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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Q포커스] 롤모델 이승엽 앞에서 으르렁! 아기사자 구자욱 '대박 예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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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Q포커스] 롤모델 이승엽 앞에서 으르렁! 아기사자 구자욱 '대박 예감'
  • 박상현 기자
  • 승인 2015.04.04 09: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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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타력에 정확성까지, 케이티전 이어 2경기 연속 홈런…최근 3경기 연속 멀티히트로 하위타선 중심축

[스포츠Q 박상현 기자] 22세 '아기사자' 구자욱이 심상치 않다. 삼성 하위타선의 시작인 6번 타자를 맡으면서 맹타를 휘둘러 상위 타선이 만들어놓은 기회를 타점으로 연결시키는 능력까지 보여주고 있다.

구자욱은 3일 잠실구장에서 벌어진 2015 타이어뱅크 KBO리그 원정경기에서 2회초 LG 선발투수 헨리 소사(30)를 상대로 오른쪽 담장을 넘기는 115m짜리 홈런으로 1루 주자 이승엽을 불러들이는 2타점을 기록했다.

구자욱은 4타수 2안타 2타점의 맹타를 휘둘렀다. 비록 삼성 계투진이 3-3 동점을 허용하는 바람에 결승타점을 기록하진 못했지만 연장 10회초 삼성이 4점을 뽑아 7-3으로 이기는데 발판이 놓았다.

구자욱의 홈런은 소사의 마음까지 아프게 한 아치였다. 2회초 이승엽이 좌중간 안타를 치고 나간 뒤 구자욱이 나와 소사의 2구째를 받아쳐 오른쪽 담장을 넘겼다. 소사는 2회초를 마친 뒤 덕아웃에서 다소 신경질적인 반응을 보일 정도로 구자욱의 홈런에 자극을 받은 모습이었다.

◆ 지난해 퓨처스리그 남부리그 수위타자, 올해는 장타능력까지

소사가 생각한 것만큼 구자욱은 그리 만만한 타자가 아니다. 구자욱은 지난해 퓨처스리그 남부리그에서 241타수 86안타, 0.357의 타율을 기록하며 수위타자상을 받았다.

구자욱은 대형타자라기보다 발이 빠른 1번 타자에 가까운 선수였다. 지난해까지 상무에서 뛰었던 그는 86개의 안타를 치면서 2루타 이상 장타는 23개에 불과했다. 홈런은 3개밖에 치지 못했다. 대신 남부리그에서 세번째로 많은 27개의 도루를 성공시켰다. 타율은 0.357이나 됐지만 장타율은 0.502에 불과했다.

이 때문에 구자욱의 포지션이 애매했다. 구자욱이 1루수를 보려면 일발장타 능력이 필요했다. 그가 장타능력을 보여주지 못하면 외야로 자리를 옮겨야만 했다. 그러나 최형우, 박한이 등이 버틴 외야에 그의 자리는 없었다.

하지만 이번 시즌 들어 그가 달라졌다. 189cm, 75kg로 다소 호리호리해보이는 체격이지만 겨우내 근육량을 늘리며 장타력을 보완했다. 거포 1루수로 거듭나기 위한 그의 노력이었다. 일본 오키나와 스프링캠프에서도 맹타를 휘두르며 주목받기 시작했다.

그에게 기회가 찾아왔다. 주전 1루수 채태인이 부상을 당하면서 개막전 선발 출전 기회를 잡은 것. 결국 1군 데뷔전에서 2타점 2루타를 신고하며 화려하게 신고식을 마쳤다.

이어 지난 1일 케이티와 경기에서 홈런을 쳐내며 1군 데뷔 홈런을 기록한데 이어 2경기 연속 홈런까지 쳐냈다. 5경기에서 20타수 7안타, 0.350의 타율을 기록하면서 2루타 이상 장타가 4개(2루타 2개, 홈런 2개)나 된다. 장타율이 0.750이나 된다. 또 최근 3경기 연속 멀티히트로 삼성 하위타선의 중심축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 삼성 구자욱(왼쪽)이 3일 잠실구장에서 열린 LG와 2015 KBO리그 원정경기 2회초 2점 홈런을 때린 뒤 박해민의 축하를 받고 있다. [사진=삼성 라이온즈 제공]

물론 아직 5경기밖에 치르지 않았기 때문에 그의 활약도를 벌써 점치기란 어렵다. 아무래도 장기 레이스인데다 신인이어서 도중에 갑작스러운 슬럼프나 체력 저하가 온다면 성적은 금방 떨어질 수 있다.

그러나 그의 부드러운 스윙은 큰 힘을 들이지 않고도 장타를 뽑아낼 수 있다는 점에서 주목할만하다. 부드러운 스윙과 같은 왼손타자여서 팀내에서 '제2의 이승엽'으로 불리는 그는 경복중과 대구고를 나온 대구 출신 선수다. 평소 이승엽을 롤모델로 삼고 있는 그가 장타력과 정확성까지 모두 보여준다면 삼성의 차세대 4번 타자로 발전할 수 있다.

◆ 타격과 빠른 발 겸비했지만 수비는 여전히 물음표

구자욱은 LG전에서 자신의 빠른 발을 유감없이 자랑했다. 3-3 동점이 되면서 연장전으로 들어간 가운데 구자욱이 10회초 선두타자로 등장했다.

구자욱은 LG 투수 정찬헌을 상대로 투수 앞쪽으로 굴러가는 타구를 날렸고 전력질주로 1루에 세이프됐다. LG 양상문 감독이 합의 판정을 요청할 정도로 아슬아슬한 순간이었고 결국 심판이 세이프를 선언했다.

이는 결과적으로 LG의 마운드를 뒤흔들어놨다. 구자욱의 출루와 함께 박해민까지 번트 안타를 만들어냈고 이지영의 투수 앞 희생번트로 1사 2, 3루의 기회를 이어갈 수 있었다. 결국 2사 만루에서 LG의 마무리 봉중근이 박한이에게 2타점 안타를 허용하고 수비 실수까지 겹치면서 순식간에 3점을 내주고 말았다.

정확성과 장타력, 빠른 발까지 겸비하고 있다면 이미 세가지 능력을 갖췄다는 뜻이 된다. 대형 타자로 발전할 수 있는 가능성과 스타성을 엿보게 한다. 자신의 홈런으로 선취점을 뽑고 빠른 발로 연장 10회초 대량 득점의 발판을 놨다는 점에서 허슬 플레이어로 성장할 수 있는 싹이 보인다.

▲ 삼성 구자욱(오른쪽)이 3일 잠실구장에서 열린 LG와 2015 KBO리그 원정경기 10회초 선두타자로 나와 빠른 발로 1루수 앞 내야안타를 만들어내고 있다. [사진=삼성 라이온즈 제공]

하지만 수비력은 여전히 물음표다. 3-3 동점이 된 8회말 이병규(7번)의 타구를 제대로 처리하지 못하면서 출루를 허용했다. 1루수 앞 내야안타로 기록되긴 했지만 구자욱이 충분히 막아낼 수 있는 것이었다.

삼성은 채은성에게 2루타를 내주면서 1사 2, 3루의 위기에 쫓겼고 김용의를 고의 볼넷으로 내보내 1사 만루의 절대 위기를 맞았다. 그러나 다행히도 대타 이병규(9번)를 2루수 앞 병살타로 처리하면서 이닝을 마칠 수 있었다. 만약 이 상황에서 점수를 내줬더라면 연장전 승리가 아닌 패배가 될뻔 했다.

구자욱도 자신의 실수를 인정했다. 이병규(7번)의 강습타구를 제대로 막지 못한 것에 대해 구자욱은 "내 실수로 경기가 이상해졌다"고 자책할 정도였다.

안정적인 수비능력만 겸비할 수 있다면 구자욱은 앞으로도 삼성의 1루를 도맡을 수 있다. 이제 그의 나이 22세에 불과하기 때문에 푸른 군단의 히트상품을 너머 성장 가능성은 무궁무진하다.

tankpark@sportsq.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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