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D. 2024-04-19 17:11 (금)
[SQ분석] 이천 대교, '카테나치오'도 화수분
상태바
[SQ분석] 이천 대교, '카테나치오'도 화수분
  • 박상현 기자
  • 승인 2015.04.14 11:48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개막후 4경기 연속 무실점…'팀 다득점' 10골 넣은 현대제철도 완벽 봉쇄

[스포츠Q 박상현 기자] 울리 슈틸리케(61) 한국 축구대표팀은 "공격을 잘 하는 팀은 경기에서 이기지만 수비를 잘 하는 팀은 우승을 차지한다"며 수비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슈틸리케 감독의 말을 빌리면 IBK기업은행 2015 WK리그에서 우승과 가장 가까운 팀은 이천 대교와 인천 현대제철이다. 팀마다 4, 5경기씩 치른 가운데 대교와 현대제철은 무실점과 1실점으로 팀 최소실점 1, 2위를 달리고 있다.

이 가운데 4경기에서 단 한 골도 주지 않은 대교를 주목할 필요가 있다. 대교는 이미 WK리그에서 수비에서는 일가견이 있는 팀이다.

현재 윤덕여(53) 감독이 이끄는 한국 여자축구대표팀에서도 골키퍼 전민경(30)과 함께 김혜영(20), 서현숙(23) 등 신예부터 이은미(27), 황보람(28) 등 베테랑까지 수비수가 4명이나 포함돼 있다. 왼쪽 발목 부상으로 지난 러시아와 친선경기를 치른 대표팀에 들어가지 못한 심서연(26)까지 포함한다면 대교의 수비진은 '드림팀'이라고 해도 결코 지나치지 않다.

▲ 이천 대교 황보람(오른쪽)이 13일 수원종합운동장에서 벌어진 2015 WK리그 경기에서 수원FMC 윤지현 앞에서 공을 처리하고 있다. 황보람은 대교뿐 아니라 대표팀에서도 든든한 중앙 수비수로 활약한다. [사진=스포츠Q DB]

◆ '통곡의 벽' 황보람에 득점력 갖춘 풀백 이은미가 중심

현재 심서연은 올해 키프러스컵 당시 발목 부상으로 대표팀은 물론이고 소속팀 대교에서도 전력에서 제외된 상태다. 그러나 대교의 수비진은 심서연의 공백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탄탄하다. 박남열(45) 감독도 "심서연이 없어서 아쉬운 것은 있지만 문제가 될 것은 없다"고 말한다.

박 감독이 자신감을 갖는 것은 황보람(28)의 철벽 수비가 있기 때문이다. 황보람의 수비는 '통곡의 벽'이라고 불려도 손색이 없을 정도로 상대팀의 공격력을 완벽하게 봉쇄한다. 171cm에 62kg의 탄탄한 체격조건에서 나오는 강한 몸싸움도 황보람의 장기다.

황보람은 2013년 이전까지만 하더라도 대표팀에 자주 차출되면서 A매치 30경기의 출전기록을 갖고 있었지만 윤덕여 감독이 지휘봉을 잡은 이후에는 대표팀을 떠나 있었다. 하지만 심서연이 부상으로 빠지자 윤 감독은 바로 황보람을 불러올렸다.

윤덕여 감독이 황보람을 주목한 것은 바로 소속팀 대교에서 확실한 존재감을 보여줬기 때문이다. 황보람은 힘과 높이에서도 결코 주눅들지 않을 뿐 아니라 스피드까지 좋아 대인 수비에서도 강점을 보인다.

13일 수원종합운동장에서 벌어진 대교와 수원FMC(수원시시설관리공단)의 2015 WK리그 5라운드 맞대결을 현장에서 지켜본 윤 감독은 "심서연이 빠져서 수비진 공백에 대해 많은 걱정을 했는데 황보람이 들어오면서 걱정을 씻었다"며 "대교 역시 황보람이 있어 심서연의 공백이 크게 느껴지지 않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 이천 대교 이은미(오른쪽)가 13일 수원종합운동장에서 벌어진 2015 WK리그 경기에서 수원FMC 곽미진과 치열한 볼 다툼을 하고 있다. [사진=스포츠Q DB]

중앙 수비에서 황보람이 든든히 지켜준다면 이은미(27)는 왼쪽 풀백에서 수비와 공격을 모두 담당한다. 대표팀과 소속팀에서 모두 왼쪽 풀백으로 뛰는 이은미는 상대의 오른쪽 측면 공격을 완벽히 봉쇄하면서도 활발한 오버래핑으로 정확한 크로스로 소속팀 공격에 활력을 불어넣는다. 또 미드필더까지 볼 수 있는 멀티 플레이어로서 대표팀에서 58경기에 나와 12골을 넣을 정도로 골 결정력도 갖추고 있어 팀내 활용도가 가장 높은 선수이기도 하다.

여기에 대교는 지난 시즌까지 인천 현대제철에서 활약하던 이세진(29)까지 영입하면서 쏠쏠한 재미를 보고 있다. 이세진 역시 좌우 풀백 활용이 가능한 선수여서 이은미와 함께 대교의 강력한 포백 라인을 구성하고 있다.

◆ 베테랑과 젊은 피의 조합, 복귀 앞둔 심서연까지 두꺼운 선수층

대교 수비진의 두번째 장점은 바로 두터운 선수층이다. 현역 시절 공격 자원이었던 박남열 감독은 지도자 변신 이후에는 유독 수비에 많은 공을 들였다. 박 감독이 잠시 대교를 떠났을 때부터 이미 이은미나 황보람 등을 키워왔다.

이 때문에 대교의 포백 수비진은 풍부한 경험과 결코 뒤지지 않는 기량을 갖추고 있는 20대 후반 베테랑으로 구성되어 있다. 그러나 베테랑 뿐만 아니라 젊은 선수들도 그 뒤를 받치고 있어 두꺼운 선수층을 자랑한다.

대표팀에는 들었지만 아직 몸 상태가 완벽하지 않은 서현숙(23)과 함께 김혜영(20)이 바로 그 주인공이다. 서현숙은 지난 시즌까지 오른쪽 풀백을 보며 포백 수비의 중심으로 활약했고 김혜영 역시 측면 풀백으로 효용 가치가 큰 선수다.

▲ 고양 대교 이세진(왼쪽)이 지난 13일 수원종합운동장에서 벌어진 2015 WK리그 경기에서 수원FMC 선수와 치열한 볼 다툼을 벌이고 있다.

여기에 아직 부상으로 복귀전을 치르지 않은 심서연까지 들어온다면 대교의 수비진은 철옹성을 구축하게 된다. 또 서현숙이 다시 측면으로 복귀하면 크로스와 득점력까지 갖춘 이은미를 미드필드까지 올릴 수 있게 돼 박남열 감독으로서도 다양한 선수 조합을 시도할 수 있게 된다.

박남열 감독은 "황보람이 워낙 잘해주고 있어 심서연의 공백이 확연하게 드러날 정도는 아니어서 다행"이라며 "심서연의 경우 치료와 재활을 꾸준히 받고 있기 때문에 복귀 시점이 그렇게 늦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특히 6월 국제축구연맹(FIFA) 여자 월드컵에 나가고 싶은 열망이 큰 선수라 더욱 굳은 의지를 갖고 재활에 힘쓰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심서연 없이도 대교는 올 시즌 4경기에서 10골을 터뜨리며 팀 최다득점 1위에 올라있는 현대제철을 상대로도 무실점을 기록했다. 그만큼 WK리그 팀들이 대교의 수비를 뚫기가 쉽지 않다.

대교의 다음 상대는 역시 만만찮은 공격력으로 팀 최다득점 2위에 해당하는 8골을 넣은 대전 스포츠토토다. 스포츠토토는 박희영(24) 등 프리킥 능력이 좋은 선수가 많고 여민지(22)까지 버티고 있어 대교로서는 또 다른 위협 존재다. 대교가 오는 20일 스포츠토토와 경기에서도 무실점으로 막아낸다면 WK리그의 확실한 '카테나치오(빗장수비)'로 인정받을 수 있다.

tankpark@sportsq.co.kr

도전과 열정, 위로와 영감 그리고 스포츠큐(Q)

주요기사
포토Q