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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이닝 노히트' 370일만에 웃은 임지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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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이닝 노히트' 370일만에 웃은 임지섭
  • 박상현 기자
  • 승인 2015.04.05 00:4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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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 7이닝 노히트노런, 지난해 두산전 데뷔전 승리 이후 통산 2승

[스포츠Q 박상현 기자] 봄만 되면 나타나 야구 팬들을 깜짝 놀라게 하는 선수가 있다. 바로 LG의 2년차 좌완투수 임지섭(20)이다.

임지섭은 4일 잠실구장에서 벌어진 삼성과 2015 타이어뱅크 KBO리그 홈경기에서 7이닝 동안 사사구 6개를 내줬지만 안타를 단 1개도 맞지 않고 삼진 9개를 잡아내는 위력을 보였다.

7이닝 노히트노런을 기록한 임지섭은 팀이 3-2로 승리하면서 지난해 3월 30일 잠실 두산전 이후 370일만에 승리투수가 됐다.

지난해 두산전에서 데뷔전 승리투수가 됐을 때만 해도 임지섭의 주가는 하늘을 찌를 것처럼 보였다. 당시 임지섭은 두산의 강타선을 맞아 안타 3개와 사사구 4개를 내줬지만 1실점으로 잘 틀어막으며 승리투수가 됐다.

하지만 이후 임지섭은 신인의 한계를 그대로 드러냈다. 이후 3경기에 더 나왔지만 승리없이 2패만 안았다. 두산전에서 5이닝을 던진 것을 빼고 나머지 3경기에서 9⅔이닝밖에 소화하지 못했고 무려 10점을 잃었다. 두산전에서 1.80에 불과했던 평균자책점은 6.75까지 치솟았다.

▲ 임지섭은 지난해 3월 잠실 두산전에서 프로 데뷔전을 치러 깜짝 선발승을 거두며 가능성을 알렸다. 이후 그는 승리없이 2패에 그쳤지만 4일 삼성전에서 7이닝 노히트노런을 달성했다. [사진=스포츠Q DB]

◆ 다시 드러난 존재감, 류제국 공백 메울 카드 급부상

LG는 선발 마운드가 부실하다. 류제국이 아직 경기에 나설 수 있는 상황이 아니고 우규민까지 전력에서 이탈했다. 양상문 감독의 선택은 임지섭이었다.

임지섭은 첫 등판에서는 양 감독의 마음을 흡족하게 해주지 못했다. 지난달 광주-KIA 챔피언스필드에서 벌어진 KIA와 원정경기에서 2⅓이닝 동안 홈런 1개를 포함해 안타 2개와 사사구 4개를 허용하고 3실점했다. 패전투수가 되진 않았지만 11.57의 평균 자책점은 결코 만족할 수 있는 성적은 아니었다.

하지만 엿새만에 나선 삼성전에서는 전혀 다른 투수가 되어 있었다. 1회초 첫 타자 야마이코 나바로를 삼진으로 잡아낸 것을 시작으로 7이닝 동안 9개의 삼진을 잡아냈다.

무엇보다도 안타를 내주지 않으면서 위기마다 스스로 자신이 헤쳐나간 것도 반갑다. 임지섭은 6회초까지 볼넷이나 몸에 맞는 공, 야수 실책 등으로 출루를 허용했지만 후속타자에게 안타를 내주지 않았다. 최고 시속 148km의 빠른 공과 포크볼, 슬라이더를 곁들이면서 삼성 타선을 침묵하게 했다. 주자를 2명 내보낸 것도 6회초가 유일했다.

삼성의 강타선을 상대로 단 1개의 안타도 내주지 않았다는 점은 양상문 감독을 흡족하게 만드는 요소다. 가뜩이나 선발 마운드가 부실한 상황에서 임지섭이 제몫을 해준다면 그만큼 숨통이 트이기 때문이다.

◆ 양상문 감독 "향후 LG의 15년을 책임질 선수" 애정 가득

이날 임지섭의 투구수는 103개였다. 젊은 나이인데다 노히트노런을 기록하고 있었다는 점을 생각한다면 더 던지게 할 수도 있었다. 가뜩이나 KBO리그에 스타가 없는 상황에서 임지섭에게 노히트노런이라는 대기록을 안겨줄 수 있는 기회였다.

하지만 양상문 감독은 가차없었다. 8회초 곧바로 이동현에게 마운드를 물려줬다. 일부에서는 아예 임지섭의 대기록 달성 가능성을 막아버렸다는 비판이 나왔다.

그럼에도 양상문 감독은 임지섭을 뺄 수 밖에 없었다. 이유는 크게 두 가지다. 자칫 경험이 부족한 임지섭이 힘이 떨어지면서 8회초 이후에 안타라도 맞게 된다면 걷잡을 수 없이 무너질 우려가 있다. 이는 상승세를 타고 있는 임지섭에게 도움이 되지 않는다.

또 하나는 임지섭을 아끼는 마음이다. 양상문 감독은 "임지섭은 향후 LG의 15년을 책임질 선수"라며 "절대 무리시켜서는 안된다. 노히트노런이든 아니든 1승하는 것은 똑같다"고 말했다. 현재 발전진행형인 선수를 무리하게 등판시킬 필요가 없다는 뜻이다.

문제는 그 다음이다. 임지섭은 지난해도 두산전에서 반짝 승리를 거둔 뒤 부진했다. LG의 투수 코치들이 임지섭을 대형 투수로 키우기 위해 공을 들였다고는 하지만 아직 약관인 그가 KBO리그라는 밀림을 헤쳐나가기 위해서는 아직 더 발전해야 한다. 6개의 사사구를 내준 것이 바로 그 증거다. 사사구를 내주지 않고 투구수를 아꼈더라면 더 던질 수도 있었다.

아직 미완성이기에 임지섭은 더욱 LG의 미래를 책임질만한 대형 재목이다. KBO리그에 쓸만한 좌완 신예 투수가 나오지 않는 상황에서 임지섭이 1년만에 승리투수가 되며 LG 마운드를 책임질 수 있게 된 것은 큰 수확이다.

tankpark@sportsq.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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