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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Q현장] WK리그 열정 보듬는 12번째 선수 '일당백' 정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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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Q현장] WK리그 열정 보듬는 12번째 선수 '일당백' 정열
  • 박상현 기자
  • 승인 2015.04.13 22:5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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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천 대교-수원FMC 쌀쌀한 날씨 맞대결…관중 적었지만 북·확성기로 '여자축구 사랑' 외쳐

[수원=스포츠Q 박상현 기자] 아직 여자축구 WK리그 경기가 벌어지는 경기장은 썰렁하다. 관중석은 텅 비어있다. 오는 6월이면 국제축구연맹(FIFA) 여자월드컵이 벌어지지만 아직 여자축구는 국내팬들의 관심 밖에 밀려나 있다. 지소연(24·첼시 레이디스)과 박은선(29·로시얀카) 등 해외 리그에서 뛰는 선수들에 대한 관심은 뜨겁지만 정작 WK리그에 대한 흥미도는 만족할 수준이 아니다.

사실 여자축구가 다른 스포츠에 비해 인기있는 콘텐츠라고 할 수는 없다. 축구뿐 아니라 다른 종목을 보더라도 여자 종목은 남자에 비해 팬층이 두껍지 못하다. 팬층을 많이 확보하지 못했기 때문에 관중이 적은 것은 어쩔 수 없는 일이다.

그럼에도 그라운드가 뜨거운 경쟁으로 후끈 달아오르는 것은 적은 인원이나마 목청껏 소리치는 관중이 있기 때문이다. 여자축구를 처음 보러온 관중도 있고 북과 막대 풍선을 두드리며 흥을 북돋우는 열성 팬들도 있다. 이들의 여자축구를 사랑하는 마음은 같다.

▲ [수원=스포츠Q 노민규 기자] 수원FMC 외국인 선수 타냐 로마넨코와 이천 대교 이은지 등이 13일 수원종합운동장에서 벌어진 2015 WK리그 맞대결에서 치열한 볼다툼을 하고 있다.

◆ "우리 회사 팀 응원하러 처음 왔는데 홀딱 반했어요"

수원FMC(수원시시설관리공단)와 이천 대교의 IBK기업은행 2015 WK리그 경기가 벌어진 13일 수원종합운동장의 분위기는 을씨년스러웠다. 3만 수용 규모의 수원종합운동장에는 200여 관중들만 찾아 더욱 썰렁했다. 더구나 비가 내리고 바람까지 거셌기 때문에 체감온도는 더욱 떨어졌다. 이 때문인지 운동장의 분위기는 더욱 차가웠다.

하지만 경기 시작 30분 전부터 본부석 쪽에서 북과 막대 풍선을 두드리는 팬들이 있었다. 수원FMC와 대교를 각각 응원하는 팬들이었다.

사실 비가 내리고 차가운 바람까지 부는 날에는 굳이 여자축구가 아니더라도 어느 종목이나 선뜻 찾아나서기가 쉽지 않다. 그럼에도 12번째 선수들은 '일당백'의 정신으로 뜨거운 응원을 펼쳤다. 이 가운데에는 여자축구를 처음 접하는 팬들도 적지 않았다.

수원FMC를 열렬히 응원하고 있는 이강용(41)씨가 좋은 예였다. 수원에서 거주하고 있다는 이강용 씨의 직장이 바로 수원FMC다. 직장 운동부인 수원FMC를 응원하기 위해 아내와 아들을 데리고 왔다.

이강용 씨는 "아무래도 직장팀이다보니까 관심을 갖게 됐고 처음 경기를 보러오게 됐다. 의외로 재미있다"며 "직장팀이라서가 아니라 앞으로도 여자축구 경기를 자주 보러오겠다. 남자와는 또 다른 재미가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 [수원=스포츠Q 노민규 기자] 수원FMC 외국인 선수 타냐 로마넨코와 이천 대교 선수들이 13일 수원종합운동장에서 벌어진 2015 WK리그 맞대결에서 공중볼 다툼을 하고 있다.

이어 "날씨만 더 좋았다면 분위기가 더 후끈 달아올랐을텐데 추워서 조금 아쉽긴 하다"며 "여자축구를 보러오는 것이 아직 익숙하지 않을 수도 있지만 일단 한 번 와보면 좋아할 팬들이 많을 것 같다"고 밝혔다.

그는 또 "경기가 좀 더 자주 열린다면 팬들이 더 많아질 것 같다"며 "팀이 더 많아져 많은 경기가 열리고 언론이나 미디어에 자주 노출시켜 관중들이 경기장을 찾을 수 있는 여건이 갖춰졌으면 좋겠다"는 바람도 피력했다.

◆ "선수가 좋아서 WK리그까지 좋아하게 됐어요"

이천 대교의 팬들이 모여있는 관중석에서 플라스틱 확성기를 들고 목이 쉬어라 구호를 외친 황문재(52)씨는 특정 선수의 팬이다.

황문재 씨는 "이은지(23) 선수가 너무 좋아 대교의 팬이 됐다. 고양 대교부터 지금까지 계속 대교의 팬"이라며 "여자축구를 평소에 관심있게 지켜봤는데 처음 WK리그를 보러갔을 때 이은지의 플레이에 홀딱 반해 계속 응원하게 됐다"고 말했다.

만약 이은지가 다른 팀으로 이적하면 응원팀도 바꿀 것이냐는 질문에는 "이은지가 워낙 잘하기 때문에 그럴 일이 없을 것"이라면서도 "아직 이은지는 대교에 있기 때문에 나는 대교 팬"이라고 밝혔다.

또 황문재 씨는 "아무래도 바람이 많이 불어 날씨가 춥고 비가 많이 내리니까 관중 숫자가 더 줄어들었을 것"이라며 "앞으로 WK리그가 더욱 활성화되기 위해서는 팬들을 끌어모을 수 있는 다양한 이벤트가 있었으면 좋겠다. 사실 지금은 좀 심심하다"고 희망을 밝혔다.

▲ [수원=스포츠Q 노민규 기자] 수원FMC 김우리(왼쪽)가 13일 수원종합운동장에서 벌어진 2015 WK리그 경기에서 이천 대교 이은혜에 앞서 공을 따내고 있다.

다른 한편에서는 외롭지만 그 누구보다도 뜨거운 응원이 펼쳐지고 있었다. 전후반 90분 내내 쉬지 않고 북을 두드려대며 구호를 외친 김형욱(45)씨였다. 김형욱 씨는 이미 여자축구와 WK리그에서는 유명인사다.

김형욱 씨는 "원래 붉은 악마로 여자축구대표팀을 서포팅해왔다. 하지만 이제 여자대표팀 응원은 후배들에게 물려주고 WK리그 서포팅을 하고 있다"며 "서포터스가 없는 팀을 찾다가 대교를 선택했다. 원래 강원 춘천 출신이기 때문에 화천 KSPO를 응원하는 것이 맞지만 이미 그 팀은 서포터들이 있기 때문에 할 필요가 없다고 생각하고 대교 응원을 하게 됐다"고 말했다.

이어 "사실 나는 여자축구에 빚을 졌다. 귀병이 나서 평행 감각도 잡지 못하고 회사도 1년이나 휴직했을 때 나를 잡아줬던 것이 바로 여자축구였다"며 "나중에 대교에 서포터스가 자생적으로 생겨난다면 대교의 서포팅을 그만 둘 것이다. 서포터가 있을 때까지 대교의 서포팅을 맡는다"고 밝혔다.

또 김형욱 씨는 "아쉽게도 캐나다 여자 월드컵에 붉은 악마가 가지 못해 대표팀 서포팅을 맡게 됐다"며 "가급적 여자 대표팀의 모든 경기를 볼 것"이라고 계획을 말하기도 했다. 어쩌면 TV에서 캐나다 여자 월드컵 중계 때 김형욱 씨의 우렁찬 구호와 함성을 들을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

아직은 적지만 이처럼 여자축구를 사랑하는 팬들이 그라운드를 뜨겁게 달구고 있다. 비록 쌀쌀한 바람이 옷과 살을 파고 들었지만 마음만큼은 훈훈했다. 김형욱 씨도 서포팅이 끝나자 그때서야 추위를 느낀 듯 다른 사람에게 빌려줬던 외투를 찾았다.

▲ [수원=스포츠Q 노민규 기자] 이천 대교 외국인 선수 쁘레치냐가 13일 수원종합운동장에서 벌어진 2015 WK리그 경기에서 수원FMC 박한나의 수비를 받으며 돌파를 시도하고 있다.

tankpark@sportsq.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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