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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현진 방어율 폭등 이유, 쿠어스필드=덕유산 꼭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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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현진 방어율 폭등 이유, 쿠어스필드=덕유산 꼭대기
  • 민기홍 기자
  • 승인 2019.06.29 13:3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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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Q(큐) 민기홍 기자] 류현진(32·LA 다저스)이 또 쿠어스 필드를 넘지 못했다. 덕유산 꼭대기와 비슷한 해발고도이니 고전할 수밖에 없다.

류현진은 29일(한국시간) 미국 덴버주 쿠어스 필드에서 열린 콜로라도 로키스와 2019 미국프로야구 메이저리그(MLB) 원정경기를 4이닝 9피안타(3피홈런) 1볼넷 4탈삼진 7실점, 시즌 2패(9승)를 떠안았다. 

7점 모두 본인 책임이다. 올 시즌 단 한 경기도 2자책점 넘게 기록한 적 없었던 류현진이니 치명적인 타격이 아닐 수 없다. 1.27로 시작한 시즌 평균자책점(방어율)은 1.83으로 솟았다. 내셔널리그 사이영상 경쟁도 더 이상 독주라 할 수 없게 됐다.

 

▲ 데이브 로버츠 LA 다저스 감독(오른쪽)이 류현진을 내리려 마운드에 오르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몬스터’ 류현진이라도 어쩔 수 없었다. 콜로라도 로키산맥에 위치한 쿠어스 필드에서 특급 투수들이 진땀을 빼는 이유가 있다. 해발 1610m이기 때문이다.

눈꽃 산행지로 유명한 전북 무주군 설천면의 덕유산 정상 향적봉 높이가 1614m다. 강원도 홍천의 오대산 정상 비로봉이 1565.3m, 강원도 태백과 경북 봉화군에 걸쳐 있는 태백산 정상 장군봉이 1566.7m다.

산꼭대기이니 숨 쉬기도 힘들고 공은 마음먹은 대로 갈 리가 없다.

류현진은 빅리그 두 번째 시즌인 2014년 포털사이트 네이버에 연재하는 일기에서 “불펜피칭 때 ‘멘붕(멘탈 붕괴)’ 온 것도 처음”이라며 “똑같은 투구 폼과 스피드였음에도 불구하고 공이 모두 높게 제구됐다”고 쿠어스 필드에서의 어려움을 언급한 바 있다.

 

▲ 1점대 평균자책점(방어율)은 유지했지만... [사진=AFP/연합뉴스]

 

메이저리그를 수년간 지켜본 팬들이라면 쿠어스 필드에서 호투한다는 게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를 잘 안다. 통산 쿠어스 성적이 페드로 마르티네스 1승 2패 평균자책점(방어율) 4.97, 랜디 존슨 7승 5패 평균자책점 4.01, 커트 실링 4승 4패 평균자책점 5.51, 그렉 매덕스 8승 2패 평균자책점) 5.19, 클레이튼 커쇼 10승 4패 평균자책점 4.57이다.

류현진과 내셔널리그 사이영상을 두고 막판까지 다툴 것으로 보이는 맥스 슈어저(워싱턴 내셔널스)는 어떨까. 사이영상을 무려 세 차례나 거머쥔 그도 쿠어스 필드에선 3패 평균자책점 5.88으로 보잘 것 없었다. 류현진의 부진이 놀랍지 않은 이유다.

2013년부터 미국에서 야구한 류현진은 자신의 빅리그 한 경기 최다 자책점으로 고개를 숙이고 말았다. 2014년 7월 9일 디트로이트 타이거즈전 2⅓이닝 7실점(7자책점) 이후 5년 만의 악몽이다.

한 경기 3피홈런은 그간 네 차례 있었다. 모두 2017년. 4월 19일 콜로라도(다저스타디움), 6월 12일 신시내티 레즈(다저스타디움), 8월 31일 애리조나 다이아몬드백스(체이스 필드), 9월 30일 콜로라도(쿠어스 필드)전이었다. 이번이 5번째. 이중 콜로라도가 3회, 쿠어스필드가 2회라는 게 아프다.

2017년 류현진과 2019년 류현진은 분명 다르다. 구위도, 구속도, 제구도 두 단계는 업그레이드됐다. 그래서 ‘투수들의 무덤’ 쿠어스 필드도 극복할 수 있지 않을까 기대한 야구팬들이 많았다. 그러나 류현진도 다르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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