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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페이스샵의 딜레마, 편집숍으로의 변신도 답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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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페이스샵의 딜레마, 편집숍으로의 변신도 답이 아니다
  • 석경민 기자
  • 승인 2019.06.05 10:0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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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Q(큐) 석경민 기자] '경영의 귀재' 차석용 LG생활건강 부회장도 더페이스샵은 못 살린다? 

LG생활건강이 고공비행 중이다. 2019년 1분기 실적이 눈에 띈다. 매출액 1조8748억 원, 영업이익 3221억 원. 전년 동기대비 각각 13.0%, 13.5%씩이나 올랐다. 분기 영업이익이 3000억을 돌파한 것은 사상 처음이다. 

업계에선 ‘차석용 매직’ 덕분이란 평가가 나온다. 차석용 부회장은 미국 피앤지(P&G)에서 16년간 일하다 2005년 1월부터 LG생활건강 최고경영자(CEO)를 맡았다. 꼼꼼한 인수합병(M&A)과 음료-생활용품-화장품 삼각편대 구축으로 LG생활건강을 튼튼한 기업으로 변모시켰다. 덕분에 2011년 말 임원인사에서 부회장으로 승진했다. 

 

▲ 더페이스샵. [사진=연합뉴스]

 

차석용 부회장을 향한 LG생활건강 주주들의 신뢰가 대체로 단단할 수밖에 없는 이유다. 

하지만 이면엔 더페이스샵 점주들의 피눈물이 있다. 

화장품 업계에선 더페이스샵이 LG생활건강의 유일한 흠이라는 평가까지 나온다. 2014년 5330억 원이던 더페이스샵 매출은 2018년 3866억 원으로 곤두박질쳤다. 10% 내외를 꾸준히 유지하던 영업이익율은 3% 선으로 폭락했다. 온라인몰에 밀린 로드숍의 시장규모마저 급격히 줄어드니 더페이스샵 가맹점주들의 가슴은 답답할 뿐이다. 

지난해 11월 전국 각지에서 모인 더페이스샵 점주 70여 명은 광화문 LG생활건강 사옥 앞에 집합, “본사만 믿고 그저 묵묵히 현장에서 최선을 다한 죄밖에 없다. 무엇이 상생이고, 무엇이 정도경영이란 말이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생활고에 피 마른다’, ‘정도경영 윤리경영 가맹점은 속아왔다’ 등의 피켓 문구도 눈에 띄었다.  

가맹점주들은 “LG생활건강이 박리다매 식으로 온라인 쇼핑몰에 제품을 밀어낸다. 매장에서 할인을 해도 소비자들은 온라인보다 비싸다며 돌아서니 우린 사기꾼 소리를 듣는다”고 주장하면서 “차석용 부회장이 대화에 응하라”고 절규하듯 외쳤다. 

 

▲ 차석용 부회장. [사진=연합뉴스]

 

LG생활건강은 ‘돈 안 되는’ 더페이스샵 직영점을 편집숍 '네이처컬렉션'으로 부지런히 전환했다. 가맹점의 경우에는 점주와 본사가 전환 비용을 나누어 부담했다. 더페이스샵에서 네이처컬렉션으로 간판을 바꿔 단 매장은 70% 수준으로 알려져 있다. 현재 400개를 향하고 있다. 편집숍은 한 매장에 2개 이상의 브랜드 제품을 모아 판매하는 유통 형태를 뜻한다.

고꾸라진 더페이스샵을 살리기 위해 타사 브랜드도 받아들이겠다는 LG생활건강의 자구책을 화장품 업계는 어떻게 바라볼까. 전망은 어두워 보인다. 

△ 아모레퍼시픽 ‘아리따움’보다 편집숍 론칭이 한참 늦은 점 △ 네이처컬렉션만의 특장점이 없다는 점 △ 히트 아이템이 부족한 점 △ 오는 10월 세계 최대 화장품 편집숍 세포라(Sephora) 매장이 오픈하는 점 등이 그 이유다. 

15년째 LG생활건강을 이끌고 있는 차석용 부회장. 더페이스샵이 그간의 승승장구 행보에 제동을 건 형국이다. '후', '숨', '오휘' 등 럭셔리 브랜드의 반만이라도 더페이스샵에 신경써달라는 일각의 지적을 새겨들어야 할 시점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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