠만한 선수가 보이지 않는 상황이다. 신생팀 케이티는 용덕한과 윤도경, 안중열이 주전 경쟁을 벌일 예정이나 윤도경과 안중열이 1군 경험이 일천해 제몫을 해줄지가 미지수다.

syl015@sportsq.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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