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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현진 3볼넷, 10승은 거저 얻은 것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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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현진 3볼넷, 10승은 거저 얻은 것이 아니다
  • 민기홍 기자
  • 승인 2019.07.05 15:0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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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Q(큐) 민기홍 기자] 13.43->9.99. 

류현진(32·LA 다저스)의 삼진/볼넷 비율이 한 자릿수대로 떨어졌다. 

류현진은 5일(한국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로스앤젤레스(LA) 다저스타디움에서 열린 샌디에이고 파드리스와 2019 미국프로야구 메이저리그(MLB) 홈경기에서 평소답지 않게 볼넷을 3개나 내줬다. 

6이닝 3피안타 5탈삼진 무실점으로 시즌 10승을 거둔 것보다 어쩌면 더 놀라운 대목이다. 류현진이 3볼넷 경기를 한 건 지난해 4월 11일 워싱턴 내셔널스전이 마지막이었다. 올 시즌엔 등판한 전 경기(16경기)에서 1볼넷 이하 행진을 벌였다. 

 

▲ 이례적으로 3볼넷을 내준 류현진. [사진=AFP/연합뉴스]

 

류현진은 인터뷰 때마다 “홈런 맞는 것보다 볼넷 내주는 것이 더 싫다”며 “야구를 시작할 때부터 그랬다”고 거듭 강조한다. 불리한 카운트에 몰리면 가운데로 던져버리는 장면이 자주 포착되기도 하다.  

이런 고집 때문일까? 한때 류현진 삼진/볼넷 비율은 한동안 15.00 안팎에서 형성됐다. 2014년 186탈삼진 16볼넷으로 11.63을 기록했던 필 휴즈가 자신의 트위터에 “내 기록을 남겨달라”는 멘션을 남기기도 했다. 미국 현지반응에서도 이 부분을 가장 주목하곤 했다. 

한데 이날만큼은 많이 달랐다. 

2회초 1사 2루 윌 마이어스 타석이 특히 그랬다. 류현진 상대 통산 성적이 타율 0.417(12타수 5안타) 1홈런 1타점이었기에 그랬을까. 류현진은 승부를 할 생각이 사실상 없어 보였다. 스트레이트 볼넷. 전략은 성공했다. 이안 킨슬러와 오스틴 헤지스를 범타 처리하고 이닝을 마쳤다. 

 

▲ 류현진은 평소답지 않게 제구 난조로 볼넷을 3개나 줬다. [사진=AFP/연합뉴스]

 

4회초 이안 킨슬러나 6회초 매니 마차도에게 준 볼넷은 양상이 달랐다. 명백한 제구 난조였다. 킨슬러 타석은 2아웃에 주자가 없었고 마차도는 선두 타자로 방망이를 잡았다. 2019 류현진이라면 절대로 ‘공짜 출루’를 허용할 상황이 아니었다. 

류현진이 시즌 최다 볼넷을 내준 원인은 공을 강하게 뿌린 데서 찾을 수 있다. 대개 구속 90마일~92마일(시속 145㎞~148㎞)에서 형성되던 포심 패스트볼이 이날 최고 94마일(151㎞)까지 나왔다. 특히 3회 94마일 공을 2개 던진 게 인상적이었다. 

지난 등판, 콜로라도 로키스와 쿠어스 필드 원정의 악몽(4이닝 7실점)을 떨치기 위해 류현진이 독한 마음을 먹었다는 걸 미루어 짐작할 수 있는 대목이다. 10승 도전이 5번으로 늘어진데 따른 강력한 의지의 표현이 아닐 수 없었다.  

이로써 류현진의 삼진/볼넷 비율은 9.99이 됐다. 그간 경이롭던 수치가 ‘인간적’으로 내려온 셈이다. 무척 어색한 류현진 3볼넷을 지켜본 지역 언론들의 표현이 재밌다. LA타임스는 “류현진답지 않았다”, 오렌지카운티 레지스터는 “이해하기 어렵다”고 적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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