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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로구 리틀야구단, '야구로 새로운 꿈을 캐치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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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로구 리틀야구단, '야구로 새로운 꿈을 캐치하다'
  • 신석주 기자
  • 승인 2014.03.22 11:2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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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구팀 탐방] 한국 야구 새싹, 종로구 리틀 야구단

[300자 Tip!] 2010년 7월 서울 종로구에 리틀야구단이 창단했다. 그리고 이 팀은 ‘공부와 운동’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은 클럽식 운영 방식을 통해 학부모들의 큰 호응을 얻으며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순수하게 야구를 즐기는 차원에서 시작한 종로구 리틀야구단은 3년 만에 전국 KBO(한국야구위원회)총재기 리틀야구단대회에서 당당히 3위에 입상하는 성과를 일궈냈다. 오로지 야구 새싹들에게 야구의 재미와 즐거움을 먼저 가르치는 종로구 리틀야구단은 감독과 선수, 학부모의 3박자가 조화를 이뤄가며 리틀야구의 긍정적인 덕목을 몸소 실천하고 있다.

[스포츠Q 글 신석주 • 사진 이상민 기자] ‘깡~’하는 알루미늄 배트 소리가 화창한 봄 날씨만큼 청아하게 들려왔다. 지난 15일 오후 2시 종로구 리틀야구단은 청운중학교에서 한창 훈련중이었다.

훈련 내내 선수들은 공을 던지고 때리고 달렸다. 옷이 흙투성이가 되고 땀을 흘려도 이들의 얼굴에는 웃음이 떠나지 않았다.

야구가 이들에게 최고의 놀이인 셈이다. 이들은 주중에 학교생활에 충실한 학생으로, 주말엔 야구 선수로 변신한다. 주말이 되면 원없이(?) 야구를 할 수 있어 마냥 행복하다고 말하는 학생들이다.

▲ 종로구 리틀야구단은 청운중학교에서 주말에만 훈련하고 있다.

◆ 체계적인 훈련과 열정을 심어주는 종로구 리틀야구단

종로구 리틀야구단 선수들은 청운중학교에서 40여명이 모여 훈련하고 있다. 글러브를 끼어본 적 없든, 배트를 휘둘러본 적이 없든 상관없이 야구를 좋아하는 어린이라면 누구든지 환영이다.

김훈 종로구 리틀야구단 감독은 “보통 리틀야구의 경우 아이들이 야구를 너무 좋아해서 부모님들이 시키는 편이다. 곧바로 선수를 시키기 부담스럽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우리를 찾아오는 경우가 많다”고 설명했다.

야구의 ‘야’자도 모르는 학생들이 모였지만 종로구 리틀야구단의 훈련은 진지하게 진행됐다. 단순한 공놀이 수준이 아닌 훈련체계가 철저히 갖춰져 있었다. 김훈 감독을 비롯해 김혁, 박도람 코치가 기본기부터 제대로 가르치고 아이들이 야구에 흥미를 붙일 수 있게 끊임없이 독려하고 있었다.

저학년생의 경우 흥미와 재미 위주로 훈련하면서 체력단련과 예절을 강조하고 있다. 반면 경기에 나갈 고학년생은 이길 수 있다는 자신감과 승부욕을 심어주고 있다.

훈련 여건도 다른 리틀야구단에 비해 좋은 편이다. 우선 종로구청에서 주말마다 야구부가 없는 청운중학교 운동장을 마음껏 활용하도록 배려했다. 여기에 배팅을 위한 그물망과 배팅 볼 기계를 갖춰 타격 훈련에 활용하고 있다.

그래도 김훈 감독은 선수들에게 미안한 마음이다. “아직 우리나라에 리틀야구 인프라가 굉장히 부족하다. 전용구장도 경기도의 남양주, 구리밖에 없는 실정이다. 연습할 때도 잔디구장에서 훈련한다면 아이들이 운동할 맛이 더 날 텐데…”라며 아쉬워했다. 특히 취재한 날은 유독 바람이 많이 불었다. 바람이 불때마다 모래바람이 선수들을 휘감았지만 선수들의 훈련 의지를 막지는 못했다.

◆ '야구는 좋지만, 야구선수는 글쎄?'

흔히 어린 선수들에게 ‘어떤 선수처럼 되고 싶으냐’라고 물어보면 ‘류현진, 이대호’같은 프로무대에서 활약하는 선수들을 대답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종로구 리틀야구단 선수들로부터 들은 대답들 대부분은 “야구선수보다는 다른 일을 하고 싶다”였다. 화학자도 있었고 선생님도 있었다. 예상외의 답이었다. 그래도 이들은 사회인 야구를 통해 야구는 계속하고 싶다고 말했다.

▲ 종로구 리틀야구단 선수들은 훈련할 때만큼은 엄청난 집중력을 보이며 진지한 표정을 보인다.

선수가 아닌 야구를 순수하게 즐길 수 있는 일반인이 되고 싶다는 것이다. 4년째 졸업생을 배출한 종로구 리틀야구단은 아직까지 엘리트 팀이 있는 학교로 진출한 학생이 한 명도 없다.

하지만 감독이나 학부모들 모두 개의치 않는다. 야구를 더 할 것인지를 선수 스스로 판단하고 결정하기 때문이다. 학부모들에게도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팀 주장인 조현우의 아버지인 조율래(52)씨는 팀 창단 전부터 함께한, 가장 오래된 멤버 중 한 명이다. 조 씨는 우연히 종로구에서 리틀야구팀을 만든다는 소식을 듣고 아들과 함께 찾아갔다. “많은 학교들이 있지만 리틀야구팀을 선택한 것이 잘하면 선수도 할 수 있고 아니면 취미생활을 할 수 있는 선택의 기회가 많기 때문이다”고 설명했다.

아이들이 야구에 접근하기가 쉬워졌다는 것이 리틀야구의 긍정적인 효과라고 강조한 그는 “아이가 즐겁게 운동하면서 다른 생활에서도 활기가 넘치고 열심히 하려는 모습을 보여 보기좋다. 성적도 많이 좋아진 편이다”라고 덧붙였다.

최근 아버지와 아들간의 소통이 줄어들고 있다. 하지만 이들은 오히려 야구를 통해 공감대가 형성돼 부자간의 대화가 더 늘어났다고 설명한다.

오기석(43)씨는 “야구를 하기 전에는 다른 아버지와 아들 사이처럼 거의 이야기를 하지 않아 서먹서먹한 부분이 많았다. 그런데 야구를 시작한 이후 주말마다 같이 있는 시간이 많아지면서 유대관계도 좋아졌고 이야기도 많이 나누는 편이다”라고 웃으며 말했다.

'아들이 야구를 한다면 시킬 것인가'라는 질문에 대해 오씨는 지체 없이 “처음에는 아들이 야구선수가 꼭 하고 싶다고 말했는데 훈련하고 대회를 치르면서 선수로서 가능성이 없다는 것을 느꼈는지 말이 쏙 들어갔다”고 답했다.

그는 이어 “솔직히 엘리트 야구를 하다보면 어느새 야구만이 자신의 길처럼 생각해 버린다. 아직 어린 나이기에 충분히 다른 것도 할 수 있다는데도 말이다"라며 "하지만 리틀야구는 ‘반드시 야구를 해야 돼’라기 보다 야구를 취미생활로 생각할 수 있다는 것이 좋은 점이라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김훈 감독 역시 ”이들이 즐겁게 야구를 하다보면 야구의 숨은 재능을 발견할 때도 많다. 하지만 꼭 야구선수가 돼야 한다고 강조하기에는 아직 어린 친구들이다”고 강조했다. “대신 야구의 다양한 부분 중 하나라도 제대로 배운다면 세상의 수많은 일 중 연결되는 부분이 반드시 있다는 점을 말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 종로구 리틀야구단은 즐겁게 운동하면서 다른 생활에서도 활기가 넘치게 열심히 하고 있다.

◆ 이기든 지든 상관없다. 야구만으로 즐겁다!

종로구 리틀야구단은 창단 3년 만에 전국 KBO총재기 리틀야구단대회에서 3위에 입상했다. 그리고 지난해 7월에는 전국어린이야구대회에서 8강에 진출했다.

야구를 전혀 할 줄 모르는 아이들을 데리고 거둔 가치 있는 성과다. 첫해 어렵게 1승을 따낸 종로구 리틀야구단은 2년째에 3승을 기록했고 3년째에는 6승을 거뒀다.

매년 조금씩 성장하고 이기는 모습을 보이니까 선수들도 야구의 재미를 알아가기 시작했고 더욱 열심히 훈련했다. 학부모들도 야구단에 더욱 적극적으로 참여하며 성장하기 시작했다.

김훈 감독은 이것이 리틀야구의 맛이라고 강조했다. “이미 전문적인 야구 교육을 받은 선수들을 지도하는 것보다 야구에 대해 전혀 모르는 아이들에게 볼 잡는 법, 던지는 법 등 기초적인 부분부터 가르치고 훈련하면서 하나씩 야구 선수가 되어가는 과정을 보는 것이 매력적이다”고 설명했다.

올 시즌 목표를 6승으로 잡은 김훈 감독은 구체적으로 매 대회마다 1승 이상을 하는 것이 목표라고 했다. 그는 야구를 하면서 이길 수도 있고 질 수도 있지만 경기에서 다치지 않고 긍정적인 마인드를 갖고 최선을 다할 수 있도록 독려할 것이라고 의지를 보였다.

■ 미니 인터뷰 - 종로구 리틀야구단 김훈 감독

“전통을 이어갈 수 있는 명문 리틀야구팀으로 성장”

▲ 김훈 감독은 종로구 리틀야구단을 "전통을 이어갈 수 있는 명문 리틀 야구팀으로 성장시키겠다"고 밝혔다.

- 가장 기억에 남는 순간은.

"KBO총재기 리틀야구단 대회에서 처음 3위에 입상했을 때 모두가 기뻐했다. 특히 종로구에서도 만족해했다. 이를 위해 종로구에서 메달 전달식을 했는데 돈을 더 모아 야구팀에 속해 있는 선수 전원에게 메달을 수여했다. 선수들이 기뻐하는 모습을 보니 뿌듯했다."

- 아이들을 육성하는 것에 사명감을 느끼는지.

“사명감이라고 할 수도 있다. 거창한 것은 아니지만 누군가는 꼭 해야할 부분이라고 생각한다. 비록 즐기면서 야구를 한다지만 야구만큼 꼭 필요한 인성적인 부분도 강조하고 있고 황금같은 시간을 내서 경기에 출전하기 때문에 승리를 위한 정신력도 가르치고 있다."

- 종로 리틀야구단의 오랜 꿈은 무엇인가.

“사실 창단할 당시만 해도 5년 안에 4강에 들고 싶었다. 하지만 오랜 목표는 팀이 꾸준히 운영돼 전통을 이어나갈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그로 인해 졸업한 선배들이 찾아오고 ‘종로구 리틀야구단’이란 매개체를 통해 한데 어울릴 수 있는 팀이 됐으면 좋겠다.”

■ 주목하라! 이 삼총사

▲ 왼쪽부터 부주장 투수 신도균, 주장 포수 조현우, 투수 라인우.

조현우(14·대신중)는 종로구 리틀야구단의 주장이면서 포수다. 힘든 점을 물었더니 “장비가 너무 무겁다”고 했다. 웃으면서 곧바로 “애들이 떠들고 말을 잘 안 듣는다”라고 말했다. “우리 리틀야구단은 공부하면서 야구하는 주말반 중에서는 실력이 최고“라며 주장다운 모습을 보였다.

신도균(14·대신중)은 왼손투수로 부주장이다. “야구하면서 체력이 좋아졌다”고 했다. “야구선수보다는 화학자가 되고 싶다. 그렇지만 커서도 반드시 야구를 할 것”이라며 “선발로 올라가면 1회 점수를 주지 않는 것이 목표”라는 각오도 밝혔다.

라인우(14·동성중)는 초등하교 5학년 때 핸드볼로 운동을 시작했다가 2008년 베이징 올림픽 야구대표팀의 금메달 장면을 보고 야구로 종목을 바꿨다. “리틀야구를 하면서 다른 학교의 새로운 친구들을 많이 만나서 좋다”고 했다. 이어 “야구를 한다고 하면 주변 사람들도 관심을 가져준다. 요리사와 야구선수 둘 중 하나를 고민 중“이라고 말했다.

리틀야구란?

대한야구협회에 따르면 국내에는 118개 리틀야구단이 있으며, 소속 선수는 2215명에 이른다. 초등학교 1학년부터 중학교 1학년까지 가입할 수 있는 리틀야구의 경기방식은 성인 야구와 다소 다르다. 정규 이닝을 6이닝으로 제한하고 경기를 시작한 지 1시간40분이 지나면 새로운 이닝에 들어갈 수 없다. 투수는 2이닝 이상 연속으로 던질 수 없다. 성장기 학생의 어깨에 무리를 주지 않기 위해서다. 특이한 점은 도루는 가능하되 주자가 베이스에서 리드하면 안된다는 것이다. 하지만 로컬룰을 적용해 리드를 허용하는 경우도 있다.

▲ ▲ 종로구 리틀야구단. ( )은 학교 학년으로 중학생 제외한 나머지는 초등학생 학년. 윗줄 왼쪽부터 김훈 감독, 안형준(중1), 이태훈(중1), 노희성(6), 신도균(중1), 라인우(중1), 오현택(중1), 박지환(중1), 조현우(중1), 김동빈(중1), 김혁 코치, 박도람 코치. 가운데줄 왼쪽부터 장민서(4), 김태현(4), 신윤겸(4), 전재형(6), 박준형(6), 김제민(6), 김동욱(6), 박찬(4), 이의현(6) 김우진(6), 김정빈(4). 아랫줄 왼쪽부터 김지환(5), 신희제(5), 김도현(5), 박동관(5), 권홍중(6), 이진서(4), 김현우(3), 김건우(3), 조현신(4), 김태휘(3), 김형수(6).

[취재후기] 종로구 리틀야구단의 훈련은 흥미로웠다. 마냥 어린 학생들이 스윙할 때 눈빛은 날카로웠다. 야구에 대한 사랑도 굉장히 높았다. 하지만 엘리트 선수가 되겠다는 욕심은 없었다. 무조건 최고의 선수가 되기 위해 훈련하기보다 내가 좋아하는 것을 할 수 있다는 기쁨으로 즐기는 리틀야구단이 어쩌면 이것이 야구 자체를 진정으로 사랑하는 모습이 아닐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chic423@sportsq.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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