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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Q스페셜] 아들을 존경하는 엄마 "장애인, 비장애인과 다르지 않다" (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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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Q스페셜] 아들을 존경하는 엄마 "장애인, 비장애인과 다르지 않다" (下)
  • 민기홍 기자
  • 승인 2015.04.20 10:4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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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 순간이 전율, 아들 존경스럽다"

주변 사람들은 김성민을 어떻게 바라보고 있을까. 그들의 입에서 공통적으로 튀어나온 단어는 ‘적극적이다, 밝다’ 등이었다.

◆ 적극적이고 밝은 성민이, 홈페이지 관리까지 척척 

이상효(30) 담임교사는 “행여 불편할까 청소에서 제외시키려 해도 스스로 하겠다고 나선다. 도움이 되는 일을 스스로 찾아 어떻게든 참여하려 한다”며 “달리기도 하고 소프트볼도 하고 방과 후 활동으로 포켓볼도 하고 친구들과 잘 어울린다”고 귀띔했다.

성민이의 반 친구들도 한 마디씩 거들었다.

▲ 왼손을 쓰지 못하는 김성민은 오른손에 글러브를 끼고 오른손으로 공을 던진다.

김해람 군은 “나는 이렇다 할 꿈이 없는데 하고 싶은 일을 향해 달려가는 모습이 부럽다”고 말했다. 방민석 군도 “어려움을 극복하는 모습이 아름답다”고 거들었다. 신성욱 군도 “안되는 것을 잘해보려 노력하는 것이 인상적”이라고 전했다.

김성민을 테스트한 안경환 용인 수지구 주니어야구단 감독은 “30년 넘게 야구를 했는데 성민이를 본 첫날 얼굴이 화끈거렸다. 상상도 못한 모습으로 야구를 하더라”며 “얼마나 야구가 하고 싶었으면 저리 할 수 있나 생각했다. 의욕만큼은 최고”라고 엄지를 치켜들었다.

김성민은 수지구 주니어야구단 홈페이지 관리도 도맡아 하고 있다. 사진부터 선수들 성적까지 차곡차곡 정리해 올린다. 얼마 전에는 KIA 소식을 전하는 페이스북 페이지까지 개설해 경기 전후해 정보를 올리고 있다.

▲ 용인 신촌중학교 3학년 7반. 김성민은 학교 생활도 무난히 소화해내고 있다. 친구들은 "매우 적극적인 친구"라고 설명했다.

◆ 아들을 존경하는 엄마, 장애인을 바라보는 불편한 시선에 대한 생각 

“던지고 받고 치고 1루로 달리는 매 순간이 제게는 전율이에요. 한 손 한 발로 얼마나 부단히 노력을 할까요. 어떻게 저렇게 던지고 뛰나 싶어요. 강인한 정신력을 보고 있으면 아이지만 존경스러워요. 하루종일 움직임 없는 왼쪽 발로 힘겨웠을 생각에 매일 잠이 들 때 발가락에 늘 뽀뽀를 해줍니다. .”

송 씨는 ‘존경’이라는 단어를 썼다. 안 되는 것을 되게 하는 아들을 보면 감탄사가 절로 나온다는 것. 그는 “너무 추워 다른 친구들이 운동하기를 꺼려하는 날에도 눈을 치워가며 야구를 하는 아들”이라며 “성민이는 장애에서 오는 스트레스를 야구로 이겨내고 있다”고 설명했다.

사춘기를 맞은 김성민은 애정표현에 조금 인색해졌다. 그럼에도 “아버지가 돌아가셔서 어려운 상황인 것을 잘 안다”면서 “야구는 장비도 많고 돈도 많이 드는 종목인데 시켜주시는 것만으로도 엄마에게 감사하다”고 수줍게 말했다. 송 씨는 바리스타로 일하며 아들을 뒷바라지하고 있다.

▲ 송 씨가 매일 아침에 하는 일이다. 아들의 발가락에 수고했다고 뽀뽀를 해주는 '존경'의 의례다. 그는 어려운 환경을 헤쳐나가는 아들을 존경한다고 말했다.

얼마전 송 씨는 마음 상하는 소식을 들었다. 아들의 출전에 다른 팀 선수들이 적잖이 놀란 것. 다른 지역 주니어부 한 학부모가 “애들이 순간 당황해 경기에 지장이 있다"며 주최 측에 “미리 출전 선수들에 대한 공지를 해주기를 바란다"는 요청을 했다. 사회가 갖는 장애인에 대한 편견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다.

그는 “몸만 불편할 뿐 장애인도 비장애인과 다르지 않은 평범한 사람이다. 있는 그대로 봐주고 인정해주며 함께 해 달라”면서 “성민이가 나와도 그냥 나왔나보다 하고 바라봐줬으면 한다. 장애인이지만 비장애인처럼 살고싶은 게 장애인”이라고 말했다.

마지막 한마디에 그가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가 축약돼 있다.

“‘세상에 이런 일이’라는 프로그램에서 취재 요청이 왔어요. 세상에 이런 일이가 아닌데...”

▲ 용인 수지구 주니어 야구단. 송 씨는 선수단에 대해 "수년간 서로를 배려하며 따뜻한 마음으로 함께해준 아들들"이라고 말했다. [사진=송달미 씨 제공]

[취재 후기] “이거 끼고 한 번 해보세요.” 안경환 감독이 왼손잡이용 글러브를 건넸다. 성민이가 던지는 방식으로 캐치볼에 나섰다. 수차례 시도했지만 글러브에서 공이 떠나는 순간 모두 내팽개쳐져 바운드가 됐다. 그가 기울였을 피땀 어린 노력을 생각하니 마음 한켠이 무척 찡해졌다. 인터뷰 내내 눈을 마주치고 웃음을 잃지 않던 성민이의 미소를 잊을 수 없다.

[SQ스페셜] '한국의 애보트' 꿈꾸는 김성민 '한손, 한발의 기적' (上) 으로 돌아가시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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