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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따' 쑨양 시상식서 스콧에 발끈, FINA 도핑 거부 잊은 뻔뻔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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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따' 쑨양 시상식서 스콧에 발끈, FINA 도핑 거부 잊은 뻔뻔함
  • 안호근 기자
  • 승인 2019.07.24 09:0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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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Q(큐) 안호근 기자] 안하무인이 따로 없다. 금메달을 따내고도 박수 받지 못한 중국 수영 슈퍼스타 쑨양(28)이 집단 따돌림 흐름 속에 발끈하고 나섰다.

쑨양은 23일 광주광역시 남부대 시립국제수영장에서 열린 2019 광주세계수영선수권대회 남자 자유형 200m 결승에서 2위로 터치패드를 찍고도 리투아니아 다나스 랍시스의 부정 출발 실격으로 1위를 차지했다. 대회 2연패이자 400m에 이어 2관왕에 오른 쑨양이다.

1위로 정정되자 중국 팬들의 뜨거운 환호가 터져 나왔지만 이들을 제외하곤 야유로 응수했다. 동메달을 딴 던컨 스콧(22·영국)이 시상대에 올라서도 쑨양과는 거리를 둔 채 기념촬영을 하지 않은 것과 궤를 같이 하는 것이었다.

 

▲ 중국 쑨양이 23일 자유형 200m 금메달을 수확한 뒤 자신과 기념촬영을 거부하는 던컨 스콧을 향해 발끈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이 같은 일은 400m 시상식에서 먼저 벌어졌다. 2위를 차지한 호주 맥 호턴은 아예 시상대에 오르지 않았다. 연이어 ‘왕따’를 체험한 쑨양이 발끈한 것도 이해가 가지 않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자신이 원인 제공을 했다는 사실은 까맣게 잊은 듯 했다. 쑨양은 지난해 9월 국제 도핑시험관리(IDTM) 직원들이 도핑검사 샘플 확보를 위해 자택을 방문하자 경호원들과 함께 망치로 도핑용 유리병을 깨뜨리는 무례를 범했다.

자택까지 방문하는 행위를 무례로 여겼다고 치더라도 상식 밖 행동이지만 2014년 이미 금지약물 복용 의혹을 받았던 그라 여전히 개운치 못한 뒷맛을 남겼다.

더 문제는 수영계 슈퍼스타를 대하는 국제수영연맹(FINA) 태도였다. 2014년 당시 3개월 출전 정지라는 솜방망이 징계로 상황을 무마했던 FINA는 지난해 9월엔 단순 경고 처분으로 면죄부를 줬다. 세계반도핑기구(WADA)는 FINA를 국제스포츠중재재판소(CAS)에 제소해 오는 9월 청문회를 앞두고 있다.

 

▲ 스콧(오른쪽)이 쑨양(왼쪽에서 2번째)과 기념촬영을 거부한 채 멀찍이 떨어져 상황을 외면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이러한 상황 속 아무렇지 않게 세계선수권에 출전해 금메달을 2개나 가져간 것을 지켜봐야 하는 경쟁자들은 분통이 터질 수밖에 없었다.

영국 공영방송 BBC에 따르면 스콧은 시상식 후 쑨양이 자신을 향해 “너는 루저(Loser)라고 말했다”고 전했고 호주 언론 등은 쑨양의 입모양을 통해 “나는 깨끗하다”고 한 것 같다고 분석하기도 했다.

21일 시상식에서 호턴으로부터 외면을 받은 쑨양은 기자회견에서 “개인을 존중하지 않는 건 괜찮지만 중국은 존중해야 한다”고 일침을 가한 것의 후속 편이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그와 경쟁하는 이들의 반응은 차갑기만 하다. 게다가 시상대에 오르지 않고 쑨양과 기념촬영을 거부한 호턴이 FINA로부터 경고 징계까지 받자 여론은 ‘반(反) 쑨양’ 흐름으로 한 데 묶이고 있다.

 

▲ 영국 벤치에서도 시상식을 지켜보며 쑨양에게 야유를 퍼붓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스콧은 “나는 호턴의 편이다. 다른 경기에서도 (쑨양을 비판하는) 행동이 이어졌으면 한다”고 밝혔다. 시상식을 지켜보던 영국 벤치도 쑨양을 향해 야유를 퍼부었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평영 황제’ 애덤 피티(25·영국)도 대표팀 동료 던컨 스콧을 향해 공동취재구역 인터뷰에서 "스콧은 옳은 행동을 했다"고 지지를 나타내며 "사람들이 쑨양에게 야유를 보내는 데는 이유가 있다. 그는 이 스포츠를 계속해야 할지를 자문해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평소에도 쑨양을 향해 쓴소리를 아끼지 않았던 릴리 킹(미국)도 23일 여자 평영 100m에서 금메달을 차지한 뒤 공동취재구역에서 “국제수영연맹(FINA)이 (쑨양과 기념사진 촬영을 거부한) 맥 호턴(호주)에게 경고 징계를 내린 건 슬픈 일”이라고 밝히며 “선수들은 호턴의 행동을 자랑스럽게 생각한다. 그날 저녁 선수식당에서 200여명의 선수는 호턴을 향해 기립박수를 보냈다”고 전하기도 했다.

공정한 경쟁의 장이 돼야 할 무대가 도핑 의혹과 FINA의 봐주기 논란으로 더렵혀지고 있다. 선수들이 분개하고 있는 가운데 겸허한 자세로 나서도 모자랄 쑨양이 발끈하는 태도로 논란을 더욱 키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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