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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 전주국제영화제 完] '스무 살' JIFF, 역사와 장르를 말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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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 전주국제영화제 完] '스무 살' JIFF, 역사와 장르를 말하다
  • 주한별 기자
  • 승인 2019.05.09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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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0년생'인 전주 국제 영화제가 스무 살이 됐다. '독립', '대안'을 앞세우며 출범한 전주국제영화제는 이제 명실 공히 한국의 대표 국제 영화제로 거듭났다.

영화 팬들에게 부산 국제 영화제는 큰 규모, 많은 볼거리가 있는 대중적인 영화제로, 부천 판타스틱 국제 영화제는 애니메이션·SF·판타지 등 장르적 매력을 가진 영화제로, 전주 국제영화제는 부산 부천과는 다른 대안 영화, 독립 영화 중심의 영화제로 평가돼 왔다.

그러나 올해 전주 국제 영화제는 사뭇 다르다. 

 

올해 20회를 맞이한 전주국제영화제(JIFF) [사진 = 전주국제영화제 포스터]
올해 20회를 맞이한 전주국제영화제(JIFF) [사진 = 전주국제영화제 포스터]

 

스무 해가 지난 만큼 '새로움'보다는 지난 이야기들을 복기하는 프로그램과 섹션들로 이목을 모았다. 어려운 영화제, 시네 필(영화광)들을 위한 영화제라는 평가 속에서 성장해왔던 전주국제영화제는 커진 규모만큼이나 대중 친화적인 프로그램들로 눈길을 끌었다.  

그렇다면 2019년, 새로워진 전주 영화제는 어떤 모습으로 영화 팬들과 만났을까?

# 한국영화 100년, '역사'를 담다

전주 국제영화제에서 한국 영화 팬들의 주목을 모은 섹션이 있다. 바로 '백 년 동안의 한국영화' 섹션이다. 전주에서는 '한국영화의 또 다른 원천'이란 소제목으로 20세기 한국 영화를, '와일드 앳 하트' 라는 소제목으로 21세기 한국 영화 명작들을 영화제 기간 내 상영했다.

'백 년 동안의 한국영화' 섹션에 선정된 작품들 역시 비범하다. 

신상옥 감독의 대표작 '지옥화'(1958)를 비롯해 김기영 감독의 '이어도'(1977), 임권택 감독의 '짝코'(1979), 박광수 감독의 '아름다운 청년 전태일'(1995)이 상영됐다. 영화 전문가들과 함께한 시네마 토크 또한 뜨거운 반응을 얻었다.

 

김기영 감독의 1977년작 영화 '이어도' [사진 = 영화 '이어도' 스틸컷]
김기영 감독의 1977년작 영화 '이어도' [사진 = 영화 '이어도' 스틸컷]

 

20세기 한국 영화들은 영화 팬들에게는 '전설'로 불리는 작품들이다. 예전 영화인만큼 극장 상영을 접할 기회도 적다. 한국 영화 중흥기인 2000년대 이전의 한국 영화들은 그 뿌리와 같다는 점에서 최근 다시 주목받고 있다. 이번 전주국제영화제에서는 영상자료원의 필름 복원을 통해 고전 한국 영화들이 상영되며 영화 팬들의 뜨거운 반응을 받았다. 필름 상영 시대가 끝난 만큼 명작 영화들을 필름 상영으로 즐길 수 있는 기회는 각별했다. 

2000년대 한국영화 부흥기를 이끈 박찬욱, 김지운 감독의 초기작도 상영됐다. 김지운 감독의 '반칙왕'(2000), 박찬욱 감독의 '복수는 나의 것'(2002)은 현재까지도 영화 팬들에게 회자되는 명작이다. 흥행에는 실패했지만 영화 팬들에게 고평가 받으며 현재까지도 명작이라고 불린 21세기 작품들도 있다. 임순례 감독의 '와이키키 브라더스'(2001), 정재은 감독의 '고양이를 부탁해'(2001), 장준환 감독의 '지구를 지켜라'(2003)는 개봉 당시에는 관객들의 외면을 받았지만 한국 영화에 새로움을 불러일으킨 작품들로 평가 받고 있다.  

 

'청연'의 윤종찬 감독이 영화가 끝난 후 관객과의 대화에 참여하고 있다. [사진 = 스포츠Q]
'청연'의 윤종찬 감독이 영화가 끝난 후 관객과의 대화에 참여하고 있다. [사진 = 스포츠Q]

 

최근 한국 영화들이 관객들에게 외면 받으며 '한국영화 위기론'이 불거진 가운데, 한국 영화의 뿌리였던 20세기 명작, 그리고 중흥기를 이끌었던 21세기 명작들의 재관람은 우리가 잊고 있던 한국 영화의 다양한 매력을 다시 일깨워주는 섹션으로 영화 팬들에게 호평받았다.

21세기 영화의 경우 감독들이 직접 GV(관객과의 대화)에 참석해 자리를 더욱 빛냈다. 특히 '지구를 지켜라' 장준환 감독의 GV에는 장준환 감독과 함께 반려자인 배우 문소리가 깜짝 방문해 팬들과 함께 '지구를 지켜라'를 추억하기도 했다.

전주 국제 영화제의 20년 역사 역시 한국 영화의 역사와 함께한다. 전주 국제영화제는 한국 영화의 중흥기인 2000년에 발족해 한국 영화와 함께 성장한 영화제다. 각종 독립영화, 예술영화를 지지하며 한국 영화의 기반을 다져온 전주 국제영화제와 함께 100년의 한국 영화를 되돌아본 시간은 한국 영화 팬들에게도 뜻 깊었다.

# 스페이스 오페라 장르의 명작 '스타워즈', 전주와 함께하다

국내에서 장르(SF, 판타지, 애니메이션) 영화의 성지는 부천 판타스틱 영화제다. 그러나 전주 국제 영화제의 '장르 사랑'도 남다른 듯하다. 2019년 전주 국제영화제에는 전국의 '스타워즈' 팬들이 몰렸다. '스타워즈 아카이브: 끝나지 않은 연대기' 섹션 덕분이다.

'스타워즈'는 지난 1977년 에피소드4인 '스타워즈: 새로운 희망'을 시작으로 지난 2018년 에피소드8인 '스타워즈: 라스트 제다이'가 개봉하며 42년 동안 전 세계 영화 팬들의 사랑을 받아왔다.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MCU)의 흥행 이전에는 '스타워즈'가 전 세계에서 가장 사랑받은 시리즈물로 대표됐을 정도다.

 

전주국제영화제 '스타워즈 컨테이너'에 전시된 스톰트루퍼 [사진 = 스포츠Q]
전주국제영화제 '스타워즈 컨테이너'에 전시된 스톰트루퍼 [사진 = 스포츠Q]

 

'스타워즈'는 미국에서 문화 현상으로 불리며 마니아층을 만들어냈다. 그러나 한국에서 '스타워즈' 팬덤은 적다. 전주 영화제는 스타워즈 에피소드 8편을 전부 상영하며 기존 팬들에게는 향수를, 영화 팬들에게는 '스타워즈'에 '입덕'할 기회를 선사했다. '스타워즈'는 마니아들의 사랑을 받는 만큼 관련 굿즈도 어마어마하다. 전주 돔 옆에 위치한 스타워즈 컨테이너에서는 스타워즈 피규어, 레고, 라이트세이버(광선검)를 전시해 관람객들의 눈길을 사로잡았다.

전주 영화의 거리에서는 다스베이더와 스톰트루퍼들의 행진이 매일 벌어지며 축제 분위기를 만들었다. 레이, 한 솔로, 레아 공주 등 '스타워즈'의 인기 캐릭터를 코스프레한 코스플레이어들의 등장도 시선을 모았다. 지난 4일에는 코리아나 오케스트라가 '스타워즈'의 OST를 연주하는 연주회를 전주 국제 영화제에서 진행하며 뜨거운 반응을 모았다.

'스타워즈'를 제작하는 디즈니의 부사장 데이비드 콤블럼은 직접 전주 국제영화제를 찾아 팬들과의 대화를 나눴다. 2019년 12월 개봉 예정인 '스타워즈' 에피소드9에 대한 이야기는 앞으로의 '스타워즈' 시리즈를 기대케 했다. 

데이비드는 "에피소드9는 아버지의 '스타워즈'가 아닌 우리 세대의 '스타워즈'가 될 것"이라며 새로운 시퀄 3부작을 마무리 할 '스타워즈' 에피소드9에 대한 힌트를 팬들에게 제시했다.

'스타워즈'와 전주 국제영화제는 남다른 공통점이 있다. 

바로 디지털 영화의 미래를 예견했다는 점이다. 2000년 전주 영화제는 발족 당시 키워드로 '디지털 영화', '대안 영화', '독립 영화'를 꼽았다. 당시에는 필름 상영이 대세였던 시절이었기에 전주 영화제가 내건 '디지털 영화 중심의 영화제'는 새로웠다. 

'스타워즈'는 디지털 영화 상영의 보편화를 이끌어낸 작품이기도 하다. 조지 루카스는 1999년 '스타워즈: 보이지 않는 위험'을 디지털 영화로 제작했다. 전주 국제영화제와 '스타워즈'는 당시에는 생소했던 디지털 영화가 대중화 될 거라고 예상했다는 점에서 공통점을 갖는다. 

# JIFF 20년, 필름에서 디지털, 그리고 VR로… '격세지감'

 

[사진 = 스포츠Q]
[사진 = 스포츠Q]

 

한국 영화의 동력이라고 불리는 독립, 예술 영화를 앞세운 전주 영화제는 그동안 한국 영화의 미래를 그려온 가운데 스무 살을 맞은 2019년에는 한국 영화의 지난 역사를 되돌아보며 영화 팬들에게 향수를 선사했다. 

전주 영화제의 필름 영화 상영 또한 색달랐다. 초기에는 디지털 영화의 중요성을 강조해왔던 전주 국제 영화제는 2000년대 초창기 디지털 영화의 발전을 위해 만들어진 '전주 디지털 독립 영화관'에서 필름 영화를 상영해 격세지감을 느끼게 했다. '고양이를 부탁해' GV에서 문성경 프로그래머는 "필름을 구하기 위해 영화제 측에서 애를 많이 썼다. 오래된 필름인 만큼 구멍도 뚫리고 비도 내린다. 감회가 남다르다"며 필름 상영의 감동을 전했다.

20년 전 '디지털 영화'의 대중화를 예고한 전주 영화제는 'VR 영화'를 미래의 영화로 꼽기도 했다. 전주 국제 영화제에서는 'VR 시네마 특별전'을 통해 VR 영화들을 소개하기도 했다.

꾸준히 영화의 미래를 말해오며 20년 동안 사랑받은 전주 국제영화제다. 앞으로의 전주 국제영화제가 영화 팬들에게 어떤 비전을 선사할 수 있을까? 전주 국제영화제는 오는 11일 폐막하며 즐거웠던 열흘간의 영화 축제를 마무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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