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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개숙인 대한수영연맹, 광주세계수영선수권 폐막 D-4 '남은 기간만큼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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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개숙인 대한수영연맹, 광주세계수영선수권 폐막 D-4 '남은 기간만큼은'
  • 김의겸 기자
  • 승인 2019.07.24 11:4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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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Q(큐) 김의겸 기자] 대한수영연맹이 결국 사과했다. 테이프 유니폼과 매직펜 수영모 등 미흡했던 용품지급으로 선수들의 경기력 향상에 도움이 되기는커녕 혼란을 야기하고 국제적 망신살을 겪었다는 이유로 비판 받았던 점에 잘못을 인정하고 고개를 숙였다.

연맹은 23일 “먼저 대회에 참가하는 대한민국 수영 국가대표 선수단 용품지급과 관련해 물의를 야기한데 깊이 반성하며, 수영을 사랑하는 경기인과 국민 여러분께 진심으로 머리 숙여 사과드립니다”라며 사과문을 냈다.

“이런 일들로 인해 선수들과 가족, 수영인 그리고 수영을 사랑하는 국민 여러분들의 마음을 상하게 했으며 이유가 무엇이든지 간에 변명의 여지가 없음을 잘 알고 있습니다”라고 덧붙였다.

▲ 급하게 마련된 일반용 유니폼의 업체 로고가 규정에 맞지 않아 테이프로 가려야 했다. [사진=연합뉴스]

“투명하게 용품후원사를 선정하고 선수단에게 용품 지원에 불이익이 없도록 제대로 된 후원업체를 선정하기 위해 노력했으나, 예기치 못한 연맹의 부주의와 관리 소홀 등으로 인하여 결국 선수단 용품지급과 관련하여 크나큰 과오를 범하게 되었습니다”라며 “이러한 일이 발생한 것은 이유가 무엇이든지 간에 대한수영연맹의 책임이라고 생각합니다. 다시 한 번 사과의 말씀을 드립니다”라고 거듭 사죄의 뜻을 밝혔다.

연맹은 더불어 향후 어떤 조치를 취할 것인지도 전했다.

연맹은 경영 경기일정이 시작되기 전인 지난 19일 경영 선수단 전원에게 규정에 맞는 용품을 지급했다. 다른 종목 선수들에게도 추가로 규정에 맞는 용품을 지급했다는 사실을 밝히며 “차질 없이 경기에 임하는데 문제없도록 준비하겠습니다”라고 약속했다.

마지막으로 “이번 일을 계기로 대한수영연맹은 심기일전해 향후에는 이러한 일이 다시는 발생하지 않도록 더욱 철저히 준비하여 선수들에게 피해가 가지 않도록 하고 국민 여러분의 마음이 상하는 일이 없도록 노력하겠습니다. 선수와 팬들을 가장 우선하는 대한수영연맹으로 거듭나겠습니다”라고 강조했다. 

연맹은 이번 대회를 치르면서 졸속행정으로 지적받았다.

지난해 말 기존 업체와 용품 후원 계약이 끝난 뒤 새 후원사를 물색했지만 이를 대체할 업체 선정에 난항을 겪었다. 우여곡절 끝에 연맹은 지난 1일 A사와 재계약을 체결했지만 이미 6개월 전 연맹과 후원 계약이 종료된 A사가 'KOREA'가 새겨진 국가대표용 유니폼 제작을 준비하고 있지 않았고 문제가 됐다.

결국 연맹은 급한대로 일반인을 대상으로 판매하는 A사 의류를 선수단에 지급했다.

문제는 거기서 끝나지 않았다. 의류에 있는 A사 로고가 국제수영연맹(FINA) 광고 규정에 부합하지 않아 다이빙에 출전한 우하람이 급히 테이프로 로고를 가린 채 경기장에 나서야 했다.

▲ 급한대로 매직으로 'KOR'이라고 새긴 수영모를 착용한 채 경기에 나선 오픈워터 백승호. [사진=연합뉴스]

매직펜으로 나라명을 적은 수영모를 착용한 선수도 있다.

오픈워터 대표팀 백승호와 조재후는 지난 13일 오픈워터 경기에 하마터면 출전하지 못할 뻔했다. 연맹에서 규정에 맞지 않는 수영모를 준비했기 때문이다.

백승호와 조재후는 남자 5㎞ 경기를 앞두고 수영복과 손발톱 검사를 받다 수영모에 문제가 있다는 지적을 받았다.

코치들이 부랴부랴 지역 지인들에게 전화를 돌려 마크가 없는 수영모를 공수했다. 수영모는 경기 시작 30여분을 남기고 퀵서비스를 통해 대표팀에 전달됐고, 자원봉사자가 갖고 있던 매직펜으로 'KOREA'라고 적은 뒤 급하게 경기에 출전할 수 있었다.

급하게 준비됐다보니 사이즈가 맞지 않아 흘러내리는 수영모를 붙잡고 경기해야만 했고 경기력에 영향을 미쳤다. 

백승호는 경기를 마친 뒤 “수영모가 계속 머리에서 벗겨졌다"면서 "너무 황당해 아무런 생각도 안 났다. 첫 세계선수권대회 출전 기회가 날아갔다고 생각했다“는 말로 아쉬움을 감추지 못했다.

대한수영연맹은 재정 악화와 집행부 인사들의 비리 행위로 2016년 3월 대한체육회 관리단체로 지정된 뒤 2년이 넘는 시간 동안 수장 없이 표류했다. 지난해 5월이 되서야 새 회장을 뽑고 조직 재정비에 들어갔다.

그렇다 하더라도 대회 개최가 확정된 게 6년 전인 2013년 7월인 만큼 가장 기본적인 부분에서 선수들의 경기력 향상에 힘써야 할 연맹의 미흡한 대처는 눈살을 찌푸리게 만들기 충분했다. 대회 폐막은 오는 28일이다. 팬들은 연맹이 남은 기간이라도 사과문에서 약속한 대로 선수단이 경기에만 집중할 수 있는 여건을 조성해주길 기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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